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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 강국 스페인 울린 네덜란드의 '신의 한수'



인권/복지

    토마토 강국 스페인 울린 네덜란드의 '신의 한수'

    세계 1위 토마토 생산국 도약한 네덜란드의 비결은?
    흐린 날씨·부족한 일조량·소금 머금은 토지 악조건 극복
    온실유리판 조성 스마트팜이 토마토 강국도약 효자노릇
    온실가스·쓰레기 배출 최소화, 배지 재활용 등 환경 보존에 힘써
    국내 시사점, 스마트팜에 장애인 노동력 결합이 이상적 모델
    푸르메재단 "네덜란드 토마토월드 벤치마킹 푸르메에코팜 조성"

    글 싣는 순서
    ※이 글은 국내 발달장애 청년들의 자립에 필요한 '희망의 스마트팜' 조성을 위해 CBS와 푸르메재단이 함께 마련한 연속 기획입니다.
    ① '말아톤' 13년 후…고단한 삶속에 피워낸 작은 희망
    ② 아이에게 한시도 눈을 못 뗀 19년…발달장애 엄마들
    ③ 발달장애 청년 위한 일자리, 푸르메재단이 만듭니다
    ④ 늙어가는 엄마는 점점 겁이 납니다, 아들 때문에
    ⑤ "내 아이는 자기 집에서 살다가 죽으면 안 되나요?"
    ⑥ 35세가 되면 일터에서 밀려 집으로 쫓겨나는 그들
    ⑦ 10년간 10억 기부 기업인 "행복한 삶 비결은 나눔"
    ⑧ [르포] 발달장애 청년들 일터로 거듭난 여주 스마트팜
    ⑨ 농업을 통한 재활과 치유, 네덜란드 '케어팜'을 가다
    ⑩ 토마토 강국 스페인 '깜놀' 네덜란드 신의 한수, 韓 시사점은?
    (계속)


    네덜란드는 세계적인 농업선진국이다. 19세기 말부터 근대화를 추진하면서 농업은 네덜란드의 대표적인 산업으로 자리잡았다. 현재 세계 2위의 농업 수출국이자 네덜란드 전체 수출액 중 20% 가량을 농산물이 차지할 정도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농업에 적합한 나라는 아니다. 기온은 연중 온난한 편이지만, 바람이 많이 불고 땅은 소금을 가득 품어 척박하다. 국토 면적도 좁다. 농업 환경이 열악한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를 롤모델로 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테르담과 헤이그가 위치한 네덜란드 서부지역을 ‘웨스트랜드(westland)’라고 한다. 6천여 동의 유리온실이 모여 있어 '글라스시티'라고도 부른다. 해안가라 온도차가 적고 일조량이 풍부해서 시설농업에 최적의 환경을 자랑한다. 온실 상당수가 6ha(약 18,000평) 이상이다. 토마토월드로 가는 길, 반짝거리는 온실유리판으로 덮인 글라스시티의 모습이 유리조각보를 연상케 한다.

    80여 종의 토마토를 재배하는 네덜란드 토마토월드 전경. 사진=푸르메재단

     

    ◇ 토마토월드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토마토월드 입구에 마련된 전시실의 많은 정보와 인테리어 디자인, 다양한 소개 자료 등 방문자가 마주하는 곳은 간결하면서도 보는 이의 눈길을 끈다. 토마토월드의 가이드 매니저인 엘리자벳(Elisabeth)이 환한 미소로 우리를 맞이한다.

    엘리자벳은 마치 시골 할머니네 과수원에 놀러온 것처럼 첫 만남을 편안하게 해줬다. 토마토월드에서 직접 재배한 토마토와 채소를 푹 끓여 만든 토마토 수프와 샌드위치로 점심식사를 했다. 매우 신선하고 맛이 좋다.

    네덜란드는 매일 토마토 관련 음식을 먹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토마토 소비량이 많다. 튤립만큼 많이 재배하는 작물이다.

    ◇ 튤립만큼 많은 토마토

    네덜란드 내에 총 3곳의 토마토월드가 있는데, 총 규모가 50ha(약 15만 평)에 달한다. 일반토마토와 방울토마토 정도로 구분하는 한국과 달리 이곳은 모양과 색, 맛이 다른 80여 종의 토마토를 재배한다. 연간 생산량이 일반토마토 기준 70kg/㎡(미니토마토는 35kg/㎡) 정도다.

    유럽인들은 네덜란드의 토마토를 ‘인간의 작품’이라고 부른다. 초기 네덜란드의 토마토는 당도가 낮고 물이 많아 인기가 없었다. 전통적으로 유럽의 토마토 주산지는 스페인이었다. 스페인인들은 네덜란드에서 토마토를 키운다고 했을 때 비웃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것처럼 흐린 날씨, 부족한 일조량, 낮은 온도, 소금을 머금은 토지 등 토마토 재배에 최악인 조건을 극복하고 토마토 최대 생산국으로 우뚝 섰다.

    비결은 스마트팜이다. 첨단 스마트팜 기술로 토마토 재배에 최적화된 환경을 만들면서 생산량이 점차 증가했다. 생산이 안정되면서 시장이 커졌고 수요가 많아졌다. 더 맛있고 병충해에도 강한 토마토 품종을 계속 개발하면서 지금처럼 수십 종의 토마토를 보유하게 됐고 유럽 전역으로 수출한다. 과연 ‘인간의 작품’이라 할 만하다.

    네덜란드 남자 아이의 흔한 이름인 TOMMIES라는 브랜드로 판매되는 상품들. 사진=푸르메재단

     

    “토마토월드의 토마토는 ‘TOMMIES’라는 브랜드로 판매합니다. 생산량의 80%를 독일, 프랑스, 영국에 수출하고 있지요. 토마토 판매는 'Greenery(그리너리)'라는 별도 법인에서 맡습니다. 생산자와 판매자가 공동 설립한 협동조합으로 거래 규모가 네덜란드 전체 채소, 과일 매출의 절반에 이릅니다."

    네덜란드가 토마토 수출 1위국이 된 또다른 비결은 농가의 대규모화·시설첨단화와 병행해 진행한 개별 기능 전문화에서 찾을 수 있다.

    마케팅·유통 전문법인이 농작물을 브랜드화하고 적극적으로 마케팅해 브랜드 신뢰도와 제품의 가치를 높이는 일을 전담한다. 동시에 생산에서 소매까지 체계적인 판매망을 갖추고 품질관리, 마케팅·판매 전략을 일괄적으로 수립하는 시스템을 확립했다.

    ◇ 자연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을 필요로 한다

    “이 곳은 하루에 적게는 1~2팀, 많게는 10개 팀이 방문합니다. 스마트팜과 토마토에 관심있는 전세계인이 네덜란드에 오면 꼭 방문하는 곳 중 하나예요. 토마토 생산자, 소비자, 정책 담당자, 식품업계 관계자, 미디어 업체, 학생 등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이 방문합니다.”

    토마토월드는 네덜란드 토마토를 알리기 위해 홍보관과 컨퍼런스룸, 토마토온실을 함께 운영한다. 1인당 20유로의 체험비를 받고 체험프로그램을 진행하는데, 수익금은 다시 조합을 통해 지역 농민들에게 분배하거나 농민을 위한 수익사업에 재투자한다.

    방문자들은 직원의 설명과 함께 내부 전시물을 돌아보며 토마토와 네덜란드 시설농업에 대한 다양한 정보를 얻는다. 1시간 남짓한 컨퍼런스가 끝나면 방진복을 입고 토마토를 생산하는 유리온실을 구경한다. 교육시설과 정보센터가 함께 있어 외부 방문자뿐 아니라 농가들의 정보교류·협력의 장이 된다.

    전 세계 쓰레기 문제에 대해 설명하는 엘리자벳. 사진=푸르메재단

     

    네덜란드 농업의 중심축 중 하나는 환경보존이다. 네덜란드 농가는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물론 물을 아끼고 쓰레기 배출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끊임없이 연구하고 개선한다.

    자연과 인간이 공존하는 미래를 설명하는 동영상 한 편이 상영된다. 국제 환경보호단체(conservation international)가 제작한 작품으로 자연의 관점에서 환경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워주는 내용이다. 마지막 두 문장이 영상의 메시지를 압축한다. "NATURE DOESN'T NEED PEOPLE, PEOPLE NEED NATURE(자연은 사람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사람이 자연을 필요로 한다.)"

    토마토월드는 단순히 친환경으로 만든 토마토를 생산해 돈을 벌고자 하는 것이 아닌, 가장 자연친화적인 방법으로 작물을 키우고 자연의 순환법칙에 따르며 함께 살아가는 미래의 농업을 준비하고 있었다.

    ◇ 자연과 사람이 함께 만들어가는 작품

    전시관 한 편에 토마토 씨앗이 골드바(gold bar) 모양으로 전시되어 있었다. 이 씨앗은 가격이 1kg당 80,000유로(약 1억원)였다. 허니 토마토 같은 특별한 토마토는 1kg당 200,000유로(약 2억 6천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우수한 품종의 종자를 개발하고 확보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 실감했다.

    골드바(gold bar) 모양 토마토 종자. 사진=푸르메재단

     

    “네덜란드 농가는 10월경 종묘회사에 모종을 주문합니다. 12월경 배지에 옮겨 심은 토마토를 종묘회사로부터 전달받아 유리온실에서 토마토를 재배하기 시작하는데 보통 3월부터 10월까지 수확합니다.”

    토마토 재배에서 가장 중요한 건 기본배지다. 대부분의 농가가 ‘Rock-wool’이라는 암석으로 만든 암면배지를 사용하는데 사용 후에는 벽돌로 재활용한다. 재활용하는 건 배지만이 아니었다.

    항구도시인 로테르담은 산업시설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가 많다. 여기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파이프를 통해 유리온실로 운반해 사용한다. 환경을 해치는 온실가스를 오히려 생산에 필요한 자원으로 재활용하는 시스템이 인상 깊다.

    토마토월드는 온수파이프를 심어 순환시키는 지열에너지 난방을 한다. 지금은 깊이 2km정도 규모이지만 추후 4km까지 확장할 계획이다. 2004년부터는 재활용 장치를 도입해 농사에 사용했던 물을 정수해 재사용함으로써 하천 오염 예방뿐만 아니라 자원 효율성도 높이고 있다. 일반 토마토 농가에서 60리터의 물을 사용한다면 토마토월드의 온실에서는 단 4리터의 물만 쓴다.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환경보호를 위한 네덜란드 농가의 오랜 고민과 노력의 흔적을 느꼈다.

    토마토월드 내 유리온실은 1,400㎡로 소규모로 방문객들이 온실로 들어가 토마토 재배 과정을 지켜볼 수 있다. 온실에서 가장 먼저 들은 이야기는 바이러스의 위험성이다. 전 재배과정이 컴퓨터로 제어되는 스마트팜이지만 한순간의 부주의로 바이러스가 침투하면 순식간에 온실 전체로 전염될 수 있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만약 감염된 작물이 생기면 경제적 손실이 막대할 뿐 아니라 1년 농사가 헛수고가 될 수 있어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작동되는 토마토월드 유리온실. 사진=푸르메재단

     

    방문한 날은 외부 온도가 크게 덥지 않은 한국의 가을 날씨 정도임에도 온실 내부는 꽤 더웠다. 온실 속 작물이 폭염이 지속되는 한국의 여름을 견딜 수 있을까? 엘리자벳은 스마트팜 시스템으로 어느 정도 내부 온도를 통제할 수 있지만 그런 상황을 견딜 수 있는 품종을 선택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조언한다.

    토마토월드의 토마토 재배는 말 그대로 스마트했다. 병충해 방지를 위해 농약을 사용하지 않고 천적을 이용해 친환경 무농약으로 재배한다. 온실 바닥에는 온실파이프로 레일을 설치해 작물 운반 및 난방에 활용한다. 노동력을 최소화하기 위해 작업의 효율성을 높이려는 노력이 엿보였다.

    “1%의 햇빛이 1%의 수확량을 늘려준다”는 광량과 수확량의 비례법칙에 근거해 바닥을 하얀색으로 덮어 토마토의 착색을 진하게 하고 생산성을 높였다. 어느 것 하나 그냥 만들어진 것이 없다.

    ◇ ‘푸르메에코팜’은 어떤 모습일까?

    토마토월드는 레스토랑과 홍보전시관, 컨퍼런스와 교육프로그램, 체험까지 다양한 공간과 프로그램을 통해 방문객에게 자연과 농업을 이야기하며 지식분야로까지 확장해 탄탄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있다.

    사실 우리나라에서도 스마트팜을 이용해 토마토를 재배하는 곳이 많다. 토마토가 스마트팜에서 재배하기 가장 적합한 작물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환경을 잘 유지해주면 15~18미터까지 자라고 계속 열매를 생산한다. 다양한 요리에 사용되기에 활용도도 높은 편이다.

    장애인들의 자립을 위해 스마트팜 건립을 추진중인 푸르메재단의 푸르메에코팜이 재배 작물로 토마토를 적극 검토 중인 것도 이 때문이다.

    푸르메재단 정태영 실장은 "앞으로 지어질 푸르메에코팜에 사람들이 방문했을 때, 엘리자벳이 했던 그 프리젠테이션과 온실 안내를 장애청년이 해 줄 수 있다면 정말 멋질 것"이라며 "거기에 방문객이 다양한 체험과 신선한 식사를 할 수 있는 레스토랑과 카페를 만들어 장애청년들에게 다양한 업무를 선택할 기회가 주어진다면 그것만큼 멋진 일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토마토월드에서 재배되는 다양한 품종의 토마토들. 사진=푸르메재단

     

    푸르메재단은 앞으로 건립된 푸르메에코팜을, 자연을 소중히 여기며 함께 일하는 사람을 소중히 여기며 그렇게 함께 만들어가는 공간, 다양한 토마토의 모습처럼 다양한 우리들이 모여 함께 성장해가는 일터, 누구라도 땀 흘려 일한만큼의 대가를 받고 그보다 더 값진 성취감을 느끼는 정직한 일터로 조성해 간다는 계획이다.

    사실 장애인과 스마트팜 농업은 상호보완을 통해 멋진 성과를 만들 수 있는 조합이다.

    복잡하고 까다로운 농사의 과정은 스마트팜의 IT 시스템으로 보완하고 세밀한 사람의 손길이 필요한 부분에는 장애 청년들의 집중력과 성실함으로 보완할 수 있으니 얼마나 아름다운 만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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