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S 노컷뉴스가 단독 보도한 500억원이 투입된 구국도 대체우회도로 부실 시공이 사실로 확인됐다. 제주도와 경찰이 현장을 확인하고 해당 업체에 대해 수사를 벌이고 있다. 공사가 절반 넘게 진행된 만큼 추후 조치에 대한 파장이 클 것으로 보인다. CBS 노컷뉴스는 현장 취재를 통해 확인된 대규모 도로 부실시공의 문제점을 연속 보도한다. [편집자 주]
제주시 구국도대체 우회도로 아라-회천 건설공사 관급자재 토목보강재 지오그리드 다수공급자 계약 현황 (사진=문준영 기자)
5백억이 투입된 '제주시 아라-회천 3.8㎞ 구간 도로포장 사업'에 부실 골재가 사용된 것으로 확인된 가운데 관급자재 구입 계약에도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토목용 보강재를 시중보다 3~4배 비싼 가격으로 구입하고, 구매계약 금액을 분할해 경쟁 입찰을 회피한 정황이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확인됐다.
제주도 감사위원회는 이에 대해 조사를 벌이고 있다고 9일 밝혔다.
◇ 5천만 원 이하 쪼개기 계약 5건…한 업체 몰아주기제주시 구국도 대체 우회도로(아라~회천) 건설공사에 사용된 관급자재인 토목보강재(지오그리드) 계약 과정에서 분할 계약이 이뤄진 것으로 드러났다.
지오그리드는 흙 구조물이나 옹벽 작업 등 지반 보강에 쓰이는 재료로, 제주도는 지난 2014년 2월 25일부터 11월 25일까지 4차례에 걸쳐 S업체와 계약을 맺었다.
4차례 맺은 계약 금액은 4951만원, 3553만원, 4585만원, 4833만원으로 모두 5천만 원 이하다. 5천만 원이 넘으면 2단계 경쟁을 해야 한다. 경쟁입찰을 피하기 위한 편법이라는 지적이다.
설계도에 맞게 구입한 뒤 추후 모자라거나 남으면 변경계약을 통해 바꿀 수 있지만, 처음부터 같은 제품을 분할해 계약을 맺은 것이다.
지방자치단체 입찰 및 계약 집행기준에 따르면 계약담당자는 용역·물품 계약에 대해 단일 사업을 부당하게 분할하거나 시기별로 나눠 체결할 수 없도록 돼있다.
지난 2013년부터 공사가 진행 중인 제주시 아라-회천 도로포장 사업 현장. 2018년 완공 예정이지만 현재 부실시공 문제가 발생해 건설업체 관계자들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특히 2015년 5월에는 특허공법이 들어갔다며 같은 업체와 2억6898만원의 수의계약을 맺는다.
당시 제주지방조달청이 특허공법 계약에 대해 다수공급자계약을 통해 구매할 것을 제주도에 요청했지만, 제주도 담당자는 특허가 들어간 제품을 사용해야 한다는 이유로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을 담당했던 공무원 A씨는 CBS 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조달청에서 이를 반려한 게 맞지만, 당시 공사 감리단에서 요청이 들어와 구입을 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A씨는 또 "현재 제주도 감사위원회에서 이 사안을 조사하고 있고, 자료를 모두 제출했다"고 말했다.
2015년 제주도가 S업체와 맺은 총액수의계약 현황. 제주도는 해당 모델에 특허공법이 들어갔다며 S업체와 2억6000만원 상당의 수의계약을 체결했다. 하지만 해당 특허 제품은 인터넷 등에 공개되지 않고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하지만 CBS 노컷뉴스 취재결과 특허를 받았다는 지오그리드 제품은 S업체 홈페이지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S업체 홈페이지에는 각종 특허 제품 모델과 특허 등록번호가 게재돼 있다.
S업체 관계자는 "해당 특허 제품은 기존 제품과 큰 차이가 없어 인터넷에 공개하지 않고 있고, 대리점 등에만 공개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현재 S업체는 다른 지역에서 지오그리드 제품 단가를 부풀려 계약한 혐의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고 있다.
◇ 똑같은 제품, 행정이 살 땐 8730원, 민간이 살 땐 2300원이와 함께 S업체가 납품한 지오그리드 제품이 관급자재 계약에서는 3배 넘게 뻥튀기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2015년 4월 S업체가 민간에 제공한 견적서. TRIGRID EX 10T 모델의 단가가 2300원으로 책정돼 있다. (사진=문준영 기자)
취재진이 입수한 지난 2015년 4월 S업체의 민간 납품 견적서에 따르면 지오그리드 TRIGRID EX 10T 모델의 단가는 2300원이다. 부가세 10%를 포함한다고 해도 2천6백 원이 채 안 된다.
2015년 5월 제주도와 S업체가 맺은 TRIGRID 10T 모델 단가는 8730원이다. (사진=문준영 기자)
하지만 2015년 5월 제주도와 맺은 관급자재 계약에서 같은 모델(지오그리드 TRIGRID EX 10T)의 단가는 8730원이다. 똑같은 제품이 민간에는 2300원에, 행정에는 3배가 넘는 8730원에 거래된 것이다.
제주도가 이처럼 계약 등을 통해 S업체와 맺은 계약 금액은 모두 4억8663만원으로, 적어도 3억원 상당의 예산이 낭비된 것으로 추정된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지난 2014년 11월 일부 지자체가 토목용 보강재(지오그리드) 구매계약을 체결하며 시중가격을 조사하지 않는 등 예산낭비 사례를 신고받아 경찰청에 사건을 이첩한 바 있다.
토목보강재(TRIGRID EX 15T) 제품 (사진=조달청 목록정보 시스템 홈페이지)
경찰청은 당시 39개 보강재 업체 중 5개 업체를 수사했고, 업체가 시중단가보다 3~4배 높은 허위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171억원의 부당이득을 챙긴 사실을 확인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이와 별도로 지난해 8월 2차 신고를 받고 지자체들이 약 38억 원의 예산을 낭비한 사례를 추가로 확인했다.
제주도감사위원회는 "국민권익위원회의 사건 이첩에 따라 현재 지오그리드 계약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 담당 부서 제주도청 도시건설과 "감사 진행 중 말해줄 수 없다"취재진은 이같은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제주도청 도시건설과를 방문했지만 담당계장은 "제주도감사위원회에서 지오그리드 납품과 관련해 조사를 진행 중이고, 자료를 모두 제출했기 때문에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또 이 관계자는 "현재 담당 직원이 제주시 아라-회천 구간 부실공사와 관련해 경찰에서 조사를 받고 있어 답변이 어렵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