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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미혼모에게 돈주면 낙태가 줄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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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정당)

    [팩트체크] 미혼모에게 돈주면 낙태가 줄어든다?

    • 2018-12-17 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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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정책연구보고서 검증①] <낙태죄 폐지 논란과 생명존중을 위한 제안>

    20대 국회에서는 모두 69개 '연구단체'가 활동중이다. 이들 단체는 지난해 10억원이 넘는 예산을 지원받아 '연구활동'을 벌였다. 그 '연구활동'의 핵심 결과물이 바로 '정책연구보고서'다. 하지만 '정책연구보고서' 전량인 111개를 노컷뉴스가 국회로부터 어렵게 확보해 분석한 결과 엉터리 보고서가 많았다. 표절율이 50%가 넘는 보고서도 16건이나 됐다. 노컷뉴스는 그 가운데 5개 보고서를 샘플링해서 내용의 적정성 등을 검증해 봤다. [편집자주]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국가는 낙태를 허용하느냐 금지하느냐의 관심보다는 힘들어하는 여성들에게 어떠한 관심을 가져야 하는지의 문제가 더 핵심이라는 것이다. (…) 국가는 무엇보다도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과 지원(…)으로써 생명 존중과 보호라는 국가의 임무에 더욱 충실할 수 있을 것이다."


    "실상 우리 사회에서 낙태 찬반 논쟁의 과열은 미혼부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편견에서 비롯된다."

    국회의원 연구단체 '국회생명존중포럼'이 2017년 작성한 연구보고서 <낙태죄 폐지 논란과 생명존중을 위한 제안>의 일부 내용이다.

    해당 보고서에서는 22쪽에 걸쳐 낙태죄를 둘러싼 한국 사회의 논쟁을 나열한 후, 6쪽에 걸쳐 국가의 책무로 '미혼모 지원'과 '미혼부 책임법' 등을 제시하고 있다.

    보고서는 낙태죄 자체에 대한 주장은 피하고 해법의 초점을 '미혼모 문제'에 맞추고 있다. 앞선 인용문에서도 보듯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 낙태의 원인'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정말로 인공임신중절(낙태)를 택하는 이유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이며, 미혼부모 지원을 강화하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 낙태 원인·미혼모 어려움 살펴보니

    국내에서 진행된 선행 연구들을 살펴보면, 미혼모에 대한 편견 외에도 낙태 결정에는 여러 요인이 작용한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은 '임신중단(낙태)에 관한 여성의 인식과 경험 조사'(2018)에서 임신 시 낙태를 고려했거나 실제로 했던 539명(전체의 29.6%)에게 가장 큰 이유를 물었다.

    그 결과 ▲경제적 준비가 되지 않아서(29.7%) ▲계속 학업과 일을 해야 해서(20.2%) ▲결혼할 마음이 없어서(12.5%) ▲이미 낳은 아이로 충분해서(11.0%) ▲엄마가 될 자신이 없어서(7.8%) 등으로 나타났다.

    특히 '계속 학업이나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서' 낙태를 선택했다는 응답은 '미혼, 20대 이하' 집단에서 32.3%를 기록했다. 같은 응답이 10% 초반으로 나타난 다른 집단들과 차이가 크다.


    낙태를 고려했지만 임신을 유지한 이들 중에서는 다수가 학업·직업·꿈을 포기해야 했다고 답했다. '임신 유지 이후의 삶'에 대한 응답이 ▲하던 일(학업, 직업 등)을 그만두어야 했다(36.3%, 중복응답) ▲결혼을 했다(35.7%) ▲꿈을 포기해야 했다(21.6%)로 나타났다.

    미혼인 10대·20대 여성들의 경우 학업과 일 등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어서 임신, 출산에 부담이 큰 것으로 보인다. 실제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서 2009년 발간한 '미혼부모의 사회통합방안 연구'를 살펴보면, 미혼시설입소자 중 임신 전 학교를 다니던 미혼모 67%가 학업을 중단했고, 직장을 다니던 미혼모 93%가 직장을 그만둔 것으로 나타났다.

    그렇다면 낙태를 하지 않고 아이를 낳은 미혼모들이 가장 크게 맞닥뜨리는 어려움은 뭘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인공임신중절 실태와 정책과제'(2010) 연구에 따르면, 미혼모시설에 입소한 임신여성들의 '임신 이후 어려웠던 점'은 ▲경제적 문제(33.7%) ▲마음의 혼란(26.4%) ▲아기 장래 문제(11.3%) ▲가족과의 관계(10.7%) ▲아기 아버지와의 관계(5.8%) ▲사회적 냉대·주위 시선(5.5%) 순으로 나타났다. 사회적 편견 외에도 산적한 문제가 많다는 뜻이다.

    물론 사회의 차가운 시선 역시 미혼모들에게 큰 고통이 된다. 같은 연구에서 미혼모시설입소 임신여성 89%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미혼모의 출산·양육환경 개선을 위한 사회적 지원방안'(2006) 연구에서는 미혼모가 사회에 가장 바라는 사항으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37.0%) ▲생계비 등 경제적 지원(22.2%) ▲미혼모를 위한 시설 확대(18.0%) ▲아기 친부에 대한 법적 책임 부여(14.8%) 등이 꼽혔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0년 연구에서는 "미혼여성이 인공임신중절을 결정하는 데는 가족의 의견과 본인의 의견을 모두 고려하였을 것이나 이들을 종합해 보면, 미혼모에 대한 부정적인 사회 관념, 미혼모와 아기의 장래, 임신과 출산에 따른 기회비용(교육 및 취업 그리고 경력단절)" 등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이처럼 낙태 결정에는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뿐 아니라 다양한 요인들이 작용한다. 임신과 출산, 육아로 인해 학업, 직업, 꿈을 포기하는 등 자신의 인생 계획을 바꿔야 하는 점이 대표적이다. 이는 경제적 문제와도 연결돼 미혼모들에게 또 다른 시련이 된다.

    ◆ 인공임신중절, 기혼 여성도 많이 택해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무관한 기혼여성들도 상당수 인공임신중절을 선택하기도 한다. 심지어 미혼여성보다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률(낙태율)이 더 높게 나타난다.


    연세대학교와 보건복지부가 2011년 실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에 따르면, 2010년 인공임신중절률은 15.8(가임기 여성 1000명당),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는 16만 9천여 건이다. 이 중 기혼여성의 인공임신중절 추정건수가 9만 6천여 건으로 57.1%를 차지한다. 기혼여성의 임신중절률은 17.1, 미혼여성의 경우 14.1로 나타났다.

    다만 다수의 연구가 10대 등 미혼상태의 여성들은 거부감, 두려움 때문에 낙태 경험을 감췄을 수 있다는 점을 공통적으로 지적한다. 이에 따라 미혼 여성들의 낙태율이 과소집계됐을 가능성도 있다. 그러나 비율이 실제와 다르다 해도, 기혼여성들 역시 상당수가 낙태를 선택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기혼자들은 왜 인공임신중절 수술을 받을까.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2012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에서는 배우자가 있는 여성들을 대상으로 출산, 낙태 등에 관한 연구를 진행했다. 그 결과 기혼여성의 임신종결형태 11.2%가 인공임신중절로 나타났다.

    기혼여성의 첫 번째 인공임신중절 이유는 ▲자녀 불원(34.3%) ▲임부의 건강상/자궁외 임신(18.9%) ▲터울조절(12.0%) ▲경제적 곤란(10.7%) 등이었다. 다만 사유 중에는 ▲혼전임신(6.1%)도 있다. 낙태 당시에는 미혼이었으나 이후 결혼해 조사대상에 포함된 경우도 있다는 의미다.

    마지막 인공임신중절 이유는 ▲자녀불원(39.4%) ▲임부의 건강상/자궁외 임신(20.0%) ▲경제적 곤란(11.1%) ▲태아이상에 의한 임부위험 등(9.1%) ▲터울조절(8.8%) 등이었다.

    이처럼 연구들은 기혼여성들의 낙태 건수도 적지 않다고 일관되게 보고하고 있다. 사회적 편견 등 미혼모로서 겪는 어려움을 제외해도 낙태를 결심하게 만드는 요인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뜻이다.

    ◆ 프랑스, 미혼모 편견 적지만 연간 낙태 20만↑

    연구결과를 살펴보면 미혼모에 대한 편견도 중요하지만, 낙태 결정에 관여하는 요인들은 그 외에도 많아 보인다. 그렇다면 미혼모에 대한 인식과 지원이 잘 되어 있는 국가의 낙태 실태는 어떨까.

    프랑스는 혼인 개념에서 가장 자유로운 국가 중 하나다. 2014년 OECD 통계에 따르면, 프랑스의 혼외자 출생률은 56.7%에 이른다. 결혼 가정에서 태어나는 아이보다 그렇지 않은 아이가 더 많다. 한국은 혼외자 출생률이 1.9%로 OECD 중 가장 낮아 프랑스와 대조적이다.

    프랑스의 높은 혼외자 출생률은 결혼 없이 아이를 키우는 가정에도 활짝 열린 복지 체계 덕이 크다. 프랑스의 공적 서비스를 맡는 가족수당금고(CAF)의 캐서린 콜롬벳 부회장은 "(출산에 따른 정책적 지원은) 결혼을 통해 태어난 아이든, 혼외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든 상관없이 모두 주어진다. 한부모의 경우 출산휴가가 (2배로) 길어진다"고 설명했다. 이어 "미혼모 가정은 프랑스 전체 가정의 15% 정도를 차지한다.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하고, 인식도 더 포용하는 방향으로 간다"고 말했다. 실제로 프랑스는 결혼 여부, 가정 형태와 무관하게 임신·출산·육아 비용을 상당 부분 지원한다.

    가족수당금고(CAF)의 캐서린 콜롬벳 부회장. (사진=노컷뉴스)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한국과 다르다. 2005~2009년에 진행된 '세계 가치관 조사(World Value Survey, Wave 5)에서 프랑스는 미혼모에 대해 조사 대상인 57개국 중 7번째로 우호적인 국가였다. 프랑스의 미혼모에 대한 의견은 '괜찮다(approve)' 61.4%, '탐탁찮다(disapprove)' 26.1% '상황에 따라 다르다(depends)' 11.1%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은 '탐탁찮다'가 61.7%로 부정적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상황에 따라 다르다'는 34.7%였고, '괜찮다'는 대답은 3.5%로 57개국 중 52위에 그쳤다. 미혼모에 대한 한국의 차가운 시선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미혼모에 대한 사회 분위기도 우호적이고, 지원정책도 잘 마련돼 있는 프랑스에서는 낙태가 없을까.


    프랑스에서도 낙태는 존재한다. 구트마허 연구소(Guttmacher Institute)의 '세계의 인공임신중절 2017(Abortion Worldwide 2017)'에 따르면, 프랑스에서 가임여성(15~49세) 1000명당 낙태율은 15명 수준이다. 글로벌 통계 포털 '스태티스타(Statista)'를 살펴보면 프랑스의 연간 낙태 건수는 약 21~22만에 이른다.

    연세대학교·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 인공임신중절 변동 실태조사'(2011)에서는 한국의 임신중절률이 가임기 여성 1000명당 15.8명이며, 한 해 약 17만 건이 이뤄진다고 추산한 바 있다. 프랑스와 거의 비슷하다.

    다만 한국에서는 대부분의 낙태가 불법인 만큼 경험이 있어도 응답을 꺼려 '암수'가 많을 수 있다. 프랑스는 낙태가 합법이기 때문에 거의 투명하게 집계된다. 대한산부인과의사회는 하루 평균 3000명(연간 100만 건 이상), 그 중 95%가 불법 낙태 시술을 받는다고 추정하기도 했다. 앞선 실태조사보다 6배 이상 높은 추정치다.

    한국의 낙태율이 정확히 집계되지 않아 단순 비교는 어렵지만, 미혼모에 포용적인 프랑스에서도 적지 않은 낙태가 이뤄지고 있는 것이다.

    이 또한 낙태에는 '미혼모에 대한 편견' 외에도 여러 동기가 작용한다는 사실을 뒷받침한다.

    ◆ 낙태는 미혼모 편견뿐 아니라 복합적 문제

    미혼모에 대한 사회적 편견도 낙태 결정에 중요한 요인인 것은 분명하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2010년 연구에서 인공임신중절 결정에 영향을 주는 요인 중 하나로 '미혼모에 부정적인 사회적 관념'이 있다고 짚었다.

    그러나 그 외에도 다양한 요인이 있다. 여성들은 출산 과정에서 학업과 일을 그만두게 될 가능성이 높고, 그런 상태에서 혼자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경제적·심리적 부담도 존재한다. 기혼 여성들 역시 자녀를 원치 않거나 경제적 사정이 좋지 않다는 등의 이유로 낙태를 선택하기도 한다.

    아이를 낳아 기르는 일 자체가 삶에 다방면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낙태 문제를 곧 미혼모 문제로 보기는 어렵다.

    따라서 미혼모에 대한 편견을 줄이려는 노력도 중요하지만, 이와 함께 낙태죄 자체도 신중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한편, 해당 국회의원 연구보고서(<낙태죄 폐지 논란과 생명존중을 위한 제안>) 작성자로 이름을 올린 이석현 의원실 측은 '낙태죄'가 보고서 주제인데도 정작 낙태죄에 관한 자체적 논의가 없는 것을 두고 "낙태죄는 첨예한 부분이어서 명확한 입장을 내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해명했다.

    또한 이슈를 병렬적으로 나열만 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그러면 안 되냐"고 되물었다. 이어 "국회사무처에서 '결과보고서'라는 명칭을 줬을 뿐이지, 보고서는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논란을 나열한 부분은) 천주교 서울대교구의 신부님이 작성하신 것이다"라며 "비용을 드리고 하는 게 아니라 높은 수준이 나오기 어렵다"고 말했다.

    한편 인터넷 표절검사 사이트에서 해당 보고서의 표절 여부를 검사한 결과 표절률은 46%로 높은 수준이었다.



    * 숨겨진 적폐, 국회의원 '연구활동' 심층해부 기획페이지 바로 보기 [클릭]



    ※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학회-SNU 팩트체크 센터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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