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신시내티 동물원이 새로 들여온 수컷 고릴라 므신디. (사진=신시내티 동물원 영상 캡쳐/ Cincinnati Zoo)
'비운의 고릴라’로 통하는 ‘하람베(Harambe)’가 우리에 빠진 아이를 구하는 과정에서 사살된지 1년 4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미국 신시내티 동물원 측이 대타 고릴라를 투입해 빈축을 사고 있다.
하람베는 당시 어린이를 보호하려는 동작을 취했지만 동물원 관계자가 끝내 사살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아직까지도 안타까워하는 이들이 많다. 이런 가운데 동물원 측이 새로운 대타를 투입한 것이 여론의 역풍을 맞고 있는 것.
18일(현지시간) 미국 현지언론들에 따르면 신시내티 동물원은 최근 29살짜리 수컷 고릴라 ‘므신디(Mshindi)’를 루이스빌 동물원에서 들여왔다.
므신디는 하람베가 지난해 5월 사살된 이후 신시내티 동물원의 고릴라 우리에 1년 4개월만에 들여온 첫 수컷이다. 므신디는 새 동물원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을 거쳐 기존에 남아있던 두 마리 암컷 고릴라와 만날 예정이다.
통상 동물원에 새로운 구성원이 들어오면 사람들은 관심을 갖고 축하를 하기 마련이지만, 이번에는 소식을 접한 사람들의 감정이 매우 복잡해 보인다.
고릴라 하람베가 비극적으로 사살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5월 28일 신시내티 동물원에서는 3살짜리 어린이가 안전펜스 밑 고릴라 우리 안으로 떨어지는 사건이 벌어졌다.
하람베는 10분 가량 소년을 물속에서 끌고 다녔고, 신고를 받은 동물원 관계자들은 그 자리에서 하람베를 사살했다. 동물원 측은 고릴라에게 마취총을 쏘면 더 흥분하기 때문에 아이를 구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람베를 사살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당시 상황을 본 목격자는 물론 이후 영상을 본 전문가들도 고릴라가 아이를 보호하려는 행동을 보인 것 같다는 의견을 내놓으면서, 죽은 하람베를 동정하고 추모하는 여론이 크게 일었고, 지금도 추모 움직임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5월 고릴라 하람베가 우리에 떨어진 아이를 건드리고 있는 장면을 한 관람객이 촬영했다. (유튜브 영상 캡쳐/ Youtube)
그러나 사건이 발생한지 1년 4개월 남짓 지난 상황에서 동물원 측이 하람베를 대체할 새로운 수컷 고릴라를 들여오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트위터 등 SNS상에서는 ‘고릴라를 사살한 적이 있는 동물원이 새로운 고릴라를 들여올 자격이 없다’는 의견에서부터, ‘하람베를 대신할 수 있는 고릴라는 없다’는 주장도 제시됐다.
자기들이 사살한 하람베를 대체할 고릴라를 들여놓은 뒤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넘어가는 동물원 측의 행태에 분개하는 여론이 높은 상황이지만, 그러나 언제까지 고릴라 우리에서 수컷의 자리를 비워둘 수만은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신시내티 동물원은 므신디의 적응이 끝나는대로 고릴라관을 재개관할 예정이어서, 그를 바라보는 관람객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