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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울면 져" 권오준 우니 황창규 미소…왜?



기업/산업

    "먼저 울면 져" 권오준 우니 황창규 미소…왜?

    KT "사퇴 없다, 엮이는 것 부담"

    황창규 회장에겐 '호재'라는 시각도…
    文 정부 출범 1년 앞둔 상황에서 양사 CEO 비슷한 시기에 사퇴하면 외압 논란 거셀듯

    포스코 권오준 회장. (사진=포스코 제공)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18일 전격 사퇴를 선언하면서 황창규 KT 회장의 거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두 회사 모두 민영화 이후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회장직 중도 하차'라는 '흑역사'를 기록해온 만큼 권 회장의 사임이 황 회장에게도 상당한 부담이 될 것이란 관측이다.

    ◇ 권오준 포스코 회장 사임, 새 정부 출범 後 비슷한 궤적 KT 황창규 거취에 관심

    포스코는 18일 임시 긴급이사회를 연 포스코는 논의 끝에 권 회장의 사의를 수용하고 후임인선 절차에 착수했다. 지난 2014년 3월 취임해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한 권 회장은 2년 가까이 임기가 남은 상태다. 그러나 최순실 게이트 연루 의혹이 제기되는 등 박근혜 정부 인사라는 점이 부각되면서 현 정부 들어 교체설이 끊이지 않았다.

    불과 약 보름 전인, 지난달 31일 창립 50주년 기념 간담회 때까지만 해도 권 회장은 CEO 교체설에 흔들리지 않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시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분야는 아닌 것 같고 정도에 따라서 경영해나가는 게 최선"이라면서 "CEO 관련해 여러 이야기가 나오지만 포스코가 건전한 활동으로 지속해서 대한민국에 기여할 수 있도록 더 애정을 갖고 많이 도와달라"며 강한 재임 의지를 밝혔다.

    이처럼 최근까지 자리에 남겠다는 의지를 피력한 권 회장이 갑작스레 사임을 결정한 배경에는 '정권 차원의 압박'이 주된 이유로 거론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그는 지난 16일부터 회사 내부 일정을 모두 취소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사회 역시 갑작스레 잡혔다는 설명이다.

    주목되는 것은 권 회장의 '사퇴 시점'이다. 재임 의지를 피력했던 권 회장이 거취에 대한 장고에 들어간 때가 황 회장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 등으로 경찰에 소환 통보를 받은 시점과 맞아떨어지기 때문이다.

    포스코 역시 건설 부문에서 전·현직 경영진 7명이 시민단체로부터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고발당한 상태다. 국세청 세무조사설도 나오는 상황이었다. 황 회장의 경찰 소환 조사에 따른 심적 부담이 상당했을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황창규 KT 회장이 17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으로 출석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 황창규 경찰 소환에, 권오준 사임? 결국 '외압'?…KT "사퇴는 없다" 일축

    권 회장의 갑작스러운 사임이 황 회장의 거취로 연결되면서 KT는 극도로 긴장하는 모양새다. 황 회장은 권 회장이 사임 발표 하루 전인 17일 '불법 정치 후원금 제공' 의혹으로 20시간 넘는 경찰 조사를 받았다. 새벽까지 긴 조사를 받은 황 회장은 출근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의 사임 직후, KT에서 긴급회의를 소집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는 얘기도 나왔지만 이에 "KT는 사실무근"이라면서 포스코와의 연관성에 애써 선을 그었다.

    황 회장은 경찰 수사까지 받았지만 "사퇴는 없다"는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KT 측은 권오준 회장의 갑작스런 사임으로 내부에서도 주시하곤 있지만 타회사 CEO의 용퇴와 엮이는 것은 부담스럽다는 입장이다.

    KT 관계자는 "아직 경찰 수사 결과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거취 문제를 논의하기에는 다소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5G 투자 등 할 일이 많은 상황에서 회사가 흔들리는 것은 원치 않는다"며 추측이 난무하는 상황에 불편함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당분간 내부 임직원들의 동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일각에서는 "권 회장의 사임이 KT에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도 있다"고 전망도 나온다. 전 정부에서 임명된 양사 CEO가 비슷한 시기에 거취 변동이 생긴다면 모양새는 물론 '외압' 논란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 출범 1년을 앞둔 상황에서 기관장 교체가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단체에 유무형의 압박을 가해 자진 사퇴를 이뤄내는 형식으로 '물갈이'한다는 설에 논란거리만 보태는 셈이다. 두 사람의 공식 임기는 2020년 3월까지다.

    ◇ "민영화된 게 언젠데"…포스코·KT 정권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흑역사, 이번에 또?

    박근혜 정부에서 CEO에 오른 두 회장은 새 정부 출범 직후 여러 공통점이 있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뒤 첫 미국 방문에 함께 할 경제사절단에 KT와 포스코는 나란히 제외됐다. 지난해 11월 2차 경제인단 때도, 한 달 뒤인 문 대통령 중국 국빈 방문단에도 두 CEO는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 때문에 당시 "정부가 두 회장의 향후 거취에 대해 메시지를 던졌고 그들의 용퇴만 남았다"는 해석이 분분했다.

    그동안 포스코와 KT 두 기업은 민영화된지 오래됐지만 정권 입맛에 따라 회장직에 오르는 인물이 바뀌고 정부 관료들의 회전문 인사가 계속되고 있다. 그렇게 앉은 CEO가 각종 비리에 연루돼 불명예 퇴진하는 수순도 이어지고 있다.

    KT는 오랫동안 국민 세금으로 성장한 기업이다. 그러나 2002년 민영화 이후 2005년 8월 취임 뒤 한 차례 연임에 성공한 남중수 전 사장은 이명박 정부 출범 8개월 만에 납품 업체 선정과 인사 청탁 등으로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다.

    이석채 전 회장도 회사에 100억 원대 손해를 끼치고 회삿돈을 유용한 혐의로 불구속기소 됐다. 이 역시 박근혜 정부 출범 뒤 9개월 만이다. 황 회장 역시 최순실 게이트의 칼날은 피했지만,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지난 17일 20시간이 넘는 고강도 경찰 조사를 받았다.

    포스코는 권 회장 사임으로 현재까지 8명에 이르는 역대 회장들이 모두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는 진기록을 갖게 됐다.

    포항제철 착공의 첫 삽을 든 고(故) 박태준 초대 회장은 1968년부터 1992년까지 장기 재임했지만, 문민화를 기치로 든 김영삼 정부 출범을 앞두고 사퇴했다. 황경로 2대 회장은 수뢰 혐의로 구속되며 6개월짜리 단명에 그쳤고, 3대 정명식 회장도 1년밖에 버티지 못했다. 4대 김만제 회장은 1994년 3월부터 4년간 재임했지만 1998년 김대중 정부가 출범하자 스스로 물러났다.

    5대 유상부 회장은 연임에 성공하며 김대중 정부 5년간 자리를 지켰으나. 그 역시 노무현 정부 출범 직후인 2003년 3월 사퇴했다. 6대 이구택 회장도 연임을 통해 노무현 정부와 이명박 정부 초반까지 재임했지만, 세무조사 무마 청탁에 연루되며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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