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353일, 1년에서 딱 열 이틀 모자란 기간동안 구속됐던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5일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면서 앞으로 삼성의 경영향배가 어떻게 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무죄가 아니고 더우기 대법원 확정판결도 남아 있기 때문에 분명히 제약은 있지만 이 부회장은 15개월째 묶여 있던 신성장 동력 마련을 위한 M&A 등 시급한 경영현안을 먼저 챙길 것으로 보인다.
또 바닥까지 떨어진 삼성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 항소심에 대한 삼성 입장은?삼성관계자는 5일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오늘 법원 판결에 대해 회사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반응을 내놓을지 여부는 결정되 않았다"고 밝혔다.
또다른 삼성 관계자는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면서 전체적으로 분위기가 좋은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워낙 조심스럽고 무거운 주제이기 때문에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정해진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후에도 삼성이 회사차원에서 어떤 공식 입장을 낸 것은 없다.
다만 변호인단의 이인재 변호사가 판결 직후 취재진과 만나 "중요한 공소사실에 대해 무죄를 선고한 재판부의 용기와 현명함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면서도 "다만 일부 받아들여지지 않은 주장에 대해선 상고심에서 밝혀지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게 이재용 부회장측의 첫 번째 공식반응이었다.
두 번째 반응은 이재용 부회장의 육성으로 나왔다.
이 부회장은 이날 오후 4시 38분쯤 서울구치소를 나서면서 취재진들에게 "좋은 보습 보여드리지 못한 점을 다시한번 죄송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1년 동안 저를 돌아볼 수 있는 정말 소중한 시간이었다"면서 "앞으로 더 세심하게 살피고 열심히 하겠다"고 밝힌 뒤 경영복귀 시점을 묻는 질문에는 "회장님을 뵈러 가야한다"며 자리를 떴다.
이 부회장의 말대로 오후 5시 20분쯤 일원동 삼성의료원에 도착해 아버지 이건희 회장이 4년째 입원중인 특수병동을 방문해 아버지를 문병했다.
40여분 정도 병원에 머문 이 부회장은 6시 조금 넘어서 병원을 떠났지만 어디로 갔는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 이재용 부회장, 앞으로 무엇을 할까?이날 항소심에서 집행유예로 풀려나긴 했지만 무죄선고가 아니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남아 있기 때문에 이 부회장의 행보는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일단 재계는 이 부회장이 경영공백 사태를 빨리 극복하고 일자리 창출 등에 나설 것을 기대하고 있다.
경총은 이 부회장의 항소심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경영계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한다"면서 "금번 판결을 통해 지금까지 제기된 의혹과 오해들이 상당부분 해소된 만큼 이제부터라도 삼성그룹은 경영공백을 매우고 투자와 일자리 창출 등 국가경제 발전에 더욱 매진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이 우선 메꿔야할 경영공백은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사업재편과 M&A가 될 것으로 보인다.
SK증권 김영우 수석연구원은 "그동안 전면 중단됐던 신성장 사업 동력을 찾는데 우선 전력을 기울일 걸로 보인다"고 밝혔다.
실제로 삼성전자는 지난 2016년 11월 미국의 하만을 약 9조원에 인수한 이후 지금까지 15개월째 전혀 인수합병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인수합병이 기업성장의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미래사업을 위한 발판을 마련하는데는 인수합병만큼 빠른 방법이 없다는 측면에서 변화의 속도가 빠른 글로벌 시장에서 15개월 동안 멈춘 M&A 전선을 복구하는 것이 이 부회장에게는 선결과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 삼성에 대한 신뢰회복은 중기과제
항소심 선고공판에서 징역 2년6개월에 집행유예 4년으로 353일만에 석방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 5일 경기도 의왕시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항소심 결심공판에서는 자신이 "좋은 환경에서 자라 글로벌 일류기업에서 일하는 행운을 누렸다"면서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어떻게 하면 우리 사회에 보답할 수 있을지 고민하면서 살아왔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 "바닥까지 떨어져 버린 기업인 이재용의 신뢰를 어떻게 되찾을지 생각하면 막막하다"고도 했다.
이 부회장은 5일 서울구치소를 나오면서 "앞으로 세심하게 살피고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이 부회장이 구속된 기간 동안 커뮤니케이션 팀장에서 사회봉사단장으로 자리를 옮긴 이인용 사장의 역할이 바로 이 부분이 될 수 있다.
이 사장은 "저희가 상당한 규모로 (사회공헌 예산을) 집행해 왔지만, 한국을 포함해서 글로벌 사회에서 '삼성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게 없다'는 지적을 받아 왔다"고 말한바 있다.
구속된뒤 삼성 인사들 가운데 최초로 면회를 했던 이 사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구치소에서 나오는 순간에도 함께 했다.
세심히 살피고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이 부회장의 발언이 더 크게 들리는 이유다.
이에따라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작업에 강도와 속도가 더해질 가능성이 있다.
◈ 이재용 부회장, 장기과제는?구속된 기간동안 이 부회장은 이탈리아 자동차 업체 피아트크라이슬러의 지주회사인 '엑소르' 사외 이사직에서 물러났다.
또 아시아의 다보스포럼으로 불리는 '보아오포럼'의 상임이사직도 포기했다.
모두 이 부회장과 삼성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강화하는 자리였지만 그 네트워크가 단절됐기 때문에 이를 회복해야 하는 과제도 안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