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간 정상 회담이 보름 남짓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한반도 사드배치를 둘러싸고 두 나라 사이에 미묘한 입장차가 감지되면서 대북 대응 체제에 균열이 생기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청와대는 북한의 잇딴 도발 행위에 한미가 공통된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연일 밝히고 있지만, 미국과 국제 사회의 추가 대북 제재 움직임에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보고 누락 경위 파악 등 국내적 조치까지 겹치면서 첫 정상회담에도 비상한 관심이 쏠린다.
◇ 미국·국제사회 연이은 대북(對北) 압박올해 들어 북한이 중장거리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잇달아 쏘아올리면서 미국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대북 제재도 강도를 높이고 있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 1일 북한 기관 10곳과 개인 4명, 그리고 북한과 관계 있는 러시아 기관과 개인까지 포함한 제재 대상을 추가 발표했다.
미 재무부가 제재 대상을 추가 지정한 것은 지난 3월 이후 두번째로 제재 대상에 포함되면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되는 것은 물론 미국 여행 등도 전면 금지된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도 2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15개 이사국이 참석한 가운데 회의를 열고 만장일치로 새 대북제재결의 '2356호'를 채택했다.
안보리는 결의안에서 "북한의 거듭된 탄도미사일 발사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며 "북한이 모든 핵무기와 기존 핵 프로그램을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방식(in a complete, verifiable and irreversible manner)으로 포기하고 탄도미사일 발사 실험도 완전히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북한을 국제사회 논의의 테이블로 이끌어내는 '유화책'은 여전히 유효하지만, 현재까지는 북한의 잇딴 도발에 강대강(强對强)으로 압박 수위를 높이는 모양새다.
특히 최근 문재인 정부가 인도적 지원단체와 종교단체 등 남북 민간교류 접촉에 유연한 모습을 보이는 것과 정반대의 모습이어서 국제사회의 대북 압박·제재 노력에 한국이 엇박자 행보를 보이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당장 이달 말로 예정된 한미 정상회담에서 다뤄질 주요 의제가 한미동맹과 북핵·미사일 해법, 사드배치 등이어서 자칫 최근의 엇박자 행보가 향후 한미 동맹의 균열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 매티스 美국방 "한국정부 사드 조치 신뢰한다"이런 가운데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방한한 딕 더빈 미국 민주당 상원 원내총무를 만난 자리에서 사드 배치의 절차적 정당성과 환경영양평가 필요성 등을 언급하면서, 사드 배치에 대한 한미 양국의 인식차가 본격적으로 표면화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왔다.
여기에 문재인 정부가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과 관련된 경위 파악을 지시하면서 전(前) 정부와 미국간 사드 배치 결정과 절차의 투명성을 점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됐다.
특히 더빈 원내총무가 문 대통령을 만난 직후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납세자들의 돈 9억2300만 달러로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겠다는 것인데 논란이 일어나는 게 놀랍다. 미 의회는 각종 프로그램을 삭감해야하는 데 한반도 사드배치 비용을 다른 데로 돌릴 수 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하면서 청와대는 바짝 긴장했다.
일단 한미 당국자들은 이달 말 정상회담을 앞두고 진화에 나서는 모양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은 3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아시아안보회의(샹그릴라 대화)에서 "주한미군 사드에 대한 문재인 정부의 조치를 이해하고 신뢰한다"고 밝혔다.
한민구 국방장관은 이날 매티스 장관과 양자 회담을 가진 후 "사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는 국내적 조치로, 기존 결정을 바꾸거나 미국에 다른 메시지를 전하려는 것이 아니며 한미동맹의 정신으로 해결한다는 점을 미국 측에 강조했다"고 말했다.
두 사람의 만남은 사드 발사대 4기 반입 보고 누락 파문 이후 처음으로 한미 정상회담 의제 조율 성격도 짙다.
한 장관은 "(매티스 장관과 한미 정상회담 관련) 정해진 의제를 다 얘기했다"고도 밝혀 대북 공조에 흐트러짐이 없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3일 오후 미국에서 돌아온 정의용 청와대 안보실장도 문 대통령에게 한미 정상회담 의제 관련 구두 보고를 끝내고 5일 정식 대면보고를 할 예정이다.
또 이르면 이날 언론 앞에서 방미 성과와 한미 정상회담 의제, 미국 조야에서 청취한 의견 등을 공개하면서 최근 불거진 한미동맹 균열 우려 등에 대한 적극 진화에 나설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따라 '대북 압박의 마지막에는 궁극적으로 대화를 통한 한반도 비핵화가 있다'고 누누이 강조한 문 대통령은 한미간 군사적 동맹의 건재함을 북한에 알리며 추가 도발을 억제하는 한편, 한미동맹의 공고함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정상회담 준비에 돌입할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 사드 발사대 4기 보고 누락으로 인한 '불씨'는 여전히 남아있지만,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국에 불필요한 신호를 줄 수 있다는 판단도 작용하면서 속도조절에 나설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