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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무에서 톱까지 10년, "발레는 해도해도 만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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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무에서 톱까지 10년, "발레는 해도해도 만족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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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발레人 인터뷰] 강미선 유니버설발레단 수석 발레리나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발레리나, 발레리노들의 땀은 그대로 문신처럼 몸에 세밀한 근육으로 새겨진다. 유니버설발레단을 이끄는 수석 발레리나 강미선은 철갑 같은 단단한 근육을 지니고 있다. 올해로 36살, 스무살에 유니버설발레단에 들어온 그녀가 16년간 흘린 땀과 노력의 결과물이기도 하다.

    군무로 시작해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가며 정상에 오른 '대기만성' 발레리나 강미선을 지난달 26일 서울 광진구 유니버설발레단에서 만났다. 강미선은 발레단 내에서 후배들에게는 존재 자체로 희망이 되고 있다.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을 뿐이라는 강미선. 최근 사랑에 올인하는 돈키호테의 여주인공 '키트리'역에서 절정의 기량을 뽐낸 그녀지만 인터뷰 내내 겸손함이 묻어났다. 근육만큼이나 단단해진 내면이 그녀의 성공 비결인 듯 했다.

    ▶ 돈키호테가 성공적으로 끝났다. 두번의 공연에서 각각 다른 상대와 호흡을 맞췄는데 어땠나?(강미선은 첫번째 공연에서 남편인 콘스탄틴 노보셀로프와, 두 번째 공연에서 몽골 출신 무용수 간토지 오코비얀바와 주역으로 호흡을 맞췄다)

    - 돈키호테의 키트리역은 힘이 넘치는 캐릭터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작품이라 즐겁게 했다. 남편과는 서로 눈빛만 봐도 통하는게 있고, 몽골 무용수 간토지도 탄탄한 실력에 파트너십이 좋아서 큰 걱정은 안했다. 다만, 대관이 하루 전에 돼서 무대 리허설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다행히 공연이 잘 된 것 같다.

    ▶ 돈키호테 3막의 연속 턴에서 파워와 속도나 대단했다. 기량이 정점을 찍은 느낌이 드는데 본인이 느끼기에 올해 발레는 어땠나?

    - 아주 잘하고 있다고는 만족하기 힘들다.(웃음) 계속 항상 아쉬운 것 같다. 좀더 신경쓸걸, 잘해볼걸 하는 아쉬움이 항상 있다. 그래서 더 열심히 하게 되는 것 같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발레슈즈를 신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발레가 만족이라는게 없나 보다.

    - 연습을 하면 좋은 컨디션일땐 너무 잘될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너무너무 몸이 무거울 때가 있다. 매번 100% 잘할 수 없다. 약간씩 기복이 있다. 무대에서도 관객들 에너지와 호응에 따라서도 많이 달라지기 때문에 항상 같지는 않다. 그렇지만 확실히 무대에서는 아드레날린이 더 나온다. 관객들과 함께 한다는 느낌 때문에 연습실에서보다 신나고 힘을 많이 받는다.

    ▶ 올해로 발레단 입단 16년이 됐다. 주연은 언제부터 맡았나?

    - 수석무용수로 승급이 된 건 2012년이다. 딱 10년 걸려서 됐다. 그 전에도 솔리스트 하면서 주연 역할을 한게 더러 있었다. 솔직히 6년전 수석으로 승급했을 때는 솔리스트 자리에 만족하고 있을 때여서 전혀 기대하지 않았던 승급이었다. 남편과 함께 승급이 됐는데 저도 남편도 전혀 예상 못해서 굉장히 놀랐다.

    ▶ 군무 생활은 얼마나 한 것인가.

    - 군무를 거의 4년~5년 했다. 데미솔리스트, 솔리스트, 시니어솔리스트 그리고 수석무용수를 했다. 따지고 보면 발레단의 연수단원부터 시작해서 준단원 정단원까지 모든 단계를 거쳐왔던 것 같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그런 경우는 드문 것으로 아는데.

    - 실력이 뛰어난 친구들은 바로 솔리스트로 입단하는 경우도 많다. 아니면 1년씩 짧게 올라가거나 승급이 빠른데 저는 드문 케이스이다. 사실 제가 통통하고 못해서 그렇다. 입단시에는 더 통통했었다. 지금도 발레리나 하면 떠오르는 갸녀린 선이나 몸매가 아니라 근육도 많고 몸집도 있다. 그래서 컴플렉스이긴 하다. 여자 무용수들 워낙 가늘고 예쁜 친구들이 많아서. 근육 운동을 따로 안하는데도 그렇다. 조금 속이 상하다. 조금만 움직이면 근육이 팍팍 생기는 타입이다. (웃음)

    ▶ 덕분에 엄청난 파워를 내지 않나?

    - 필요할 때도 있더라. 근육이 없으면 금방 지칠 것 같다는 느낌도 든다.

    ▶ 발레단에서 가장 힘들었던 때는 언제인가.

    - 원했던 역을 못받았을 때나 새로운 사람들이 갑자기 캐스팅이 될 때 혼자 많이 상심을 했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간이 필요할 때도 있고, 제가 부족하거나 안 어울리는 뭔가가 있었을텐데 그 때는 어릴 때라 생각을 못했다. '잘 할 수 있는데 왜 역할을 안주지' 하는 생각 때문에 혼자 힘들었던 것 같다.

    ▶ 어떻게 극복했나?

    - 그럴 때마다 생각을 바꿔서 '아직은 부족하니까, 그 단계가 아니라 못 받았겠지' 하고 계속 노력을 하고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다보니 나중에 원했던 역할을 받았을 때 기쁨이 더 크게 오더라. 처음부터 이것저것 다 받았으면 자만하거나 나태해졌을텐데 그런 게 약이 돼서 저 자신에 대해 더 생각을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엄청난 마인드콘트롤을 해야할 것 같다. 비법이 있나?

    - 주눅이 들때는 연습실 거울만 봐도 더 못나보이고 뚱뚱해 보이고 되던 동작도 안 된다. 그럴 때는 한발짝 쉬어 다른데서 공기를 쐬거나 다른 공연을 보거나, 시외로 나가서 생각을 정리하면 활기가 돌아오는 것 같다.

    ▶ 발레단 생활을 하면서 가장 기뻤던 순간은?

    - 너무 많은데. 음…선생님들한테 칭찬받을 때. (웃음) 오네긴이나 모던 발레 작품들을 할때 외국에서 연출가들이 오는데 그분들이 칭찬해주고 하면 기분이 좋아지더라.

    ▶ 해외로 진출하는 발레인들이 많은데, 국내에서만 계속 활동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은 없나?

    - 솔직히 슬럼프가 몇년 단위로 올 때 다른 해외 발레단에 문을 두드려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럴 때마다 '국내에서도 잘 못하고 있는데 해외가서는 더 쟁쟁한 무용수들 틈에서 내가 감히 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서 포기를 하게 되더라. 국내에서라도 더 자리를 잡고 열심히 해서 아름답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여드리자. 더 좋은 발레리나가 되자는 생각으로 나를 계속 다졌던 것 같다. 그러다보니 16년이 흘렀다.

    ▶ 세월이 흐르면서 실력이 향상한 것이 느껴지나?

    - 돈키호테 키트리역을 10년 전 처음 맡았을 땐 테크닉에 신경쓰느라 몸에 힘이 잔뜩 들어가서 3막에서 힘들었다. 지금은 확실히 여유가 생겼다. 마임 할때도 여유롭게 하고 편해졌다.

    ▶ 하루 연습량은 어떤가?

    - 수석 무용수로 승급한 뒤에는 솔리스트나 코드발레 때보다는 절대적인 연습양은 줄었다. 대신에 인대 강화를 위해 필요한 운동 하거나 다른 팀들이 어떻게 하는지 같이 보면서 음악을 듣고 아이디어를 짜기도 한다. 발레단에는 오래 남아있는 편이다.

    유니버설발레단 수석무용수 강미선이 26일 오후 서울 광진구 유니버셜아트센터에서 CBS노컷뉴스와 인터뷰 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 발레 단원들이 미선 씨를 보고 희망을 얻는 것 같다.(군무에서 정상에 오른 미선 씨는 그 자체로 후배들에게 롤모델이 되고 있다)

    - 어제는 한 친구가 손편지를 써서 맛있는 쿠키와 함께 선물로 줬다. 저도 후배들이 힘든 것을 너무 잘 아니까 마음이 간다. 주역은 공연을 많이 해봤자 2~3번이지만 코드발레나 솔리스트는 매일같이 낮밤으로 공연하는걸 아니까 후배들에게 더 신경을 쓰게 되는것 같다. 후배들이 오히려 저를 많이 챙겨준다. 제가 챙김을 많이 받는다. 너네들 힘든데 나까지 챙기냐고 하고, 서로서로 힘이 되고 있다.

    ▶ 올해 만으로 35살이다. 발레리나로서 적지 않은 나이인데 향후 계획은?

    - 발레라는게 수명이 길지 않아서 맺음을 생각하면 가슴이 아프고 먹먹하다. 사실은 '조금만 더하고 마무리 해야지'하는 생각을 오래전부터 했다. '2년, 3년만 더해야지' 생각한다. 오래오래 춤춰야지 하는 생각은 없다. 목표를 짧게 잡고 그 안에 최대한 할 수 있는 만큼 최상의, 최고의 모습으로 해야지 생각한다. 목표를 길게 잡지 않는다. 해도 2~3년? 근데 이러다 또 언제까지 할지는 모른다. (웃음) 사실 큰일났다. 3년 뒤에 뭘해야할지. 지금 빨리 생각해야하는데. (웃음) 그냥 하루하루 열심히 하고 있다.

    ▶ 발레의 매력은 뭘까?

    - 영화나 드라마는 한 캐스트로 가는데 발레는 한 작품에도 여러 캐스트들이 개성을 보여줘서 재미가 다른 것 같다. 마니아 분들은 매 캐스트를 다 챙겨보는 분들이 많다. 캐스트마다 테크닉이나 스토리가 조금씩 달라서 그런 부분에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또 클래식, 네오클래식, 드라마, 모던 발레 등 장르별로 매력이 다르다. 발레의 매력은 끝이 없는 것 같다.

    ▶ 어떤 발레리나로 기억되고 싶은지?

    - 작품 안에서 정말 그 작품 속으로 빠져들게 할 수 있는 강미선이 되고 싶다. 한 색깔이 아니라 어느 작품이든 배역에 따라 변하는 무용수를 꿈꾼다. 관객분들이 작품에 빠져들 수 있도록 베테랑 연기자처럼 춤추고 싶다. 무대 안에서 황정민 배우 같은 발레리나였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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