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복 감독이 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은 우리에게 낯설지 않은 제목이다. 유명한 민중가요 '임을 위한 행진곡'이 떠오르기 때문이다. 한 때 합창이냐, 제창이냐를 두고 뜨거운 논쟁을 일으키기도 했던 이 노래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희생자들을 추모한다.
노래처럼 영화 역시 과거와 현재를 교차시키며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고 있다. 그와 동시에 1989년 조선대학생 고(故) 이철규 의문사 사건을 모티브로 삼아 이 사건을 수면 위로 끌어냈다.
메가폰을 잡은 박기복 감독은 18일 서울 명동 CGV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제작보고회에서 자신과 고(故) 이철규 열사 사이의 인연을 밝혔다.
박 감독은 "이철규 열사와 광주에서 만난 적도 있다. 나는 시를 쓰고 있었는데 자주 함께 이야기를 나눴다"면서 "나는 이철규 열사가 단순히 실족이 아닌 국가 폭력기관에 의해 살해됐다고 생각한다.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 기관의 양심선언을 보고 싶고, 다시 수사가 됐으면 좋겠다. 의문사 쟁점에 대해 재점화시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광주 출신인 그에게도 1980년 5월 광주의 기억을 다시 되짚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건 일종의 트라우마이자 영원히 새겨진 상처와도 같았다.
박기복 감독은 "하루하루 피말리는 시간이었고, 지금도 마찬가지다"라면서도 "왜 5·18 영화를 만드느냐고 했을 때 이유는 간단하다. 발포나 당시 일들이 역사적으로 규명이 되어 있지 않은 부분이 있어서 그렇다"고 영화를 제작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이라는 제목을 두고 웃지 못할 해프닝이 벌어지기도 했다.
박 감독은 "스토리 펀딩을 진행하던 당시 '제목이 좀 그런 것 같다'는 전화를 받았다. 또 한 번은 '전두환을 욕하지 말라'는 전화도 받았는데 바쁘고 힘들다보니 무시했다. 크게 생각하지 않으려 했다"고 말했다.
배우 김꽃비가 18일 오전 서울 중구 CGV 명동역 씨네라이브러리에서 열린 영화 '임을 위한 행진곡' 제작보고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배우 김꽃비는 현대에서 어머니 명희(김부선 분)를 이해할 수 없는 딸 희수 역을 맡았다. 김꽃비는 실제로 무전여행을 하다가 광주에서 5·18 묘역을 방문하고 큰 충격을 받았었다고.
그는 "묘지가 엄청나게 많았는데 비석에 하나 하나, 어떻게 돌아가셨는지 쓰여 있더라. 몇 시간을 거기에 있었는지 모르겠다. 내가 이런 것에 대해 모르고 있었던 게 너무 충격이었고, 놀라웠다"면서 "내게는 정말 많은 생각을 하게 된 계기고, 더 많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해 알고 싶었다. 그래서 캐스팅 제안이 왔을 때 잊혀지면 안될 이야기라고 생각해 참여를 결정했다"고 출연 계기를 전했다.
김꽃비는 5·18 광주민주화운동 영화들에서 흔히 떠올릴 수 있는 여자 주인공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처음 자신이 5·18 광주민주화운동의 진실을 접했을 때의 충격적인 감정을 그대로 따라갔다.
그는 "몰입에 어려운 점은 없었다. 내가 5·18 묘역에 가서 느꼈던 것들, 그 감정이 다시 생각나서 그렇게 연기를 많이 했다. 희수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잘 몰랐지만 점점 알아가게 되는 인물"이라며 "틀에 박힌 5·18 광주민주화운동 여주인공이 아니라 살아있는 인물로 만들고 싶어서 감독님과 고민을 많이 했다. 전형적인 인물을 만들고 싶지 않았다"고 솔직한 바람을 드러냈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1980년 5월에 멈춰있는 어머니 명희를 이해할 수 없었던 딸 희수가 잊혀진 진실을 마주하면서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드라마다. 5월 개봉 예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