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질식사고 사망노동자 유가족 대책위원회가 29일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사진=민주노총 금속노조 제공)
포스코 포항제철소 근로자 질식 사고의 원인은 공장 가동 시간을 맞추려는 포스코의 무리한 작업 일정 때문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경찰은 현장의 질소 가스 밸브가 열려 있는 사실을 확인하고 관련자 조사에 나섰다.
포스코 질식사고 사망노동자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29일 포항시 남구에 있는 포스코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이번 사고와 관련한 여러 의혹을 제기했다.
대책위는 사고 현장에서 가스누출을 완전히 차단하는 장치인 '맹판(blind patch)'이 설치되지 않은 사실을 노동부와 경찰이 확인했다며 포스코는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고가 난 산소공장 냉각기에서 충전재 교체작업을 할 때는 질소가 유입될 가능성을 없애기 위해 반드시 자동밸브와 수동밸브를 차단한다. 그러나 이런 조치에도 밸브가 기체 압력에 의해 개방될 가능성에 대비해 많은 작업장은 배관을 연결하는 플랜지와 플랜지 사이에 맹판을 설치해 기체의 이동을 완전히 차단한다.
산업안전보건법상 맹판 설치는 의무가 아니지만 포스코는 표준작업에 맹판 설치를 규정한 것으로 확인됐다.
맹판 사진(정의당 경북도당 제공)
대책위 관계자는 "노동청의 확인결과 포스코의 표준작업에는 맹판 설치가 있는 만큼, 맹판 설치에 대한 모든 권한과 책임은 포스코에 있다"고 지적했다.
파이넥스 공장의 가동시간에 맞추기 위해 맹판을 조기에 제거한 뒤, 작업자를 밀폐공간에 투입했을 가능성도 제기했다.
대책위는 "산소공장은 가동 후 72시간이 지나야 산소를 생산할 수 있다"면서 "상당한 시간이 걸리는 맹판 제거 일정을 고려해 충전재 교체가 끝나지 않았음에도 미리 맹판을 제거한 뒤, 파이넥스 공장 가동시간에 맞추려 했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포스코가 표준작업을 지키지 않은 채 파이넥스 공장 가동을 위해 무리하게 맹판을 제거했다면 이번 사고의 모든 책임은 포스코에 있다"며 "관계기관은 해당 공정의 콤프레샤 가동 이력과 파이넥스 가동 예정시간, 산소공장 가동일지 등을 하루 빨리 압수해 수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포스코는 사고가 난 현장은 구조적으로 맹판설치가 불가능해 밸브만 잠갔다면서 현장의 상황을 고려하면 작업표준을 위반한 건 아니라고 설명했다.
유가족들이 각종 의혹을 제기하는 가운데 사고가 난 냉각탑의 일부 질소가스 밸브는 열려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관계자는 "질소가스가 유입되는 냉각탑 아랫부분의 주 밸브는 잠겨 있지만, 상부의 일부 밸브는 열린 것으로 확인됐다"면서 "밸브가 열린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경찰은 산소공장 운전실과 정비부 관계자를 불러 안전관리 규정을 지켰는지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직까지 산업안전보건법 등 관계법을 위반한 내용을 발견하지는 못했다"며 "상부 밸브가 열린 이유를 찾는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