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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민 심사받는 제주 예멘인 일터서 폭행당해도 '쉬쉬'



인권/복지

    난민 심사받는 제주 예멘인 일터서 폭행당해도 '쉬쉬'

    [제주 예멘난민 5개월②] 예멘인에게 열악한 노동환경…일자리 적응 흐름도

    지난 5월 내전을 피해 제주에 들어온 예멘인 549명이 난민 신청을 한 이후 수용 여부를 두고 찬‧반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CBS노컷뉴스는 논란 5개월째인 예멘인들의 상황과 관계 당국 대응의 문제점을 3차례에 걸쳐 보도하고 있다. 7일은 두 번째 순서로 폭행당해도 버티는 예멘인들의 열악한 일자리 상황을 보도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제주 예멘 난민 거부감 속 포용…공존 가능성 봤다
    ② 난민 심사받는 제주 예멘인 일터서 폭행당해도 '쉬쉬'
    (계속)


    예멘인 무함마드(49)가 렌터카 차량을 청소하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제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이 정부의 인도적 지원으로 취업할 수 있게 된 이후 일터에서 폭행을 당하거나 열악한 노동 환경 때문에 도중에 일을 그만두고 있다. 한편에선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으며 정착하는 예멘인들도 있다.

    ◇ 두 달 사이 50여명 일 그만둬…폭행당해도 '쉬쉬'

    7일 제주출입국‧외국인청에 따르면 현재 제주체류 예멘인 460여 명 가운데 일을 하고 있는 예멘인은 모두 215명(46%)이다. 취업 지원이 처음 이뤄진 6월 중순 취업자가 272명이었지만, 두달여 사이 57명이나 줄었다.

    김상훈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국장은 "우리나라가 예멘보다 노동강도가 많이 센 편"이라며 "이런 가운데 특히나 노동환경이 열악한 1차 산업에 주로 종사하다보니 힘들어하는 예멘인들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따라 예멘 난민 신청자들은 현재 한국인 기피 업종인 농축산업, 어업, 요식업 등에서만 일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서귀포시 중문동 임시숙소에서 만난 무함마드(25)는 지난 6월 중순부터 10일 동안 어선을 탔다가 일을 그만뒀다. 현재 그는 다른 일을 알아보고 있다.

    무함마드는 취재진에게 "예멘에서는 8시간 정도 일했는데 여기서 배를 탈 때에는 잠도 제대로 자지 못한 채 하루 20시간을 일했다"며 힘없이 말했다.

    아무리(24)가 내전으로 총상을 입은 자신의 다리를 보여주고 있다. (사진=고상현 기자)

     

    사우디와 이란의 대리전으로 변질된 내전에서 강제징집을 거부하다 총을 맞았던 아무리(24)도 어선에서 9일 동안 장시간의 노동을 하다가 총상을 입은 다리의 통증이 심해져 일을 그만두기도 했다.

    일터에서 폭행, 폭언 등의 인권침해를 당해 일을 그만두는 예멘인들도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들 가운데 일부는 심한 폭행을 당해도 지금 진행 중인 난민 심사에 악영향을 줄까봐 신고를 철회하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 오후 4시쯤 제주시 한림읍 인근 해상에서 조업 중이던 예멘인 2명이 한국인 선원으로부터 폭행당했지만, 난민 심사 때문에 처벌을 원치 않아 종결됐다.

    앞서 지난 7월 10일에도 제주시 한림항 어선 작업장에서 예멘인 2명이 한국인 선장에게 일을 잘 못한다는 이유로 주먹으로 폭행당했지만, 경찰 고소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 내전 이후 어렵게 얻은 일…"한국인에게 감사"

    이처럼 열악한 노동 환경으로 도중에 일터를 떠나는 이들도 있지만, 자신에게 맞는 일자리를 찾아 정착하는 예멘인들도 생겨나고 있다.

    6월 중순부터 제주시내 한 렌터카 업체에서 세차 업무를 하고 있는 예멘인 알리(23)와 무함마드(49)는 현재 하고 있는 일에 만족해했다.

    무함마드는 지난 3일 취재진과 만나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어 슬프지만, 제주에서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준 한국 사람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이어 "예멘에 있었다면 군인들에게 살해당했을 것"이라며 "현재 가족들이 너무 보고 싶지만, 다시 만날 훗날을 생각하며 열심히 일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귀포시내 한 식당 주방에서 일하고 있는 예멘인들. (사진=고상현 기자)

     

    또 지난달부터 서귀포시 중문동의 한 향토음식점에서 일하고 있는 아무리(24)와 히샴(24)도 처음엔 설거지만 했지만, 지금은 조리까지 할 만큼 적응하고 있다.

    식당 대표 변모(41)씨는 "처음에 예멘인들을 선뜻 고용하기가 쉽지 않았지만, 함께 일하면서 보니 무슨 일을 하면 자기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할 만큼 열심히 한다"며 "곧 완공되는 2호점에도 예멘인들을 추가로 고용할 계획"이라고 했다.

    ◇ "일자리 현황 잘아는 제주도가 적극 나서야"

    현재 일부 예멘인들이 일터에서 적응하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의 예멘인들이 열악한 노동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쉽게 그만두는 등 구직에 애를 먹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직 난민 심사가 완료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이 일을 하며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도내 일자리 현황을 잘 아는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김상훈 천주교제주교구 이주사목센터 국장은 "현재 예멘인들에 대한 일자리 지원의 경우 시민단체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며 "가령 장기간 노동이 힘든 예멘인들을 위해 4.3 공원 잔디 고르기 등 시간제 일자리 사업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렇게 제한적이나 시민단체에서 하고 있는 일자리 사업들을 지역 특색과 일자리 현황을 잘 아는 제주도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맞춤형으로 지원해준다면 현재 예멘인들이 겪고 있는 구직 활동의 어려움을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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