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당'을 차지하고자 하는 인간들의 욕망이 역사 속에서 휘몰아친다.
주피터필름의 역학 3부작 '명당'은 천재 지관 박재상과 왕이 탄생할 천하명당을 차지하려는 이들의 대립과 욕망을 그려낸 작품이다. 세도 정치가 횡행하던 조선 말기를 배경으로 역사적 사건들이 허구적 인물인 박재상과 촘촘하게 맞물려 돌아간다.
무엇보다 이미 스크린과 브라운관 모두에서 연기력을 인정받은 조승우와 지성이 함께 합을 맞춘 영화라 눈길을 끈다. 천재지관 박재상 역을 맡은 조승우, 그리고 흥선군 역의 지성은 미묘한 갈등 관계를 증폭시키며 후반부로 갈수록 극에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지성은 11일 서울 강남구 메가박스 코엑스에서 열린 시사회 이후 이어진 기자간담회에서 "영화를 재미있게 봤지만 동시에 마음이 무거워졌다. 내 스스로를 잘 알기 때문에 내가 잘하는 점과 부족한 점도 안다. 이번 영화를 보면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더라. 풀륭한 스태프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어 공부를 하는 마음으로 '명당'을 선택했는데 정말 많이 배웠다"고 자신과 함께한 이들에게 고마운 소감을 전했다.
그가 연기한 젊은 시절의 흥선 대원군은 한국의 근현대사 속에 커다란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영화 속에 등장하는 그 어떤 실존 인물들보다 존재감이 클 수밖에 없다. 역사적으로도 평가가 엇갈리는 이 인물에 대해 지성은 어떤 무게를 가지고 있었을까.
그는 "흥선 대원군의 젊은 시절을 포용의 리더십이라고 생각하면서 저만의 이하응을 표현하려고 했다. 허구적 인물들과의 관계와 영화에서 드러난 사실들로 그의 의지를 보여주고 싶었다. 가슴이 아픈 부분도 있었다. 촬영 당시 우리나라도 병을 앓고 있었던, 힘들고 어려웠던 시기라 더욱 책임감을 갖고 연기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
그런가하면 조승우가 맡은 박재상 캐릭터는 끊임없이 땅의 기운을 읽으면서도, 권력다툼에 휘말려 '명당'과 '흉당' 사이에서 고뇌를 겪게 된다. 그러나 그는 이 영화의 초점은 '땅'이 아닌 '욕망'에 있다고 꼬집었다.
조승우는 "사실 땅이라는 소재를 빼도 무관하다. '명당'이라는 제목 때문에 땅에 대해 생각할 수 있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영화의 메시지는 인간이 가지지 말아야 할 욕망과 생각을 꼬집는다. 우리들로 하여금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올바른지 돌아보게 만든다"고 스스로 느낀 영화의 의미를 밝혔다.
'명당'은 앞선 '관상'과 '궁합'처럼 인간의 운명이 타고난다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땅을 뒤집어 엎더라도 인간의 의지만 있다면 운명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고 강조한다. 땅을 선택하느냐 아니면 포기하느냐에 따라 충분히 개인의 운명, 더 나아가서는 모두의 운명이 바뀔 수 있다.
박희곤 감독은 "'관상'과 '궁합'은 정해진 운명에 따라야 하는 이들의 이야기였다면 '명당'은 땅을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본인이 운명을 결정하는 이야기라서 관심이 생겼다"고 '명당'의 연출을 맡게 된 이유를 전했다.
'명당' 속 캐릭터들은 왜곡된 욕망에 인간다움을 잃고 오직 '땅'에만 매달려 비참한 결말을 맞이한다. 평생을 딛고 살아가야하는 땅에 인간이 도리어 묻혀버린 형국이다. 100년 전의 조선과 지금의 대한민국이 그리 다르지 않다.
박희곤 감독은 "사람들은 땅을 딛고 살아야 하는데 땅 밑에 매몰된 기운으로 살고 있다. 나와 내 가족보다 땅과 집이 더 중요하다. 가치관이 뒤바뀐 느낌이다. 감정이 없는 물체인데도 땅과 인간은 떨어질 수 없다. 기쁨을 주기도 하지만, 슬픔을 주기도 하는 존재가 바로 땅인 것 같다"라고 이야기했다.
추석을 맞아 펼쳐지는 '명당'은 오는 19일 개봉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