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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여성 리더 부담감? 그냥 사람이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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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가부도의 날' 김혜수 "여성 리더 부담감? 그냥 사람이었죠"

    [노컷 인터뷰]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통화정책팀 팀장 맡아 이상적 리더 연기
    "여성 고용 늘어났지만 달라진 인식은 잘 모르겠다는 생각"
    "한시현 같은 인물 더 많았다면 현재 모습 달라졌을 것"
    "1997년 국한되지 않고 의견 나누는 의미 가진 영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IMF 외환위기를 다룬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김혜수는 이상적인 리더의 몫을 해냈다. 그가 연기한 한시현은 국가부도 대책팀의 유일한 여성이자 존경받는 리더로 활약하며 서사의 큰 줄기를 담당했다. 어떤 차별과 억압에도 한시현은 옳다고 생각하는 가치를 밀고 나간다. 정의로운 리더가 대개 남성으로 통용되는 상황 속에서 김혜수는 개의치 않고 자신의 위치를 찾았다.

    "사회가 지금보다 보수적이었고 특히 금융조직은 더 그랬죠. 남성 중심의 권력 사회였으니까요. 지금은 외적인 허용이 늘어났지만 사실 인식면에서 얼마나 달라졌는지는 모르겠어요. 다만 한시현은 그런 상황에서도 자기 자리에서 해야 할 책무를 마땅히 해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그가 여자라고 해서 어떤 특별한 측면을 가져가려고 하지 않았어요. 재정부 차관은 한시현을 공격해야 하니까 성별을 걸고 넘어지는 거고요. 저는 한시현이 투사처럼 보이지 않고 자기 소임을 묵묵히 다하는 인물로 보이길 바랐어요."

    영화에는 익숙한 배우들이 깜짝 출연한다. 프랑스 출신 배우 뱅상 카셀은 IMF 총재 역을 맡아 협상 과정에서 상당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말미에 새로운 여성 리더로 출연한 한지민도 예상하지 못한 인물이다.

    "뱅상 카셀이 그 역할을 한다는 것에 흥분했어요. 사실 그렇게 좋아하는 배우를 만날 일이 없잖아요. 내가 작업하는 영화에 그 분이 출연하신다는 것에 굉장히 설레더라고요. 물론 중요한 인물인 것이 명백하지만 확실히 캐릭터에 생명력을 부여하는 모습을 보면서 좋은 배우, 갖춰진 배우는 다르구나 싶었어요. 본인 베이스가 아닌 곳에서 그런 연기를 하기가 어려웠을텐데 이질감이 전혀 없더라고요. 정말 짧고 강렬한 특별출연의 좋은 예이지 않았나 싶어요. 한지민이 맡은 역은 '미니' 한시현과 같은 맥락에 있는 사람이길 바랐어요. 그 위기를 감지하고 능동적으로 대응하려는 사람이죠. 그래서 한시현과 연결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요. 저도 의견을 냈지만 어쨌든 한지민으로 의견이 모아져서 최종 출연한거죠."

    영화 '국가부도의 날' 스틸컷. (사진=CJ엔터테인먼트 제공)

     

    한시현은 자연스럽게 경제 용어를 사용하면서 브리핑을 하는 인물이다. IMF 협상 과정에서는 유창한 영어로 반대 의견을 펼치기도 한다. 평소 경제 분야에 별로 관심이 없었던 김혜수는 한시현의 용어를 체화하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기울였다. 경력이 많은 배우이지만 직업적 특성이 연기 중심인 캐릭터를 연기해 본 것도 처음이었다고.

    "대사만 잘 숙지를 해서 연기에 임하기에는 무리가 있었어요. 한시현은 금융 경제 전문가니까 IMF 배경과 내막을 알아야 했어요. 일상적으로 이야기를 해야 되는 건데 제게는 일상 용어가 아니니 어려웠죠. 저처럼 경제 관련 문외한이면 세 번 읽어야 이해가 가는 정도였어요. 경제 용어나 영어나 제 일상과는 거리가 있어서 어려운 정도가 비슷했어요. 그래서 경제학 강의를 들었어요. 촬영 직전까지 계속 대사를 연습했던 것 같아요. 정말 틈나는 대로요. 대사 부담이 있으면 안되는 역할이니까 준비를 계속했죠. 캐릭터 배경으로 전문직을 가져온 적은 있었지만 사실 주는 연애였고 직업이 이 캐릭터의 실체인 적은 없었어요. 한시현은 그런 캐릭터였죠."

    데뷔가 빨랐던 김혜수는 IMF 시절에도 연기를 계속하고 있있다. 그가 IMF를 기억하는 건 주변 사람들에 의해서다. 갑자기 누구 집이 '망했다'는 이야기·도피 이민을 가는 어떤 식구들·천정부지로 치솟는 달러 환율 때문에 돌아온 유학생들이 그기 기억하는 IMF의 풍경들이다.

    "갑자기 변화된 환경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저희 친척 중에서도 유학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학업 중단하고 돌아왔죠. 그 때는 뉴스를 많이 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런데 이런 건 있었죠. 어제도 다녀온 백화점이 망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뭔가 큰일이 날 것 같더라고요. 제 초등학교 친구는 어제 이 영화를 보고 엄청나게 울었대요. 당시 사회초년생이었는데 첫 진급한 이후로 회사가 너무 어려워서 계속 힘들었었나봐요."

    영화 '국가부도의 날'에서 한국은행 통화정책팀장 한시현 역을 연기한 배우 김혜수. (사진=호두앤유엔터테인먼트, 강영호 작가 제공)

     

    또 다른 김혜수의 지인은 육성을 녹음해 장문의 감상평을 남겼다. 이 지인은 'IMF 구제라고 해서 당시에 굉장히 평화적으로 우리나라를 도와주는 것으로 알고 자랐다. 너무 많은 생각이 들었고,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한시현의 이야기가 꼭 언니(김혜수)가 하는 이야기 같았다. 우리가 평소 나누는 이야기와 모아지는 부분이 있다'라고 전했다. 실제로 김혜수는 자신의 지인들과 사회·정치면과 관련된 이야기를 자주 나눈다. '국가부도의 날' 역시 이 시대에 건네는 의미와 메시지가 있다고 봤다.

    "영화를 보고 나서 모아지는 공감대가 있고 유의미한 대화가 가능한 영화죠. 어떤 영화를 보고 나의 경험과 생각을 이야기할 수 있는 점에서 의미가 있어요. 사실 인생의 모든 순간마다 위기와 선택이 있거든요. 그래서 1997년 당시 이야기로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 당시는 몰랐으나 미래에 영향을 주는 선택과 결정이 있을 수도 있고요. 위기를 대처하는 마음과 태도가 중요하고 나의 선택과 판단을 돌아보게 합니다. 정말 한시현처럼 알 수 없는 곳에서 최선을 다했던 사람이 어디엔가 있었을지도 모르죠. 만약 그런 사람들이 좀 더 많이 모였으면 지금 어떻게 달라졌을지 그런 생각도 했어요."

    김혜수는 극중 통화정책팀 팀원들을 연기한 배우들과도 끈끈한 관계를 자랑했다. 현장에서도 김혜수를 중심으로 뭉치며 뛰어난 결속력을 보였다.

    "영화 속에서도 보면 정말 서로에 대해 엄청난 신뢰가 구축된 팀이었어요. 대사 한 마디만 봐도 이들이 얼마나 결속력있는지 알 수 있죠. '우리가 시스탬'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을 정도의 조직이거든요. 박진주 씨는 현장에서도 정말 엔돌핀 같은 역할을 했어요. 그 동안 해왔던 역할이랑 다르다보니 스스로 못알아 볼 수도 있겠다고 엄청 떨더라고요. 그럼에도 정말 단단하게 역할을 소화했어요. 장성범 씨는 올해 군대를 가더라고요. 본인도 이 영화를 통해 IMF에 대해 굉장히 많은 걸 알게 됐대요. 조한철 씨는 원래 잘하는 분이시고 정말 현장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어요. 진정성 베이스가 탄탄하세요. 물론 경험이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지만 저 역시 영화 속 한시현처럼 배우들 도움을 너무 많이 받았어요."

    김혜수에게 언제나 삶은 선택의 연속이었다. '용기'는 그에게 중요한 키워드다. 스스로를 납득할 근거만 갖춰진다면 얼마든지 '국가부도의 날'처럼 용기를 낼 준비가 돼있다. 항상 논리와 이성으로만 작품을 선택하지 않듯이 인간 관계도 마찬가지다. 단 하나의 정서적 공통점이 있다면 각기 다른 매력에 빠져 친해지기 시작한다.

    "음식은 순위를 정해서 먹기도 하고 정말 작심하고 먹을 때도 있어요. 작품은 좀 더 단순해요. 시나리오가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내가 그 안에서 무엇을 수행할 수 있을지, 그걸 수행할 수 있는 자격과 실력이 있는지를 보죠. 과연 내가 용기를 낼 만한 근거가 있느냐가 중요해요. 그렇지 안다면 아무리 욕심이 나도 못하는 거고요. 그런데 논리적·이성적으로 설명이 불가능해도 이건 해야 된다는 느낌이 들면 해요. 다 좋다고 해도 마음이 안 가는 건 안하고요. 사람에게 호감을 느끼는 것도 정해놓은 게 없어요. 저와 인간 관계를 맺는 사람들의 매력이 정말 달라요. 정말 절친한 친구들 같은 경우도 정서적인 공통 분모만 있을 뿐이지 취향과 성향, 직업, 삶의 방식도 전부 달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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