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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포항의료원, 지진에도 '장기자랑' 행사 강행 논란



포항

    [단독] 포항의료원, 지진에도 '장기자랑' 행사 강행 논란

    행사 불참자는 '불참사유' 적도록 해 사실상 참석 강요

    포항의료원의 노사화합의 밤 부서별 참석현황 조사자료. 불참자들은 불참사유까지 적도록 하고 있다(사진=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제공)

     

    성심병원이 체육대회에 간호사를 동원해 선정적인 춤을 추도록 해 사회적 논란을 일으킨 가운데 포항의료원도 연말행사 장기자랑에 병원근로자를 동원하고 참석을 강요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포항지역이 지진으로 큰 피해를 입어 복구에 힘을 쏟고 있는 상황이어서, 포항의료원의 장기자랑 행사 강행에 대한 곱지 않은 시선이 나오고 있다.

    민주노총 의료연대본부 포항의료원분회에 따르면 포항의료원은 매년 연말 전 직원을 모아 놓고 '노사 화합의 밤'이라는 연말행사를 개최한다.

    올해는 오는 22일 의료원 강당에서 열릴 예정으로, 행사는 뷔페 식사에 이어 장기자랑 순으로 진행된다.

    직원들이 참여를 꺼리는 행사는 장기자랑이다. 부서별로 춤과 노래, 꽁트 등을 준비해야하는데다 결과를 두고 부서 간 미묘한 경쟁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장기자랑 참여자는 대부분 부서의 막내나 신입직원이 맡고 있고, 준비과정에서 선배들에게 상당한 압박도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준비 과정도 논란거리다. 장기자랑을 준비하기 위해 근무 시간을 넘기는 일이 다반사지만 이와 관련한 시간외 수당은 없어서다.

    더 큰 문제는 병원이 연말행사 참석을 사실상 모든 직원에게 강요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항의료원은 각 부서별로 참석자와 불참자를 조사하도록 하고, 불참자에게는 불참사유를 적도록 하고 있다.

    부서별로 참석율에 대한 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어서 직원들은 상당한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연말행사에 대한 직원들의 불만이 이어지자 노조는 병원 측에 장기자랑을 대신해 직원들이 만족할 수 있는 영화관람 등의 행사를 제안했다.

    하지만 포항의료원측은 기존 장기자랑 방식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되풀이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관계자는 "병원 측이 정말로 근로자를 위한 연말행사를 준비한다면 불참사유를 기재하게 하고, 사실상 부서별 참석 '실적' 경쟁이 붙을 수밖에 없는 방식으로 조사할 이유가 없다"며 "지진으로 포항지역이 고통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병원이 장기자랑 행사를 준비하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못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병원 측은 연말행사는 직원들의 화합과 사기진작을 위한 행사로, 강압은 없다는 입장이다.

    포항의료원 관계자는 "병원 조직이 커지면서 직원들끼리도 모르는 경우가 많아 서로 소통하고 화합하자는 취지에서 연말행사를 열고 있다"면서 "불참 사유를 적는 것은 그동안 이어져왔던 관행상 형식적으로 조사하는 것뿐이고, 지금까지 불참자에게 불이익을 준적은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부 직원들은 불편함을 느낄 수 있지만 다른 많은 직원들은 행사를 기다리고 있고, 매년 반응도 좋았다"면서 "노조에도 행사의 취지를 설명해 이해를 구했고, 직원 화합을 위한 행사도 필요한 만큼 취소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의료연대본부 관계자는 "병원근로자와 지진으로 고통 받고 있는 지역주민을 무시하는 포항의료원의 행보를 규탄한다"며 "고용노동부는 포항의료원에 대해 즉각적으로 조사에 나서고 포항의료원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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