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와 청와대 김수현 신임 정책실장은 지명 직후부터 이구동성으로 '경제부총리 사령탑론'을 펼쳤다. 경제정책의 운용은 부총리가 키를 쥐겠다는 메시지다.
'경제투톱'으로 표현됐던 전임 김동연·장하성 1기 경제팀과의 차별점으로 원팀(One Team·하나된 팀)의 호흡을 부각시킨 것이다. 두 사람은 각기 다른 기자간담회에서 현 경제 상황에 대한 진단과 해법 측면에서도 비슷한 목소리를 냈다.
홍 후보자는 지난 9일 부총리 지명 직후 정부서울청사 인근 한 호프집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제에 대해선 경제부총리가 중심이 돼서 대책을 세우고 집행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김 실장 역시 11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어 "경제 운용은 경제부총리를 사령탑으로 해 하나의 팀으로 일하겠다"며 "더이상 경제 '투톱'같은 말이 나오지 않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줄곧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온 1기 경제팀의 엇박자와 이에 따른 정책신뢰도 저하가 이번 인사의 배경으로 꼽히는 만큼, 부총리 주도의 '원톱 경제 운용 방침'을 강조한 것이다.
당초 김 실장 인선을 두곤 '숨은 실세가 전면에 나섰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부동산 정책의 책임자이자 비(非)경제전문가라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포용국가 정책의 설계자인 그가 기용된 건 기존 정책기조를 유지하겠다는 뜻이자, 청와대 주도의 정책운용을 상징하는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김 실장은 이를 감안한 듯 자신의 역할을 '정책 주도자'가 아닌, '조율자'로 규정지으며 자세를 낮췄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은 제게 '사회·경제 정책의 통합적 운영'이라는 방향을 가져갔으면 좋겠다고 명확하게 말했다"며 "경제 운용에 있어선 부총리에게 확실히 힘을 실어달라는 의미로 봤다"고 했다.
그러면서 "제가 경제학을 했다, 안 했다는 방식의 논의는 적절하지 않은 것 같다. 청와대 안에도 일자리, 경제수석 등 전문가들이 있다. 저는 이 분들이 과감하게 현업, 현장에서 내각과 함께 일을 할 수 있도록 뒷받침을 하면서 전체 국정과제 차원의 조율을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홍 후보자와 김 실장은 경제 상황에 대해선 낙관론도, 비관론도 취하지 않은 채 마찬가지로 일치된 목소리를 냈다. 홍 후보자는 "경기 하방 위험성, 침체, 위기 이야기가 있을 수 있다"면서도 "본격적으로 위기, 침체라는 판단은 성급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 실장도 "하방 압력이 높아진 건 분명한 사실이다. 대외환경의 불확실성이 누적되고 있는 것 또한 분명한 사실"이라면서도 "경제가 위기냐, 아니냐고 말하는 건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제 해법을 놓곤 정책 방향은 유지하되, 방법론에 대해선 고민이 필요하다는 견해도 다르지 않았다. 김 실장은 "소득주도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는 어느 하나 분리할 수 없는 패키지다. 그 안에서 속도나 성과에 차이가 있을 순 있지만, 큰 틀의 방향에 대해선 수정할 계획은 없다"면서도 "속도와 균형에 대해서 염려가 있을 것이다. 여기에 대해선 신임 부총리가 지휘봉을 갖고 잘 이끌어줄 것"이라고 했다.
홍 후보자는 "(최저임금 공약의 경우) 대통령이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언급했으므로 이미 속도 조절이 됐다고 생각한다"면서 "어떻게 (속도 조절을) 할지가 과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의 같은 인식을 두고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보다 속도감 있게 실행될 것이라는 기대도 있는 반면, 야당은 여전히 김 실장이 실질적 '원톱'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며 그를 집중 겨냥했다. 자유한국당은 이날 경질된 김동연 부총리 대신, 김 실장이 국회에서 예산안 관련 질문을 받아야 한다며 견제구를 날렸다.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는 나아가 "부총리와 정책실장이 원팀이라고 말하지만, 김수현 원톱인 것은 이미 틀림없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