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면 스릴러 영화들이 찾아온다.
올 여름에는 '목격자'를 제외하면 대작들 경쟁으로 스릴러 영화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그런 관객들의 목마름을 해갈해 줄 국내외 스릴러 영화들이 개봉하는 것.
가장 먼저 관객들을 만나는 영화는 오늘(29일) 개봉한 '서치'다. 실종된 딸을 찾는 아버지가 구글, 페이스북, 유튜브 등에서 딸에 대한 놀라운 진실을 마주하는 이야기를 그린다.
SNS 스릴러를 표방하는 '서치'는 우리가 쉽게 접할 수 있는 컴퓨터와 그 안의 콘텐츠로 긴장감 넘치는 서스펜스를 선사한다. 컴퓨터 화면을 통해 펼쳐지는 배우들의 연기는 누구나 겪는 일상을 연상시키며 현실감과 몰입감을 더한다.
구글에서 근무한 경력이 있는 아니쉬 차간티 감독은 "우리가 매일 소통하고 사용하는 노트북, 휴대폰 등 기기들을 활용해 스토리텔링을 하고 싶었다. 그걸 어떻게 사용하는지 누구나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관객들에게 친숙할 거라고 생각했다"고 이 같은 연출 기법의 이유를 밝혔다.
'스타트렉' 시리즈로 국내에 두터운 팬층을 가진 존 조를 비롯해 한국계 배우들로만 캐스팅이 이뤄진 것도 눈여겨 볼 점이다. 한국계 미국인인 존 조가 주인공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한국계 미국인 배우들로 가족 캐릭터들이 구성됐다.
이에 대해 존 조는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이렇게 할리우드 영화에 캐스팅되기도 쉽지 않은데 가족 전체가 화목한 모습으로 그려졌다. 보통 한국계 미국인 배우가 영화에 등장하면 가족으로부터 멀리 떠나는 설정이 많다. 그런데 이번 영화에는 가족으로서 그들의 전체적인 모습을 담은 게 자랑스러웠고 뭉클했다"고 심경을 밝힌 바 있다.
9월 19일에 개봉하는 '더 넌'은 할리우드 공포 스릴러 영화의 역사를 다시 쓴 '컨저링' 시리즈의 스핀오프 영화다. 일명 '컨저링 유니버스'라 칭해지는 세계관 속에서 이번에는 '컨저링 2'에 등장한 수녀 악령 발락의 기원을 다뤘다.
아이린 수녀와 버크 신부는 젊은 수녀가 자살한 사건을 의뢰받아 루마니아의 한 수녀원으로 향하고, 그곳을 조사하면서 충격적인 악령의 실체와 마주하게 된다.
기괴하고 음산한 미스터리를 극대화시킨 '컨저링' 시리즈의 분위기를 어떻게 이어갈지 궁금증을 자아낸다.
'컨저링' 시리즈로 잘 알려진 제임스 완 감독이 제작에 참여했고, '컨저링'의 주역 베라 파미가의 동생인 타이사 파미가가 아이린 신부 역을 맡아 영화를 이끌어 나간다.
10월에는 김윤석과 주지훈의 영화 '암수살인'이 개봉한다.
'암수살인'은 2010년 부산에서 일어난 실화를 바탕으로 하며 추가적인 살인사건을 자백하는 살인범 태오(주지훈 분)와 그의 자백을 믿고 끝까지 피해자를 찾아 나서는 형사 형민(김윤석 분)의 이야기를 담았다.
관전포인트는 무엇보다 김윤석과 주지훈의 밀도 높은 심리전이다. 전혀 다른 지점에 서 있는 두 캐릭터가 어떤 식으로 팽팽한 긴장감을 형성해 나갈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범인에 초점을 맞췄던 그간의 범죄 스릴러물 영화들과 달리 피해자와 사건에 중점을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김윤석은 "범죄자가 아닌 피해자를 초점에 둔 사건의 접근 방법이 좋았다. 범인을 체포했다고 영화가 끝난 게 아니라 피해자를 다 밝혀내야 온전히 끝나는 것에 중점을 뒀다"고 영화의 차별점을 밝혔다.
삭발까지 하며 캐릭터에 몰입한 주지훈 역시 실제로 부산 토박이 버금가는 사투리를 구사하면서 살인범 태오의 미스터리한 심리를 연기했다는 후문이다.
한 배급사 관계자는 "보통 여름이 스릴러물에 어울리는 계절이지만 이번 여름에 유독 대작 경쟁이 심해, 여름 끝물과 추석 성수기 사이 다양한 장르 영화들이 개봉하고 있는 추세"라며 "마니아들이 기다려 온 '컨저링' 스핀오프 영화 '더 넌'이나 새로운 스릴러를 시도한 '서치' 등 특색 있는 공포 스릴러 영화들이 눈에 띈다"고 스릴러 영화들의 가을 개봉 이유를 설명했다.
스릴러에 어울리는 여름은 이미 지났지만 이들 영화들이 탄탄한 만듦새로 관객들을 사로잡을 수 있을지 그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