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이자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오른쪽). 재직당시 그의 사무실 화이트보드에는 트럼프 행정부의 국정과제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사진=트위터 캡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책사이자 오른팔로 불렸던 스티브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과 사위 등이 주도했던 트럼프 타워 회동을 '반역적'이라고 표현해 백악관이 발칵 뒤집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대변인 명의로 직접 성명을 발표하고 "배넌이 백악관을 떠나더니 정신마저 떠났다"고 맹비난했다.
영국의 일간지 '가디언'은 3일 미국 기자인 마이클 울프가 발간할 예정인 책 '화염과 분노: 트럼프 백악관의 내부'를 미리 입수해 관련 내용을 발표했다. 여기에는 울프가 스티브 배넌과 인터뷰한 내용도 담겨 있는데, 배넌은 지난 대선 당시 이뤄진 '트럼프 타워 회동'에 대해 신랄한 비판을 내놨다.
트럼프 타워 회동은 미국 대선이 한창이던 지난 2016년 6월, 트럼프 대통령의 장남인 트럼프 주니어와 사위 재러드 쿠슈너, 선대본부장 폴 매너포트(이하 캠프 3인방)가 뉴욕 트럼프 타워 회의실에서 러시아 측 변호사 나탈리아 베셀니츠카야를 만난 것을 말하는 것이다.
지난해 7월 뉴욕타임즈 보도로 폭로된 당시 회동에서 트럼프 주니어는 러시아 측 인사로부터 힐러리 클리턴 민주당 대선 후보의 약점이 담긴 문서를 전달하겠다는 이메일을 받고, 회동을 주선했다.
배넌은 "그들(캠프 3인방)은 변호사도 없이 트럼프 타워 25층 회의실에서 외국정부 관계자와 만나는 것을 좋은 생각이라고 여겼겠지만, 그들이 이것을 반역적이거나 비애국적인 것, 나쁜 짓이 아니라고 생각했을지라도 미연방수사국(FBI)에 당장 신고했었어야 하는 사안이었다"고 평가했다.
게다가 배넌은 자신의 사견을 전제로 당시 트럼프 타워 회동 내용이 아버지인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을 가능성은 제로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 배넌은 울프 기자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선캠프의 러시아 연루설을 수사 중인) 뮬러 특검의 칼날은 폴 매너포트와 재러드 쿠슈너, 트럼프 주니어에게 향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러시아 연루 의혹에 대한 특검 수사는 돈세탁 문제에 집중될 것이며. "그들은 트럼프 주니어를 전국에 중계되는 TV(청문회)에서 마치 계란처럼 깨부술 것"이라고 특검 수사의 심각성을 경고했다.
아울러 뮬러 특검이 도이체방크와 재러드 쿠슈너의 돈관계를 살펴보고 있다는 점도 강조하면서, 백악관이 "벤치에 앉아 카테고리 5급 허리케인을 막으려 하고 있다"고 무사안일한 태도를 비난하기도 했다.
이같은 배넌 전 백악관 수석전략가의 인터뷰가 공개되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직접 성명을 내고 "배넌은 백악관을 나가면서 정신도 나갔다"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그러면서 "스티브( 배넌)는 자신을 실제보다 훨씬 더 중요한 사람으로 보이도록 언론에 잘못된 정보를 유출하면서 백악관에서 시간을 보냈다"며 "스티브는 나와 독대를 한 적도 거의 없으면서 바보같은 몇몇 사람들에게 마치 자신이 영향력을 갖고 있는 척했다"고 비난했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도 "(울프의) 그 책은 백악관에 아무련 영향력이나 접근권이 없는 개인들의 거짓된 이야기로 가득 차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을 거들고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