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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유세 외면한 양도세 중과…'동결효과' 우려



경제 일반

    보유세 외면한 양도세 중과…'동결효과' 우려

    "총망라했다지만 알맹이는 빠졌다"…부동산·세제개편 '미완의 첫발'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 지정은 물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세 카드까지 꺼내들었다.

    하지만 정작 핵심인 보유세 인상이 빠져있어 '동결 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금과 대출, 청약과 재건축까지 내놓을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총망라했다"는 정부의 자평에 화답하듯, 부동산 업계에서도 "예상보다 강력한 카드가 나왔다"며 짐짓 놀라워하는 분위기다.

    특히 양도소득세 중과세 부활을 비롯해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 조치가 포함된 것은 지난 11.3대책이나 6.19대책보다 훨씬 진일보한 조치임엔 분명하다.

    국토교통부 김현미 장관은 "현재는 2주택 이상 다주택 보유세대도 1주택 보유세대와 같은 기본세율을 적용받고 있다"며 "앞으로 2주택자는 기본세율 외에 10%p, 3주택 이상은 20%p의 가산세를 부과하겠다"고 투기 근절 의지를 거듭 천명했다.

    그러나 "나올 게 다 나왔다"는 부동산 시장 반응의 이면에는 "더 이상은 내놓지 말라"는 일종의 '안도감'이 깔려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정작 부동산 정상화의 핵심인 중요한 한방은 빠졌다는 것이다. 바로 보유세 인상이다.

     

    양도세 중과세가 부동산 불로소득 환수의 중요한 수단임엔 분명하지만, 보유세 인상과 병행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투기 목적으로 다주택을 보유한 세력에겐 양도세 부담만 커진 이번 상황이 되려 집을 내놓지 않고 기다리게 만드는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토지+자유연구소 남기업 소장은 "양도세 카드는 보기엔 화끈해보이는데 동결효과로 불리는 거래 위축 효과만 낳는다"며 "가장 좋은 수단이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투기용 다주택을 보유한 세력이 불필요한 주택을 빨리 내놓게 만들어야 정상화되는 게 시장의 원리인데, 이를 담보할 핵심 수단은 보유세 강화란 것이다.

    양도세 중과세 카드만으로는 다주택자들이 높아진 세금 부담을 감수하며 굳이 매물을 내놓을 리 없는 데다, 일종의 '조세 저항' 차원에서 정권이나 제도가 다시 바뀌길 기다리며 자산 동결에 나설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토지정의시민연대 이태경 사무처장도 "이번 8.2대책이 단기적 집값 급등엔 효과를 발휘할 수 있겠지만, 중장기적으로는 투기 수요에 의한 농단 상황이 재연될 공산이 크다"고 우려했다.

    보유세 인상 없는 부동산 대책은 결국 자금력이 풍부한 투기 세력에 밀려 '헛방'이 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KB금융연구소가 전날 발표한 '2017 한국 부자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이 10억원 이상인 부자는 24만 2천명으로 무려 552조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은 "올해 들어 부동산 투자 비중을 높이고 있으며 앞으로도 부동산 투자를 계속 늘리겠다"고 답변, 이상 과열 현상의 진원지가 어디인지를 추정케 한다.

    정부가 '8.2 대책'을 통해 LTV·DTI 규제를 대폭 강화하고 주택담보대출 건수를 제한하는 등 나름 강도높은 조치들을 내놨지만, 천문학적 자금력으로 무장한 이들 세력에겐 '약발'이 먹혀들 리 만무한 셈이다.

    남 소장은 "대출 규제가 전세를 낀 일명 '갭투자'나 집값이 더 오르기 전에 사야겠다고 판단한 실수요자의 심리엔 영향을 미칠 것"이라면서도 "금융 규제와 무관하게 움직이는 세력을 타깃으로 한 보유세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정부가 5년간 50조원을 투입하기로 한 '도시재생 뉴딜' 사업에도 이들 투기성 자금이 유입될 개연성이 농후한 만큼, 사전 대책 차원에서라도 보유세 강화는 불가피하다는 지적이다.

     

    보유세 인상은 비단 부동산 대책뿐 아니라, 이날 정부가 함께 발표한 일명 '부자 증세'에서도 핵심중 핵심이지만 역시 제외됐다. 하반기 구성될 조세재정개혁특별위원회 논의를 거쳐 내년 지방선거 이후에나 본격 검토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정부가 투기지역 규제 등은 3일부터 곧바로 적용하면서도,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는 지방선거를 앞둔 내년 4월 1일부터 도입하기로 한 점은 눈여겨볼 대목이다.

    핵심 수단을 꺼내들기 앞서 일종의 유예기간, 또는 '엑소더스' 기회를 준 것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이날 경제현안간담회에서 보유세를 직접 언급하진 않았지만 "불안한 상황이 지속하면 추가로 지속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보유세는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를 아우르는 개념으로, 재산세는 부동산가액에 상관없이 모든 부동산 보유자에게 부과된다. 반면 종부세는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인 1주택자 또는 주택가격 합계가 6억원 이상인 2주택자에게 부과된다.

    참여연대 분석에 따르면, 종부세를 내는 사람은 전체 주택 소유자의 1.7%에 불과하다. 특히 지난 2009년 이명박정부가 종부세율을 절반으로 떨어뜨린 이후 연간 세수도 평균 1조 2천억원으로 반토막 수준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김종민 의원에 따르면, 이명박정부 이후 최근 8년간 부동산 시장 가격은 40% 올랐지만 보유세는 26.1% 증가에 그치면서 실효세율도 0.279%로 오히려 낮아졌다.

    우리 나라의 GDP(국내총생산) 대비 보유세 비중은 0.8%로 OECD 평균인 1.1%를 밑돌고, 특히 실효세율은 1.4%인 미국이나 0.69%인 덴마크에 비해 턱없이 낮다.

    보유세 인상이 빠진 채 '자산'보다 '소득'에 치중한 부동산 대책과 세제 개편안 모두 '핵심을 비껴갔다'는 지적에서 당분간 자유롭기 힘든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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