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걸 지금 마실까, 아니면 몇 년 숙성시켜볼까?" 와인 좀 마셔본 이라면 대부분 이런 고민을 한다. 더 맛이 좋아지리란 기대감 때문이지만, 더러는 가격이 크게 오르지 않을까 하는 야심찬(?) 설계를 하는 이도 있다.
두 번째 ''설계''에 대해 먼저 답해보면, 그럴 가능성은 ''있다''이다. 그러나 몹시 제한적이다. 빈티지 등에 따라 다르지만 현재 고급 보르도 와인의 국제시세는 매년 20% 가까이 오르고 있다.
그러나 이는 오래 숙성 가능한 고급 와인에 한정된다. 보르도 메독의 1,2등급 와인이 대부분이다. 어쨌든 가장 맛있는 시기를 찾는 순수한 애호가의 마음으로 돌아가자.
딸 것인가 말 것인가. 대부분의 국내 수입 와인은 충분히 마실 시기가 되었다. 아직 우리 시장은 와인을 저장해놓는 고객을 염두에 두고 수입하지 않는다. 또 요즘 와인양조는 빨리 숙성시켜 마실 수 있게 만드는 게 대세다.
자, 다음 기준으로 마실 시기를 판단해보자. 물론 보관은 셀러, 빈티지는 최근 출시기준.
①화이트와인, 저렴한 버건디(부르고뉴) 와인은 곧바로 마신다. 화이트 중에 버건디의 고가(뫼르소, 몽라쉐, 샤블리 그랑크뤼 등)라면 2,3년 지켜볼 수 있으나 오래된 빈티지라면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독일의 고가 화이트, 미국과 호주의 4,5만원대 샤르도네라면 3~5년 충분히 버틸 수 있다.(최근 출시 빈티지 기준)
②품종별로 나누면 화이트중에 샤르도네, 리슬링, 피노그리지오는 오래 버틸 수 있고 소비뇽블랑과 이탈리아화이트품종(트레비아노, 가르가네가 등)은 대개 수명이 짧다.
③신대륙의 레드와인은 대부분 지금 마셔도 되고 적어도 1,2년 후에 절정에 달한다. 품종이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말벡이라면 다시 1,2년 추가된다.
즉, 2~3만원대의 저가 와인이라도 칠레와 이르헨티나, 호주 등의 카베르네 소비뇽이나 말벡 품종의 와인은 2,3년은 두고 마실 수 있다. 물론 맛이 더 좋아질 가능성이 높다.[BestNocut_R]
④레드 중에 버건디는 가급적 바로 마신다. 본 로마네, 포마르, 볼네 등 마을 이름을 달고 있는 와인이라면 적어도 1년 후에 더 맛이 좋아질 가능성이 크다.
⑤메독의 그랑크뤼는 5년은 기본으로 두고 마셔야 좋다. 좋은 빈티지라면(2003년, 2005년 등) 여기에 다시 3,4년 추가된다. 물론 상당수 제품은 20년까지 간다. 생테밀리옹은 그랑크뤼 체계가 다르므로 전문가에게 의뢰한다.
글 ㅣ 박찬일 ''와인스캔들(넥서스)'' 지은이·이탈리안 레스토랑 ''논나'' 셰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