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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 수정봉에 뜬 무지개…"누님보니 어머니가 살아오신 듯"



통일/북한

    금강산 수정봉에 뜬 무지개…"누님보니 어머니가 살아오신 듯"

    이산가족들, 개별상봉과 도시락 점심하며 오붓한 시간보내
    북측 가족들 선물꾸러미 들고 객실 입장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2차 이산가족 상봉 현장. (사진=박종민 기자)

     

    금강산에서 열리고 있는 2차 이산가족 상봉 이틀째인 25일 남북의 이산가족들은 객실에서 오붓한 개별 만남을 갖고, 도시락으로 점심을 함께 먹었다.

    이날 만남을 하늘도 축복하는 듯 멀리보이는 금강산 수정봉 언저리에는 이른 새벽에 무지개가 떴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개별 상봉을 위해 북측 가족들은 9시 55분부터 금강산 호텔로 들어서기 시작했다. 손에는 1차 때처럼 북한 당국이 준비한 공식 선물 가방과 본인들이 직접 준비한 개성고려인삼차, 천연꿀, 고려인삼술 등 선물 꾸러미가 들려 있었다.

    90살 노모(리숙희)를 모시고 온 북측 김영길(53)씨는 "기쁩니다. 한번이 아니고 북남이 모여 사는 영원한 순간이 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씨는 가족사진 액자를 들고 입장했다.

    북측 할머니 한명은 구급차를 타고 도착해 북측 의료진들의 부축을 받고 남측 가족들이 기다리는 객실로 들어가기도 했다.

    이날은 전날과 달리 가족들과만 오붓한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생각에 남측 가족들은 이른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전날 감격적인 첫 만남때 오갔던 대화를 떠올리며 북측 가족들을 기다렸다.

    객실에서 북측 형(한상이·86)을 기다리던 동생 한상엽(85) 할아버지는 "제사를 지냈다는 얘기를 했더니 형이 웃으면서 산 사람 제사를 지내줬으니 오래 살겠다'는 말을 했다"고 소개했다.

    '제21차 이산가족 상봉행사'(2회차) 첫날인 지난 24일 오후 강원도 고성군 금강산 이산가족면회소에서 우리측 임춘식(81) 할아버지와 북측의 형 임기산(87) 할아버지가 식사를 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한 할아버지는 이산가족 상봉 대상자로 선정됐다는 통보를 받기 3일전에 형이 죽은 줄 알고 제사를 지냈었다.

    상봉 직전에 세상을 떠나 남측 가족을 만나러 오지 못한 사연도 전해졌다.

    90년대 방북 이후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고 고초를 겪은 송유진(75) 할아버지는 전날 북측 동생(송유철·70)을 만나 어머니가 자신의 방북 1년 후 북한 당국의 배려로 고향인 개성으로 이사가게 된 것에 감격한 나머지 쓰러져 돌아가셨다는 황망한 소식을 들었다.

    또 북측 누이는 남편이 상봉 직전에 갑자기 뇌출혈로 쓰러져 세상을 떠나면서 충격을 받고 원래 지병도 있던 터라 막판에 만남을 취소했다는 안타까운 소식도 접했다.

    북측 외삼촌(윤병석·91)을 만난 심인자(76) 할머니는 "외삼촌을 만난 게 너무 기뻐서 어제 밤 한숨도 못잤다"며 "저녁 만찬할 때도 돌아가신 어머님이 생각나 마음이 뭉클했다"고 말했다. 심 할머니는 그러나 "외삼촌이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너무 정정해서 마음이 놓였다"며 "하지만 내일 아침이면 다시 기약없이 헤어져야 할 것을 생각하면 마음이 무겁다"고 덧붙였다.

    "누님을 만나보니 어머니가 다시 살아 돌아오신 것 같다"

    개별상봉을 앞둔 황보구용(66)씨는 전날 북측의 이부(異父)누님(리근숙·84)을 만난 .감동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듯 누나와 나눴던 여러 이야기를 전했다.

    황보씨는 "누나가 생김새 뿐 아니라 행동거지, 말투 등 모든 게 어머니와 닮았다"며 "어머니가 손재주가 좋았는데 누님도 손재주가 좋아 자기 옷을 만들어 입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황보씨 가족은 생전 어머니의 유언에 따라 이날 누나가 북한으로 가기 전에 직접 뜬 작은 자수 조각을 전해줄 예정이다. 색은 누렇게 바랬지만 누나의 손때가 묻은 물건이라 가족들은 70년 가까이 고이 간직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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