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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직 목마른 배우 염정아는 무엇으로 사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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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컷 인터뷰] "능동적 캐릭터가 좋다…로맨스 대본은 최근 못 받아"

    영화 '장산범'에서 희연 역을 맡은 배우 염정아. (사진=NEW 제공)

     

    염정아하면 아직도 많은 이들이 말 한 마디 붙이기 어려운 차가움을 떠올린다. 배우가 가진 이미지라는 게 그렇다. 외양에 따라 냉정하면서도 도회적인 배역을 자주 도맡아 하면 기정사실화된 이미지로 굳어져 버린다.

    그러나 몇몇 영화들에서 이 배우는 전혀 다른 감성으로 인간 내면의 본질을 그려내왔다. 영화 '카트'에서 비정규직 마트 노동자 선희, 염정아가 그랬고, '장산범'에서 아들을 잃고 여자애에게 정을 주는 희연, 염정아가 그렇다. 이미지와 달리 염정아의 배역에는 마치 한계가 없는 듯하다. 날실과 씨실을 엮어 만든 옷감처럼 하나 하나 섬세하게 캐릭터를 조합하는 능력 때문이다.

    그래서일까. 40대 중반에 전성기를 누리는 남자 배우들과 달리 염정아에게 더 이상 할만한 역할이 없는 것은 조금 아쉽고도 슬픈 일이다. 지금 그의 연기력과 열정 또한 누구 못지 않게 가장 알맞은 농도로 무르익었다.

    다음은 염정아와의 일문일답.

    ▶ 3년 만에 스크린에서 본다. 아무래도 40대 여성 배우가 할 수 있는 작품이 많이 없기도 한데 그래서인가.

    - 그러게 말이다. 감독님들이 매력적인 여자 캐릭터가 있는 시나리오를 많이 써주셨으면 좋겠다. 능동적인 캐릭터가 나한테 와야지.

    ▶ '장산범'은 상당히 토속적인 소재의 공포 스릴러 영화다. 영화의 장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 소재나 감성 자체가 한국적이다. 충분히 공포도 줄 수 있고, 다른 감정을 느낄 수도 있다. 이게 장점이라면 장점이지 않을까. 공포 영화 마니아 분들에게는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모르지만 무섭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다른 감정도 얻어갈 수 있다. 분명히
    차별화된 지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서늘한 긴장감이 있는 미스터리 영화 정도로 봐주면 좋겠다.

    ▶ '스릴러의 여왕'이라는 수식어가 있는데 평소 공포 스릴러 영화와 친밀도는 높은 편인지.

    - 보는 거랑 하는 거랑 전혀 다르다. (웃음) 당연히 스릴러가 주는 쫄깃함이 있는데 후유증이 오래 가서 그 뒷감당이 잘 안된다. '곡성'도 몇 번이나 VOD로 보려고 했다가 포기했던 나다. 허정 감독님 전작인 '숨바꼭질'도 시사회에 갔다가 생활과 맞닿아 있는 공포라 진짜 잠이 안 오더라. 몇 달을 문단속을 하면서 아이들한테도 엘리베이터 조심하고, 차 안에 있는데 누구 문을 열어주면 안된다면서 주의시켰다.

    영화 '장산범' 스틸컷. (사진=NEW 제공)

     

    ▶ 현장 이야기를 좀 해보자. 동굴, 개 사육장 등 공포를 자아내는 상징적 공간들이 몇 나오는데 실제 분위기는 어땠나. 여자애 역의 신린아와 호흡한 소감도 궁금하다.

    - 희연이 깔고 가야 하는 감정선이 있어서 그걸 갖고 있느라 카메라 앞에서는 항상 좀 우울했다. 현장은 조용했고, 힘든 장면들을 찍으니까 웃고 떠들지는 않았다. 나중에는 거울을 보는 것도 무서워졌다. (신)린아는 정말 성인 배우처럼 자기 몫을 다 해내더라. 사람들이 불편해하는 일도 없었고, 컨디션에 따라 연기가 안 나오는 일도 없었다. 감정을 끌어내려면 각종 이야기를 해야 하는 때도 있는데 그냥 상황을 설명하니까 이해하고 연기를 했다.

    ▶ 염정아의 스릴러하면 사실 제일 먼저 떠오르는 작품이 '장화, 홍련'이다. '장산범'을 연기한 지금과 그 때는 무엇이 달라졌을까.

    - 당시에는 아무것도 모르고 그저 감독님이 이끄는대로 연기를 했다. 그 영화로 대중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도 알았고, 내가 좋아하는 지점도 느꼈다. 연기의 맛을 처음 경험했다고나 할까. 그에 비하면 '장산범'은 익숙했다. 감독님이 미혼이기 때문에 모성애를 담아내는 부분은 내 경험치가 있어서 더 자세하게 표현했던 것 같다. 감독님도 처음부터 내가 만들어가야 하는 부분이 확실히 있어야 된다고 이야기했고.

    ▶ 그렇다면 배우 염정아의 전환점과 인간 염정아의 전환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 아무래도 '장화, 홍련'이다. 이걸 기점으로 이미지 자체도 많이 바뀌었고, 이후에 작품을 많이 하게 된 것도 사실이다. 인간 염정아는 결혼인 것 같다. 미혼일 때는 나 하나만 잘하면 됐는데 결혼하면 내가 보살펴야 하는 존재들이 생기기 시작한다. 그래서
    좀 더 어른스럽고 착해졌다.

    영화 '장산범'에서 희연 역을 맡은 배우 염정아. (사진=NEW 제공)

     

    ▶ 가정에서 책임질 부분과 배우로서 책임질 부분 간에 균형은 어떻게 맞추나. 평소 쉴 때는 아이들과 어떻게 시간을 보내는지도 궁금하다.

    - 영어 말하기 대회 암기한 거 체크하고, 다 외우면 선물도 나눠주는데 이런 활동하기도 하고 그런다. '카트'는 좋은 영화라 보여주고 싶어서 한 번 보여준 적이 있었는데 아저씨들이 엄마를 밀어서 운다고 아이들이 울었다. 현장에서는 배우이지만 스스로
    집에 가는 길에 차단을 해버린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가족은 힘들어서 못 산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이유로 가족들을 힘들게 하면 안되지 않느냐.

    ▶ 도회적인 이미지라 단독 주연의 액션 영화도 잘 어울릴 것 같다. 분위기는 그런데 액션은 자유롭게 하는 편인가.

    - 똑부러지는 말투라 아마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다. 그런데 생각보다 사람들 잘 받아주고, 오히려 둔한 스타일이다. 이런 이미지 때문에 예전에도 잘하는 줄 알고 캐스팅이 들어왔었는데 계속 총만 들고 다니면서 눈 부릅뜬 연기만 했었다. 운동 자체를 못한다. 그 때도 몸 쓰는 건 잘 안하는 팀장 역할이었다. 춤추는 건 좋아해서 노래도 좋아했었다. '박진영의 파티피플'에 나갔는데 연습을 안하고 노래하니까 안되겠더라. 연습 많이 해야지. (웃음)

    ▶ 장르가 액션만 있는 게 아니니 괜찮을 것 같다. 또래 여성 배우들은 꾸준히 로맨스 연기에 도전하고 있는데, 그런 장르 쪽으로는 혹시 마음이 가는지.

    - 워낙 맥 라이언, 줄리아 로버츠, 산드라 블록 이런 배우들이 나오는 로맨스 영화들을 좋아한다. 최근에는 '라라랜드'도 좋더라. 만약 내가 하게 된다면 '맘마미아' 쪽으로 가는 게 맞지 않을까. 지금은 한국 영화계에 로맨스가 사라졌지만 또 다시 시나리오 연구하고 그러면 살아나겠지. 최근에는 이런 시나리오나 대본 자체를 받아보지 못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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