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화면. (사진=부산CBS 제공)
A(65·여) 씨와 B(65·여) 씨는 전북 전주의 한 오피스텔에서 청소 노동을 한다. 벌써 수십 년째다. 어디서 일하느냐에 따라 좀 더 벌고 덜 벌고 하던 시기는 있었지만 매일이 엇비슷했다.
그래도 여전히 낯선 게 있다. 요즘 같은 폭염이다. 창문 하나 없는 세 평 남짓한 통신실, 아니 휴게실에는 어설프게 돌아가는 선풍기 하나뿐이다.
이들의 휴식 공간에 잠시 들어가 봤다. 벽에는 자동식 가스소화장치 네 개와 각종 전선들이 어지럽게 붙어있었다. 후텁지근하고 습한데다 형광등을 켜도 어두컴컴해 잠깐만 있어도 몸과 마음이 답답했다. 소금기 가득한 두 몸을 식히거나 눕히기엔 적절치 않은 곳이었다.
이들은 전북대학교에서 용역 청소원으로 일하던 그 때가 어릴 적 고향처럼 그립다.
이들의 기억 속에 그 곳에 마련된 휴게실은 널찍했고, 에어컨도 있었다. 노조에 가입한 덕분에 부족한 게 있으면 요구할 수도 있었다. 만 58세 정년만 아니었다면 지금도 다니고 있을 터였다.
그때와 지금은 벌이도 다르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하루 6시간 30분 동안 일하고 손에 쉬는 돈은 월 105만원. 연봉 1300만 원 정도다. 기본급은 물론 월차수당까지 모으고 모은 돈이다.
A 씨는 "자식들 시집·장가 다 보내고 아저씨랑 둘이 살지만 이 돈으로는 겨우 풀칠이나 하는 수준"이라고 했다. 이들이 월 15만 원짜리 새벽 아르바이트를 따로 하는 이유다.
◇ "부러울 게 뭐 있어" 정년 65세, 월 140만원 받는 전북대 청소노동자들"부러울 게 뭐 있어. 청소부가 다 똑같지 뭐."
'A 씨와 B 씨가 전북대 시절을 그리워한다'는 말에 전북대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던 C(62) 씨의 반응은 심드렁했다.
A 씨 등이 정년퇴직한 직후 정년이 만 65세로 늘면서 C 씨는 아직도 3년간 더 일할 수 있다. A 씨 등이 소원(所願)한 것을 이제 C 씨는 공기처럼 누리고 있었다.
현재 전북대 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오전 8시부터 하루 8시간 일한다. 근속수당을 포함해 한 달 140만 원 가량을 번다. 여기에 상여금으로 받는 기본급 100%를 합하면 연봉은 1800만 원 선이다.
청소용역 노동자를 위해 마련된 전북대 내 한 휴게실 사진 여러 개를 이어 붙인 모습. 비교를 위해 오피스텔 통신실 내부 사진을 찍으려 하자 A 씨 등은 "신원이 드러나면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며 한사코 촬영을 말렸다. (사진=김민성 기자)
A 씨 등이 그토록 그리는 이들의 휴게실로 갔다. '널찍하다'던 그 곳은 아무리 넓게 잡아도 네 평 남짓에 불과했다. 누렇게 변한 낡은 에어컨이 제대로 작동되는 게 그나마 위안이었다.
휴게실 바닥에 앉아있던 D(65) 씨는 "다 늙은 나 같은 사람 써주는 곳 치곤 이만한 데가 없다"며 "그럭저럭 다닐 만하다"고 말했다.
◇ '같은 듯 달라요' 지자체 청소노동자들전북도청은 전주지역 청소노동자들에게 소위 '다닐 만한 직장'이다. 전주시청에서 일하는 용역직 청소원 E(53·여) 씨는 전북도청을 두고 "일은 똑같이 해도 시청보다 훨씬 낫다"고 귀띔했다.
지난 2005년 신청사 개청 뒤부터 전북도청에서 일해 온 F(64·여) 씨는 "정규직은 아니지만 다른 곳보다는 처우가 좋아서 힘들지만 부족함 없이 일하고 있다"고 했다.
전북도청 청소노동자들은 오전 7시 30분부터 업무를 시작해 오후 4시 30분에 퇴근한다. 점심시간을 제외하고도 오전·오후마다 30분씩을 더 쉰다.
이렇게 일하고 F 씨가 버는 돈은 다달이 210만 원이다. 연 상여금인 기본금 400%를 포함한 액수다. 쉬는 시간도 없이 일하는 E 씨보다 한 시간 덜 일하고도 한 달에 57만 원 정도를 더 번다.
◇ 민간은 최저임금, 공공은 '용역근로자 보호지침' 적용청소용역 노동자들은 속한 곳이 어디냐에 따라 전혀 다른 노동 조건 속에서 일한다. 심지어 시·도청 같은 공공기관도 차이가 난다.
일단 청소용역을 의뢰한 발주처의 공공성 여부에 따라 처우와 근무 환경이 갈린다.
민간에서는 법적으로 용역 노동자들의 보수를 정할 때 최저임금(2017년 기준 시급 6470원)만 지키면 된다.
반면 공공기관은 정부가 발표한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이하 보호지침)의 적용 대상이다. 이 때문에 공공기관 청소노동자들은 단순노무 종사원의 시중노임단가(2017년 기준 일급 6만6630원)만큼 받을 수 있다.
민간과 공공의 청소용역 노동자, 그들 사이의 임금격차는 8시간 노동 기준으로 아무리 적게 잡아도 하루 1만4870원, 한 달이면 30만 원에 달한다.
공공기관간의 차이는 도급 단가를 설계하는 단계에서 벌어진다.
전주시청은 연 정기 상여금으로 기본급의 100%를, 반면 전북도청은 보호지침상 상여금 최대치인 기본급의 400%를 보장하는 안으로 용역업체를 공개 입찰했다.
이에 대해 정태석 전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공무원들은 지방·중앙을 떠나 정해진 기준에 따라 서로 비슷한 보수를 받고 일한다"며 "용역 직원이라는 이유로 속한 기관에 따라 임금 차별을 받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정교수는 또 "이는 '동일임금 동일노동'이라는 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