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창조경제센터 조홍근 센터장 (사진 = 부산CBS 강동수 기자)
부산의 창업 전진기지인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설립 3년을 넘기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지난 3년은 척박한 부산 땅에 창업의 싹을 틔우기 위한 환경 조성에 힘썼다면, 앞으로는 4차산업혁명을 기반으로 한 스타 기업을 키워내고 부산을 명실상부한 창업 선도 도시 반열에 올리는 과제를 추진한다. 부산창조혁신센터를 이끌고 있는 조홍근 센터장을 만나 자세한 내용을 들어본다.
▲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가 지난 3월 16일로 설립 3주년을 맞았다. 3년의 성과는?
부산센터는 설립 후 지금까지 총 255개 스타트업을 발굴했다. 이 창업기업들을 통해 약 990억 원의 매출을 올렸고, 파트너기업인 롯데그룹과 연계해 670억 원(193개사)의 판로지원 성과를 달성했다.
우리가 발굴한 스타트업 중 47곳이 부산 대표 창업기업으로 선정된 것은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부산센터의 보육이 상당한 효과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자평하고 싶다.
이와 함께 롯데 앤젤리너스 커피숍을 활용해 부산시내 10곳에 창업카페를 만들어 창업동아리 100개를 육성한 것도 스타트업의 자생적 커뮤니티를 만들어 창업생태계를 조성했다는 의미를 둘 수 있다.
부산센터는 지역 스타트업의 해외 경쟁력을 키워주기 위해 실리콘밸리·워싱턴· 유럽 등의 해외 기관과 협업을 통해 창업가 교육 · 투자연계 · 시장개척 지원을 추진했다.
지난해 부산시와 함께 글로벌 스타트업 컨퍼런스인 '바운스 부산 2017'을 성공적으로 개최한 것도 중요한 대목이다. 세계적으로 스타트업간 정보교환, 투자유치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이런 큰 행사가 지금껏 열리지 않고 있다. 부산이 선제적으로 개최함으로써 '스타트업 선도 도시'로 부각시킬 수 있는 중대한 계기를 마련했다고 생각한다.
▲ 부산센터가 이룬 성과는 전국 19개 센터 중에서도 특히 두드러진다.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는 대기업들과 1대 1 매칭으로 운영되는데, 부산센터의 서포팅 기업은 롯데그룹이다. 롯데는 유통분야가 강점인 대기업으로, 자타가 공인하는 아시아 최고 유통그룹이다.
부산센터는 롯데와 파트너십을 갖고 있기 때문에 다른 지역 혁신센터가 하기 힘든 판로 개척 분야에서 큰 차별성을 갖고 있다. 창업기업이 실제 매출을 올릴 수 있도록 유통망을 직접 만들어 줄 수 있는 전국 유일의 센터인 셈이다.
또, 당장의 매출도 중요하지만, 창업기업 제품이 시장에서 팔리기 위해서는 상당한 수정 작업과 마케팅이 필요한데, 부산센터는 유통대기업의 시장 노하우로 제품 디자인 개선부터 마케팅까지 실제 시장원리에 입각한 자문과 방향설정을 돕고 있다.
센터 4층에 있는 '스마트 스튜디오'는 창업기업에 제품 사진 촬영과 동영상 제작 기회를 제공해줌으로써 온-오프라인 마케팅과 상품 홍보에도 직접 도움을 주고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현판 (사진 = 부산CBS 강동수 기자)
▲ 기억에 남는 창업기업이나 보육 성공사례를 들자면?센터와 함께 성장한 기업들은 에스엔비아나 휴멘(주), 진커뮤니케이션 등 매우 많다.
이 가운데, 부산센터의 정체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로 '허니스푼'을 꼽고 싶다.
허니스푼은 천연벌꿀 전문업체인데, 천연꿀을 젊은이나 외국인 취향에 맞게 포장 디자인을 개선하고 1회용 낱개 포장 등으로 혁신을 가미해 성공한 기업이다. 부산센터는 롯데그룹이 육성하는 '롯데엑셀러레이터 1호기업'으로 선정해 초기 사업자금부터 홍보와 마케팅, 판로 지원을 통해 성장 발판을 마련하도록 도왔다.
특히 이 업체를 1회성으로 돕는데 그치지 않고 기업 성장의 전 과정을 지원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2015년 6월 혁신상품 소싱박람회에서 처음 발굴한 이후, 석달 뒤에 시장 진출 실험으로 추석 특판 행사를 진행했고, 시장성이 검증된 이후에는 판로 개척 자금과 유통망 확대를 지원했다. 편의점→면세점→지역 백화점→호텔→ 수도권 백화점 순으로 유통망을 점차 확장시켜줌으로써 허니스푼은 2015년 첫해 매출이 5백만 원에 불과했지만 지난해엔 3억 2천5백만원의 연매출을 올리는 업체로 성장했다.
▲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문을 두드리는 창업기업에 해주고 싶은 말은?많은 스타트업이 길어야 창업 1~2년을 넘기지 못하고 소멸하거나 성장 답보상태에 빠지는 사례가 많은데, 우리는 될성부른 기업을 발굴한 뒤 지속적으로 밀어줄 수 있는 역량이 있다.
부산의 수많은 영세 창업자들에게 인공지능이나 바이오 등의 첨단 기술 창업을 기대하기 힘든게 솔직한 현실이다. 우리는 부산의 초기 창업자들이 허황된 꿈 속을 헤매지 않고 현실과 시장을 냉정하게 파악해 실제 시장에서 성공 가능한 도전에 나설 수 있도록 현실적인 조력을 하고 있다.
지난 3년간의 부산센터 활동을 통해 지역 창업자들 사이에서는 "상품만 좋고 아이디어만 좋으면 승부를 빨리 낼 수 있다. 좋은 상품만 있으면 롯데의 유통망을 활용해 가시적인 성과를 낼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고 있다.
부산센터는 중국 상해와 청두, 베트남 하노이·호찌민에서 롯데가 운영 중인 백화점과 대형마트를 활용해 '부산 중소기업 혁신상품관'을 운영하며 부산 창업기업의 해외시장 진출도 돕고 있다. 올해는 베트남에 2군데 더 개점하고 인도네시아에도 개점을 검토 하는 등 롯데그룹 유통망의 아시아 시장 진출에 따라서 부산제품의 해외 상설 판매망을 확대할 수 있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창업 보육시설 (사진 = 부산CBS 강동수 기자)
▲ 최근 들어 부산이 창업 선도 도시로 부상하고 있다는 말을 많이 하는데...부산시의 창업 정책과 의지는 전국 지자체 중 최고라고 본다. 부산시도 그렇고, 우리 부산센터도 부산을 미국 실리콘밸리같은 도시로 만들고자 하는 열망을 갖고 있다.
부산은 뛰어난 기후 조건과 저렴한 물가, 휴양·관광지로서의 매력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대도시의 인프라까지 모두 갖추고 있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스타트업 집적지가 될 충분한 가능성을 갖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바운스 부산 2017' 행사를 개최하면서 수도권 젊은 스타트업 관계자들로부터 대단히 좋은 반응을 얻어 성공 가능성을 확인했다.
부산이 전략산업으로 추구하는 마이스와 함께 글로벌 스타트업 허브로 만들어낸다면 부산은 국내 젊은층은 물론, 해외 스타트업들로부터도 사랑받는 매력적인 도시가 될 수 있다고 확신한다.
▲ 지역 기술창업 기업의 현실적인 문제로 자금난과 인재난 등의 선결 과제도 많다. 해법은?부산이 창업 선도도시로 도약하려면 4차산업을 기반으로 한 기술창업이 매우 중요하다. 우리는 현재 유통을 활용한 소비재 창업 수준에 머물고 있다.
수도권에 인재와 자본이 집중돼 있는 상황에서 지역의 창업 인재가 수도권으로 유출되는 상황을 단시간 내에 해결하기는 힘들다. 다만 부산센터 설립 3년 만에 유출 속도는 많이 늦췄다는데 의미를 두고 싶다. 부산시 등의 펀드 조성 노력으로 자금 문제도 상당부분 해결했다.
앞으로는 부산에 있는 유능한 인재들이 수도권으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부산지역에 한정하지 않고 부산·울산·경남지역 광역권 인재들을 엮어서 협업할 수 있는 가교 역할을 부산센터가 해보려고 한다. 부산지역 5개 선도대학과 실리콘밸리 컨설팅회사와 협의해 미국 대학과의 부산 스타트업 교환학점제 도입을 추진해 지역 창업 역량는 키우는 계획도 구상 중이다.
▲ 혁신센터 소관 부처가 옛 미래창조과학부에서 중소벤처기업부로 바뀌며 조직 운영에 일부 변화가 예상되는데...
새 정부는 그동안 '탑다운' 방식으로 이뤄지던 혁신센터의 업무를 '바텀업'으로 바꿔달라고 주문하고 있다. 말그대로 지역 창업생태계의 허브가 돼 달라는 건데 시의적절하다고 본다.
자율성과 다양성, 개방성을 강조하는 정부 방향대로 앞으로 더욱 노력할 것이다.
그 실행단계로 과거 부산센터는 전담기업인 롯데그룹으로 일원화된 운영을 했는데, 이제는 1대 1 매칭에서 1대 N(다자) 매칭으로 외연을 확대할 방침이다.
롯데 뿐만아니라 NS홈쇼핑과 홈플러스, 형지패션 아트몰링, 메가마트 등 중견 유통기업, 향토기업과의 협업을 추진하며 창업기업 유통망을 확장할 계획이다.
또 부산지역 대학이나 창업지원 기관과도 창업 지원사업의 시너지를 높일 수 있도록 부산센터가 기관간 화학적 결합을 촉진하는데도 힘쓰겠다.
▲ 끝으로 재신임(연임)을 얻어 부산센터를 계속 이끌게 됐는데, 소감은?"오랜기간 대기업에 몸담으며 서울이나 해외 주재원 근무를 오래해왔지만, 개인적으로 지난 3년간 일했던 기억을 가장 기쁘고 보람있게 느낀다.
하나의 기업만을 위해 일한것이 아니고 공공의 이익을 일을 했고, 특히 부산을 위해 일할 수 있었다는 점이 기쁜다. 작지만 우리나라의 미래 기업을 탄생시킬 수 있는 일을 도왔다는 것 때문에 너무나 감사한 시간이었고, 앞으로 주어진 능력이 주어지는 대로 열심히 일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