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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남미

    [르포]"한국엔 셰일가스 안 나지만…기술확보는 필수"

    • 2018-12-04 14:23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오클라호마시티 네마하 광구 개발 현장에 가다

    미국 오클라호마 주 네마하 광구에 있는 한 셰일가스 생산시설. (사진=장규석 특파원)

     

    거대한 시추 장비와 지하에서 솟구치는 검은 원유, 타오르는 거대한 불기둥...'원유 시추라'고 하면 으레 떠오르는 그런 상상은 셰일가스 시추현장에서 완전히 깨졌다.

    지난달 30일 미국 오클라호마 주(州)의 주도 오클라호마시티에 도착해 차량으로 북쪽으로 달리기를 한 시간여, SK이노베이션이 최근 개발을 시작한 네마하 광구에 도착했다. 말이 광구지, 그냥 보면 드넓게 펼쳐진 평지와 별반 차이가 없어 보였다.

    일단 시추와 수압파쇄(hydraulic fracturing)가 완료돼 기름과 가스를 생산 중인 현장으로 갔다. 생산시설이라고 해봐야 축구장보다 조금 더 큰 평지 위에 기름저장탱크 몇 개, 가압시설과 펌핑 유닛 정도가 있는 게 전부였다.

    이들 시설로 땅 속 셰일층에서 올라오는 기름과 가스, 물을 따로 분리한 뒤에 물은 다시 높은 압력을 가해 지하로 보내고, 기름과 가스는 탱크에 분리 저장해 정유회사와 가스회사로 각각 판매한다.

    사실 시추와 수압파쇄를 통해 한번 셰일가스정(井·우물)을 파고 난 이후에는 많은 관리 인력이 필요하지는 않아 보였다.

    ◇ 시추부터 생산까지 60일…셰일가스 최대 장점

    10여분을 차량으로 이동해 셰일가스 시추를 위한 굴착작업이 한창인 곳에 다다르자 그나마 좀 더 분주한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축구장보다 조금 더 큰 평지 위로 40여미터 정도 돼 보이는 시추기(rig)가 땅 속으로 파이프를 집어넣고 있었다.

    셰일가스 시추작업 현장. 시추기가 굴착을 한 뒤 파이프를 투입한다. (사진=장규석 특파원)

     

    파이프는 셰일층이 있는 지하 2km까지 수직으로 내려간 뒤 조금씩 각도를 틀어 수평으로 다시 1.6km가량을 진행한다. 이후 고압의 물과 모래(또는 염산)를 셰일층으로 내뿜어 암석이 깨지면(수압파쇄) 그 안에 갇혀있던 오일과 가스가 물과 함께 압력차로 파이프를 타고 지상으로 올라온다.

    시추기 주변으로는 굴착면에 시멘트를 붓기 위해 대기 중인 레미콘, 수압파쇄에 필요한 고압장비를 실은 트럭 수십대가 병렬로 주욱 늘어서 있었다. 커다란 시추기만 없었다면 화물차량 주차장 같기도 한 풍경. 그것이 셰일가스 시추현장이었고, 셰일가스가 갖는 최대의 장점이었다.

    안형진 SK이노베이션 석유사업부 부장은 "시추 준비에서부터 수압파쇄를 끝내고 셰일가스와 오일을 생산하기까지는 길어도 60일, 비용은 대략 50억원 정도가 든다"면서, "시추기나 장비도 모두 임대로 대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양시추선같은 거대 장치도 필요없고, 트럭에 실어올 수 있는 장비를 이용해 빠른 시일내에 기동성 있게 원유를 생산할 수 있다. 국제유가가 올라 채산성이 맞으면 생산을 더하고, 유가가 떨어지면 시추를 하지 않는다.

    수압파쇄 작업을 위해 동원된 다양한 장비들. 차량에 실려 이송되기 때문에 기동성이 높다. (사진=장규석 특파원)

     

    이처럼 유가에 대한 탄력적 대응이 가능하다는 점은 기존의 전통적(컨벤셔널; conventional) 원유채취 방식에 비해 가장 큰 장점이다. 그래서 셰일가스는 비전통적(언컨벤셔널;unconventional) 방식이라 불린다.

    공급 탄력성이 큰 셰일오일로 인해 유가가 배럴당 40달러에서 70달러 사이에서 움직인다는 '셰일 밴드'라는 용어까지 생겨났다. 국제유가가 더 이상 중동의 증·감산 정책에만 매달리지 않게 되면서 셰일가스는 국제정치적으로도 '게임 체인저'로 떠올랐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재까지 셰일가스의 강국은 단연코 미국이다. 넓은 셰일가스층, 수압파쇄에 필수적인 풍부한 수량, 평평한 대지, 잘 깔린 전력망과 도로망, 수많은 장비대여 업체 등은 아직 세계 어느 나라도 따라올 수 없는 수준이다.

    ◇ 생산량은 미국, 매장량은 중국

    미국이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치고 최근 일일 원유생산량 세계 1위를 차지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대규모 자본이 필요없다보니 벌써 1만여 개의 크고 작은 세일가스 업체들이 미국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 1만여개 업체 가운데 아시아에서는 유일하게 우리나라의 SK이노베이션이 미국 셰일가스 생산과 운영에 뛰어든 상태다. 아직 확보한 광구는 오클라호마 주의 네마하와 플리머스, 두 광구를 합쳐야 서울 면적 정도되고, 원유 생산량도 하루 6000배럴 정도에 그치는 수준이다.

    하지만 현 시점에서 SK가 아시아에서 유일하게 미국 현지에서 셰일가스 시추와 생산, 운영 노하우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혹시 한국에서도 셰일가스를 생산할 가능성이 있나요?"라는 기자의 질문에 "북한까지 따져봐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이라는 안 부장의 답변이 돌아왔다.

    그럼에도 셰일가스 시추와 생산, 운영 기술을 확보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미국은 물론 그 보다 더 많은 셰일가스 매장량을 보유한 나라가 우리 이웃에 있기 때문이다. 바로 중국이다.

    아직은 산악지형이 많고, 전력이나 도로 사정이 열악한, 게다가 물도 부족한 중국에서 셰일가스를 개발하는 것은 채산성이 맞지 않는다. 그러나 이것 또한 결국 시간 문제다. 오일과 가스 함량이 풍부한 생산성이 높은 셰일가스층을 찾아내는 기술, 최단 시간에 최저 비용으로 시추와 파쇄를 마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된다면 불가능은 현실이 될 수 있다.

    이는 SK가 덩치 큰 대형 중국 기업들도 도전장을 내밀지 못한 미국 현지에 진출한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다.

    김태원 SK이노베이션 석유개발부문 북미사업본부장은 "현지 광구운영을 통해 시추와 파쇄 등 셰일가스 기술을 최적화하는 것 뿐만아니라 그동안 SK가 석유탐사 과정에서 습득한 탄성파 탐사기술 등을 융합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조직운영 최적화 기술과 SK텔레콤의 IT기술, SK CNS의 데이터 기술 등을 융복합해 미국 내 셰일가스 개발 경쟁력을 높여가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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