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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현장에서 나는 염전밭 노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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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라마 현장에서 나는 염전밭 노예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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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BC '이리와 안아줘', tvN '아는 와이프' 등 현장 스태프들의 고백
    24시간 초장시간 노동은 예사…찜질방 1시간 휴식 후 연속 촬영 돌입
    "개선 대책 약속해도 지켜지지 않아…주 68시간 보장 가이드라인 세워라"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탁종열 소장. (사진=유원정 기자)

     

    "나는 염전 노예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뿐입니다."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현장 스태프 편지 中)

    20일 오후 MBC 새 수목드라마 '시간' 제작발표회로 북적이는 서울시 상암동 MBC 신사옥 로비에 한 남자가 알록달록한 피켓을 들고 홀로 서 있었다. 피켓에는 'MBC 수목 미니시리즈 <시간> 참여해 주세요! 노동인권이 있는 드라마 현장'이라는 문구가 보였다.

    1인 캠페인의 주인공은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 탁종열 소장이다. 여전히 주 68시간 이상 초장시간 근무에 시달리는 스태프들의 인권 보장을 위해 직접 나섰다.

    한빛미디어노동인권센터는 지난해 방송 현장에서의 과도한 업무와 부조리한 고용형태 등으로 생을 마감한 고(故) 이한빛 CJ E&M PD의 정신을 실현하기 위해 세워졌다. 방송사 및 미디어산업에 근무하는 비정규직, 취약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와 방송제작환경 개선을 목적으로 활동한다.

    이날 열린 긴급 기자회견에서 탁 소장은 '시간'의 전작인 MBC 수목드라마 '이리와 안아줘'와 방송을 앞둔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스태프들이 보낸 편지를 공개했다. 두 스태프들의 편지에는 고(故) 이한빛 PD의 무고한 죽음 이후에도 전혀 바뀌지 않는 드라마 현장 실태에 대한 고발이 담겨 있었다.

    지난 19일 종용한 '이리와 안아줘' 스태프는 편지를 통해 "MBC에서 '이리와 안아줘'를 촬영 중인데 하루 1시간도 잠을 못잔다"면서 "내 지원촬영은 끝났지만 여기 남아있는 사람들이 이런 식으로 계속 촬영을 해야 한다는 것이 분하고 안타까운 마음에 글을 남긴다"라고 편지를 보낸 이유를 밝혔다.

    증언에 따르면 이 스태프는 7일 오전 6시에 집합해 다음 날인 8일 오전 6시에 촬영을 종료했다. 이후 약 1시간 정도 찜질방에서 씻을 시간을 가진 다음 다시 촬영에 들어가 9일 오전 3시 경 촬영이 끝났다. 찜질방에서 쉰 1시간을 뺀다면 연속 44시간 노동을 한 셈이다. 10일 촬영이 재개된 후에도 이와 유사한 상황이 계속 반복됐다.

    이 스태프는 "MBC 사측에 이야기를 한 후에도 현장의 연출은 아무것도 바뀌지 않았다. 적어도 연출자가 긴장이라도 하고, 조금이나마 이런 식의 촬영이 잘못임을 인지하고, 스태프들에게 미안한 마음이라도 갖기를 바랐다. 그러나 오히려 마지막 장면을 촬영하며 해 뜨니까 세팅 좀 빨리 하라고 닦달을 했다"고 변하지 않는 현실을 지적했다.

    오는 8월 1일 방송하는 지성과 한지민 주연의 tvN 드라마 '아는 와이프' 제작 현장 또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편지를 작성한 스태프는 스튜디오드래곤과 초록뱀미디어가 공동 제작하는 이 드라마의 현장을 '노예들이 일하는 염전밭'으로 표현했다.

    이 스태프는 "드라마 스태프들은 사람이 아니냐. 현장은 너무나 열악하고, 인권이 무시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계속 이어지고 있다. 1시간 쪽잠에 20시간 이상의 노동, 급여는 하루치"라며 "열정의 값이라고 생각했지만 남은 것은 잃어가는 건강과 멀어지는 가족들 뿐이다. 내 시간을 올곧이 투자해 얻은 것은 '염전밭 노예보다 못한 대우를 받는다'는 생각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똑같은 컷을 하루에 두세번씩 찍은 줄도 모르고, 준비도 제대로 못해 현장이 무효돼서 매번 3~4시간 촬영 연기돼도 스태프들의 기다림이 당연하다. 이렇게 우리를 부리는 제작사 PD들의 갑질에 넌덜머리가 난다"라고 초장시간 노동을 당연시 여기는 현장 PD들의 인식을 폭로했다.

    스튜디오드래곤과 초록뱀미디어는 이미 '나의 아저씨'에서도 현장 스태프들 초장시간 노동 문제로 이를 개선하겠다는 약속을 했고, 실제 약속을 지키는 일환으로 드라마를 결방했다. 그러나 새로 시작된 '아는 와이프' 제작 현장에서는 또 다시 이런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탁종열 소장은 "'나의 아저씨' 촬영 당시 '이대로 촬영하면 죽을 것 같다'는 스태프의 제보로 CJ E&M을 통해 두 제작사를 만났을 때 개선대책에 합의하고 스태프 인권 보장을 하겠다고 했지만 여전히 똑같은 문제가 계속되고 있다"면서 "CJ E&M 드라마에 이런 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큰 문제다. CJ E&M은 고(故) 이한빛 PD 죽음 이후에 유족과 시민사회에 약속했던 사안들을 지켜야 한다. 이를 위해 다음주에 대표이사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최근 SBS가 발표한 현장 가이드라인을 예시로 들며 "SBS가 발표한 현장 가이드라인은 300인 이상 사업장, 근로자성, 정규직 등과 무관하게 제작 현장의 모든 스태프들에 대해 주 68시간 노동시간 보장 원칙을 내세웠다. 아마 현실 적용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지만 모든 방송사들에서도 이에 상응하는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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