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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박청산의 역설…죽은 박근혜가 산 홍준표를 잡는다



국회/정당

    친박청산의 역설…죽은 박근혜가 산 홍준표를 잡는다

    '朴‧서‧최 출당' 무산되면 통합파 위축, 홍 대표 정치생명도 위협

    자유한국당 정갑윤, 최경환, 김진태 의원 등 친박 의원들이 지난 9월 28일 국회 정론관에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추가 구속영장 발부 요청에 부당성을 강조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박근혜 전 대통령과 친박계 핵심 서청원(8선)‧최경환(4선) 의원의 당적을 정리하겠다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의 결기가 오히려 역효과를 낼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혁신을 명분으로 추진했던 '친박 청산'이 오히려 친박계의 부활을 부르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려의 배경엔 친박 청산이 지도부에 의해 무산되는 시나리오가 깔려 있다. 지방선거 준비에 들어간 최고위원들이 TK(대구‧경북) 민심을 자극하는 박 전 대통령 퇴출 문제를 밀어붙일 여력이 있느냐는 의구심이 작용하고 있다.

    홍 대표로선 오는 28일 미국에서 돌아온 직후 최고위를 소집해야 하는데, 시점과 표 계산 등을 놓고 절치부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초 통합의 결행시점으로 예고했던 26일(바른정당 전당대회 후보 등록일)로부턴 이미 한참 후퇴했다.

    ◇ '朴 출당' 최고위 의결 필수…TK 주자들, 손에 '피' 묻힐 수 있나?

    홍 대표의 급박한 표 계산 이유는 박‧서‧최 3인의 출당이 일단 최고위 의결사안이기 때문이다. 당초 홍 대표 측은 박 전 대통령의 경우 의결이 불필요한 것으로 파악했다가 당 사무처의 확인을 통해 입장을 바꿨다.

    최고위원의 구성만 놓고 보면 홍 대표에게 불리하지 않다. 홍 대표 이하 이철우‧류여해‧김태흠‧이재만(이상 전당대회 득표 순), 이재영(청년), 이종혁(지명) 최고위원과 당연직 최고위원인 정우택 원내대표와 김광림 정책위의장 등 9인이다. 이중 친박 색채가 강한 인사는 2~3명 안팎에 불과, 과반에 못 미친다.

    문제는 이들 중 상당수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경북지사 혹은 대구시장 등 출마를 원하고 있다는 점이다. 공천을 받기 위해선 홍 대표의 말을 들어야 하나,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지지가 여전한 이 지역의 본선에서 당선되기 위해선 박심(朴心)을 거역하기 힘들다.

    상당수 최고위원들도 최고위 의결이 불필요한 것으로 당헌‧당규를 해석해왔다. 손수 박 전 대통령을 쳐내는 모양새가 달갑지 않기 때문이다. 최고위 의결이 필요하다는 당의 공식 판단은 이들의 결단을 요구하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 상황이다.

    때문에 표결로 가는 상황만은 막아보자는 기류가 흐른다. 한 최고위원은 23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제명안의 만장일치 찬성 혹은 반대로 처리해야지, 표결로 가면 당이 계파 갈등 속으로 빨려들게 된다"고 지적했다.

    만장일치로 의견 조율이 안 될 경우 "아직 때가 되지 않았다"는 결론을 재확인한 채 친박 청산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한 1심 판결 시점으로 예상되는 연말연초로 미뤄질 것이란 전망이 제기된다.

    ◇ 홍준표 실각說, 도로 '친박당' 우려…통합파 '축소' 불가피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가 자료사진. (사진=황진환 기자)

     

    홍 대표의 처지에선 표결 연기가 사실상 부결과 같은 역효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당 대표가 명운을 걸고 추진한 친박 청산이 지도부의 결정으로 가로막히게 되는 셈이어서 정치적 타격이 불가피하다.

    때문에 여의도 정치권에선 대놓고 얘기하진 못해도 사석에선 홍 대표의 당권이 ‘바람 앞 등불’ 신세가 됐다는 평가가 오가고 있다. 만약 홍 대표가 2년 임기를 채우지 못하고 당 대표직을 내려놓게 되면 당권은 또 다시 친박계가 접수할 가능성이 크다. 친박 청산이 오히려 친박 부활의 빌미가 되는 역설적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옛 새누리당 시절 한 당 대표의 참모그룹에 속하는 한 친박계 인사는 지난 22일 서청원 의원이 홍 대표의 '뇌물 수수' 의혹을 재차 거론한 것을 놓고 "홍 대표가 너무 세게 나가다 되치기 당하는 상황이 오는 것 같다"며 "노회한 정치인이 아무 수단도 없으면서 홍 대표를 공격했겠느냐"고 되물었다.

    핵심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재선 의원은 "누가 홍 대표에게 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통합의 시너지가 크지 않다, 아직 때가 아니다, 이런 식의 조언을 해줬으면 좋겠는데 총대를 매는 사람이 없다"며 불만을 털어놨다. 홍 대표가 보수통합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탈이 나고 있다는 지적이다.

    친박 청산의 역설은 박 전 대통령 출당을 합당의 조건으로 내걸었던 바른정당의 통합파에도 해당된다. 청산이 무산될 경우 통합파는 바른정당에 머물기도, 탈당해 한국당에 입당하기도 어렵게 된다. '낙동강 오리알'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이에 보수진영에선 바른정당 통합파가 당초 김무성 의원이 장담한 10명 안팎 의원에서 절반 가까이로 대폭 축소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바른정당 하태경 의원은 YTN라디오에 출연, "박 전 대통령 출당만으로 합당 가능하다는 분이 5명 이하인데 합당은 안되는 것"이라며 "(남은 것은) 개별 탈당인데 5명 이하라면 집중 포화를 맞을 수 있고 모양도 너무 빠져 (탈당) 결행을 못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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