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격황제 진종오 (사진=대한사격연맹 제공)
진종오(39·KT)가 아시안게임의 악몽을 뒤로 하고 비로소 환하게 웃었다.
진종오는 6일 오후 창원국제사격장에서 개최된 제52회 국제사격연맹(ISSF) 창원 세계사격선수권대회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 끝에 아르템 체르노우소프(러시아)를 제치고 금메달을 차지했다.
진종오의 첫 발은 9.4점, 두 번째 발은 8.4점이었다. 시작하자마자 전체 8명 중 8위에 머물렀다. 반면, 체르노우소프는 첫 10발을 평균 10.4점 이상으로 쏴 1위를 예약한듯 보였다.
진종오는 "초반에 8등으로 처진 순간 내가 또 이렇게 되는구나 하는 생각에 그때부터 긴장이 풀렸고 많이 내려놨다"고 말했다.
진종오는 보란듯이 이겨냈다. 10발 이후에는 2발씩 쏠 때마다 최하위가 탈락하는 엘리미네이션 게임 방식으로 진행된다. 진종오는 탈락 위기에 몰릴 때마다 고득점을 쏴 위기에서 벗어났다.
진종오의 상승세와 체르노우소프의 막판 부진이 겹치면서 진종오는 극적으로 승부를 뒤집었다. 진종오는 마지막 발에서 한때 6점 이상 벌어진 점수차를 241.5점 동점으로 되돌렸고 슛오프에서 10.3점을 기록, 9.5점에 그친 체르노우소프를 제치고 환호했다.
진종오는 "아시안게임 때 좋은 성적을 못 내서 심적으로 많이 힘들었다. 4년 주기로 열리는 이번 세계선수권이 아시안게임과 마찬가지로 마지막 대회가 아닌가 생각해서 힘들게 경기했는데 좋은 결과를 얻어 기쁘다"고 했다.
진종오는 지난달 2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공동 개최 도시인 팔렘방에서 열린 대회 사격 남자 10m 공기권총 결선에서 제 기량을 선보이지 못하며 5위에 머물렀다.
주최 측의 어이없는 대회 진행 때문에 결선을 앞두고 집중력에 방해를 받는 불운을 겪었다.
각 선수들은 결선을 앞두고 시사(연습 사격)을 한다. 이를 통해 영점을 조율하고 감을 찾는다. 그런데 진종오는 시사 마지막 발이 어디에 맞았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모니터 문제로 스크린에 점수가 표시되지 않은 것이다.
진종오는 즉각 항의했다. 이런 일이 벌어지면 모니터를 수리한 뒤 피해를 본 선수가 충분히 감각을 되찾고 심리적 안정을 회복할 때까지 시사 기회가 주어진다. 그런데 주최 측은 진종오에게 단 1발의 시사 기회만을 주고 곧바로 경기를 시작했다.
대한사격연맹 관계자는 "대회의 운영 미숙으로 인해 진종오가 초반부터 심리적으로 영향을 받았다"며 안타까워 했다. 당시 현장 관계자에 따르면 진종오는 눈물을 흘리며 사격장을 떠났다.
진종오의 몸 상태도 대회에 악영향을 끼쳤다.
진종오는 "아시안게임 때 운이 없었다고 자꾸 얘기하게 되는데 다른 음식도 안 먹고 들은대로 양치도 생수로 했는데 장염에 걸렸다. 너무 속상했다. 5일동안 너무 고생했다. 준비를 열심히 했는데 한순간에 무너지니까 너무 속상했다"고 말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대회 기간에 장염에 걸린 선수는 너무나 많았다. 진종오는 특히 상태가 더 안 좋았던 것으로 보인다. 올해 아시안게임은 이래저래 진종오에게 잊고 싶은 기억으로 남았다.
그 기억을 창원에서 보란듯이 날려버렸다. 안방에서 열린 대회인만큼 편안하게 경기에 임할 수 있었다. 진종오는 입상의 비결을 묻는 질문에 "창원시가 우리 메달을 만들어줬다"고 웃으며 답했고 대회 관계자 사이에서 박수와 함성이 터져나왔다.
이어 진종오는 "시설도 좋고 선수가 훈련할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줬다. 그래서 좋은 성적이 나왔다"며 창원시와 대회 조직위원회에게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