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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조민수 "총맞는 여자 배우들, 더 많아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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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녀' 조민수 "총맞는 여자 배우들, 더 많아져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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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4년 만에 복귀한 조민수가 닥터 백이 되기까지
    "박훈정 감독은 '소년' 같은 사람…사람 대하는 마음 예뻐"

    영화 '마녀'에서 뇌분야 최고권위자 닥터 백 역을 연기한 배우 조민수. (사진=엔터스테이션 제공)
    영화 '마녀'의 뇌분야 최고권위자 닥터 백은 원래 남성 캐릭터로 설정됐던 인물이다. 조민수는 그 벽을 뛰어넘어 인간병기를 탄생시킨 영화의 유일한 '사람'이자 복합적인 인물로 영화 속에 자리잡았다. '마녀'는 4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그의 역량을 가감없이 드러낸 작품이다. '칼을 갈았다'는 것이 느껴질 정도로 조민수는 닥터 백 그 자체였다.

    "아마 닥터 백이 다른 캐릭터들처럼 능력자라면 쉬웠을 거 같아요. 그렇다면 얘가 어떤 행동을 해도 사람들이 용서를 하거든요. 인간의 행동 범위가 아니니까요. 그런데 닥터 백은 유일한 사람이거든요. 영화 속에는 이 캐릭터가 '왜' 그런 행동을 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없어서 출생부터 계속 쪼개가며 전사를 만들었죠. 저는 '왜'라는 질문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그 결과 사랑받지 못하고 자라나 표현을 못하는 사람, 자기보다 강한 권력에는 비겁하고, 아래로는 막 대하는 인물이 탄생했죠. 손가락으로 사람을 부린다는 것 자체가 인간답지 않은 모습이거든요. 남의 고통은 아무렇지도 않은 인간인데, 자기가 조금만 다치면 죽을 듯이 아픈 인간. 저는 닥터 백을 이렇게 생각했어요."

    처음 시사회에서 영화를 본 조민수는 자신이 주로 있었던 현장감의 속도와 영화의 속도가 달라 당혹감을 느끼기도 했다. 실제로 '마녀'는 공간이 달라지며 1부와 2부가 나뉜다고 할 수 있을만큼, 전혀 다른 분위기로 전개된다. 그것은 상업 대중영화의 일반적인 문법과는 조금 다른 지점이다.

    "앞부분이 상당히 느린 호흡으로 전개되어서 당황하기도 했어요. 제가 있던 현장 속도와는 많이 달랐거든요. 근데 그런 속도를 제가 걱정을 하고 있더라고요. 앞에 이렇게 했으면 더 재미있지 않을까 이런 생각들. 욕심을 수치로 많이 이야기하고, 실제도 대중들 사이에서도 관객수로 영화를 판단하는 게 흐름인데 나도 모르게 그 안에 들어가 있었나 싶더라고요. 사실 영화들이 다 달라야 되는 거잖아요. 정말 스스로 바보 같은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이야기를 전개하면 수치가 더 높아질 수 있는 걸 감독님이 몰랐겠어요. 그냥 정확히 이 영화가 보여줘야 하는 것이 있었던 거 같아요."

    영화 '마녀' 스틸컷. (사진=워너브러더스코리아 제공)
    박훈정 감독과의 작업은 처음부터 끝까지, 그저 행복한 현장이었다. 남자 배우를 생각하며 그린 역할에 자신이 들어갈 때부터 배우로서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고. 조민수는 박훈정 감독을 '소년같은 사람'이라고 칭했다.

    "박훈정 감독 영화하면 떠오르는 그런 투박하고 잔인한 이미지를 떠올리고 처음 만났는데 무슨 소년같은 사람이 앉아있더라고요. '저 사람이 이런 글을 썼어?'라고 생각했어요. 어쨌든 이 작업이 행복했던 건 현장에서 사람들을 대하는 박훈정 감독의 태도가 너무 좋았어요. 사람들 행동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는 그 모습이 너무 예쁘더라고요. 모든 게 안 풀리고 화가 나면 박훈정 감독이 막 자기 머리를 쥐어 잡고 있다가 '이거 아니잖아' 이래요. 그러다 조금 지나면 미안한지 스태프들한테 말을 걸러 다니더라고요. 밥 먹고 나서도 항상 막내 이름 부르면서 '잘먹었냐, 맛있었냐' 물어보고. 그냥 사람 냄새가 나서 좋았어요. 사실 영화도 사람이 하는 작업이라 현장에서 사람 같지 않은 사람들 몇 번 보면 나가고 싶지 않고, 내 것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감독님이 내게 보여준 신뢰감에 그런 사람이라고 생각하니 더 열심히하게 되더라고요."

    닥터 백 캐릭터가 가장 인상깊게 등장하는 장면은 자윤과 시설 안에서 유리 너머로 대화를 나누는 순간이다. 닥터 백은 자윤의 기억을 되새기면서 영화를 둘러싸고 있는 미스터리를 풀어 나가고, 이것들은 오직 조민수의 내레이션으로 이뤄졌다. 조민수는 촬영 중 가장 어려웠던 부분으로 이 대목을 꼽는다.

    "고통스럽지만 행복한 작업이에요. 그렇게 캐릭터를 쪼개며 무수히 손짓과 발짓을 하면서 시뮬레이션을 하는데 그걸 안하면 다른 캐릭터가 막 들어갔다 나올 수가 있거든요. 어쨌든 그 장면은 한정된 공간에서 내가 남 이야기를 해야되는 건데 재미없고 지루할 수가 있어요. 그 부분에 대한 고민을 감독님과 같이 나눴죠. 결국 '그냥 닥터 백이 느끼는대로 연기하겠다'고 했어요."

    영화 '마녀'에서 뇌분야 최고권위자 닥터 백 역을 연기한 배우 조민수. (사진=엔터스테이션 제공)
    영화의 결말은 두 번째 시리즈를 예고하듯 다소 의뭉스럽게 끝난다. 그리고 그 중심에 역시 배우 조민수가 있다. 원래 이것과 다른 결말이었지만 추가 촬영을 해서 찍은 결말이라 정말 영화에 들어갈 줄은 몰랐다고 한다.

    "서울에서 촬영이 다 끝났는데 감독님이 어느 날 보충 촬영을 해야 된다면서 쪽대본 하나를 보냈더라고요. 이걸로 결말을 가고 싶다고. 저야 좋다고 해서 찍었는데 사실 보는 시각에 따라 고민이 되는 거라 쓰지 않을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그걸 영화에 썼더라고요. 연기할 때도 감독님한테 질문이 많았는데 어떻게 풀어갈 건지 천천히 물어봐야죠."

    영화 속 여성 주연급 배우들은 조민수를 제외하면 모두 신인으로 채워졌다. 사실 촬영에 들어가기 전 조민수는 이를 우려하기도 했다. 실제로 기성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 간에 연기 합이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기도 하기 때문이다.

    "밸런스의 문제죠. 기성 배우들과 신인 배우들이 아무래도 에너지를 쓰는 파장이 달라서 묘하게 잘못 누가 두드러지면 다 망가지거든요. 무섭더라고요. 초반에 셋을 끌고 가는데 나중에 이 에너지 파장을 뒤에 어떻게 정리할까 궁금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정말 감독님이 저 아이들 캐릭터를 죽이지 않고, 밸런스 조절을 다 하면서 만드셨더라고요."

    영화 '마녀'에서 뇌분야 최고권위자 닥터 백 역을 연기한 배우 조민수. (사진=엔터스테이션 제공)
    촬영 중 가장 떨렸던 장면은 총에 부상을 당하던 순간이었다. '총 맞는 연기'를 처음 해보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조민수는 분장팀을 붙잡고 '그냥 진짜로 자극을 주면 안되겠느냐'는 이야기까지 건넸다. 다행히 순조롭게 촬영이 마무리됐지만 이 순간은 조민수에게 많은 생각을 남겼다.

    "한 번에 가서 너무 좋아하고 있는데 저한테 남자 배우들이 '총 처음 맞아 보느냐'고 물어보더라고요. 남자 영화들에는 이런 상황이 많은데 여자 배우들은 그럴 일이 별로 없죠. 처음 경험해 본 거라 너무 좋았어요. 정말 제가 아니라 다른 여자 배우들도 총을 많이 맞아 봤으면 좋겠어요. 박훈정 감독님이 이번에 남자 역할을 여자로 바꿨으니 충분히 다른 감독님들도 그런 시도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거꾸로 여자 역할을 남자로 바꿀 수도 있겠죠. 그렇게 열어 놓고 보는 감독님들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특별한 작품 활동을 하지 않은 4년 동은 조민수는 무엇을 하고 지냈을까. '괜찮은 작품 없었던 게 아니고 진짜 작품이 안 들어왔어요'. 너무도 솔직한 대답을 내놓는다. 잘 놀고 먹을 수 있을 때 그렇게 사는 것. 조민수에게는 그것이 결국 연기까지 통하는 길이다.

    "일이 없다가 들어와서 한거죠. 놀 때는 그냥 혼자 놀기도 하고, 좋은 사람도 보고 그래요. 사실 불안증이 심해질 수 있거든요. 나만 밀려나는 거 같고. 그런데 매번 공백이 있을 때마다 그런 고민을 하고 있는 저를 봤어요. 너무 바보 같은 고민을 계속 같은 자리를 맴돌면서 하고 있었던 거예요.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는 건데 왜 고민을 하나 싶더라고요. 그러다가 또 일을 가면 처음에 그런 기분이 올라와서 얼굴이 별로거든요. 잘 놀아야 첫 촬영을 갔을 때 얼굴도 좋아요. 그 처음 '컷'을 기다리면서 지내는 거죠. 그래서 후배들한테도 그래요. 어차피 네가 할 수 있는게 없고, 그 얼굴로 촬영에 들어갈 수 없으니 잘 놀라고요."

    돌이켜보면 한 때는 '사람'이 아니라 '성과'를 쫓던 시절도 있었다. 조민수는 이제 그런 나날들을 뒤로 하고, 스스로 에너지를 채울 수 있는 풍족한 사람이 됐다.

    "저는 남들은 괜찮은데 혼자 쓰러지는 과거든요. 확 써버리고, 소진되는 느낌, 푹 쓰러지는 그 느낌이 너무 좋아요. 그렇게 성과를 내려고 달려갔다가 멈칫해서 한 공간을 뱅뱅 돌 때가 있어요. 일로 치유하는 게 아니라 좋은 사람과 일하고, 좋은 공간에 있는 것이 치유라는 생각을 해요. 모든 게 사람이 하는 일이라는 거죠. 일을 하는 이유를 사람에 두고 행복하게 일을 하면 기다리는 시간이 굉장히 좋을 수 있어요. 일로 에너지가 넘쳐서 행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고 싶어요. 욕심은 다들 있지만 자기 것만 챙기지 않는 그런 공간 안에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죠. 말은 이렇게 해도 저도 계속 반성하고 실수하고 그래요. 마무리를 잘하고 싶은, 내가 이 세상을 왔다 갔는데 너무 흔적이 지저분하지 않고 싶은 그런 과정처럼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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