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항공기에 새가 충돌하는 사고를 ''버드 스트라이크''(Bird strike, 조류충돌)라 한다.
버드 스트라이크는 일단 한번 발생하면 항공기 추락과 같은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
국내 공항에서 발생하는 버드스트라이크가 해마다 늘어나고 있으나 이런 사고를 줄이기위한 정부의 대책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어서 항공기는 물론 승객들의 안전에 큰 위협이 되고 있다.
◈2005년 59건→ 2007년 74건으로 증가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따르면 국내 공항에서의 항공기 조류충돌 사고는 두 항공사를 합쳐 2004년 74건, 2005년 59건, 2006년 61건, 2007년 74건등으로 해마다 늘고 있다.
버드스트라이크는 특별한 사고로 인식되고 있으나 사실은 사나흘에 한번씩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항공사별로는 2004년 이후 대한항공 150건, 아시아나항공 133건 등 모두 283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했다.
같은 기간 두 항공사가 외국공항에서 조류충돌 사고를 일으킨 건수는 각각 90건과 84건 등 총 174건에 달했다.
대한항공의 경우 국내 공항인지 외국 공항인지 사고 발생 장소가 불분명한 사고가 19건으로 지난 4년 6개월 동안 두 항공사의 조류충돌 건수는 무려 476건에 이르고 있다.
지난해 14개 지방공항 중에서는 김포공항이 17건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서 제주공항 7건, 광주공항 5건, 울산공항 3건 등 모두 46건이 발생했다.
인천국제공항은 조류충돌 건수 공개를 거부했다.
◈ 900g 청둥오리가 4.8톤 충격줄 수도시속 370㎞로 이착륙하는 항공기에 0.9㎏짜리 청둥오리 한 마리가 부딪치면 항공기는 순간 4.8t의 충격을 받는다.
더욱이 큰 새들은 1만 피트(3천 미터) 상공까지 날기도 하는데, 이 때 항공기는 최고 480㎞의 속도를 내 새와 부딪힐 경우 충격은 더욱 커진다.
특히, 새가 엔진에 빨려드는 경우 자칫 항공기 추락 등 치명적인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 지난 2003년 5월 예천공항에서는 공군 전투기가 추락했으며, 1995년 미국 공군기는 거위가 엔진으로 빨려들어가면서 추락해, 탑승자 24명이 전원 사망했다.
2
지난해 14개 지방공항에서 발생한 조류충돌 46건가운데 엔진으로 빨려들어간 경우는 28%인 13건(김포공항 7건)에 달했다.
국내 항공사 한 관계자는 "조류 충돌중 20-30%는 새가 엔진으로 빨려들어가는 사고"라고 전했다.
국토해양부 산하 항공안전본부는 이와관련한 구체적인 자료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항공사 관계자의 말에 비춰볼때 지난 2004년 이후 국내 조류충돌 283건 가운데 56~85건 정도가 엔진 충돌사고인 것으로 추정된다.
국내 한 항공사의 기장은 "작은 새들은 엔진에 빨려들어가면 타버리지만 청둥오리나 기러기, 갈매기 등 큰 새는 엔진이 손상을 입어 출력을 상실하게 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엔진에 새가 빨려들어가 항공기가 회항하는 경우도 있었다.
한 항공사 관계자는 "지난해의 경우만 보더라도 12월 김포공항을 이륙하다 조류충돌을 일으켜 다시 김포공항으로 회항한 사례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이와관련해 "지난 2002년 항공안전본부 설립 이후 조류충돌로 회항한 사례는 없었다"며, "저가항공사들의 경우 취항한 지 얼마되지 않아 그 동안 조류충돌이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나 제주항공 관계자는 "2006년 6월~2007년 5월 사이에 3건의 조류충돌이 발생했다"고 밝혀 항공사→지방항공청→항공안전본부로 이어지는 보고체계에 문제가 있거나 항공안전본부에서 사실을 감추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 조류충돌 예방위한 예산·조직·인원 지원 부실상황이 이처럼 심각한데도 항공기 조류충돌 방지를 위한 정부 차원의 체계적인 대책은 전혀 마련돼 있지 않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지난해 항공기의 조류충돌 방지를 위한 정부 예산은 한푼도 책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조류충돌 최소화를 위한 노력은 지난해 2003년 8월 ''조류-항공기 충돌방지 체제 구축을 위한 방안 연구 용역''을 한 차례 발주하고, 항공안전본부 산하에 조류충돌 예방 위원회를 꾸린 게 전부다.
위원회는 그러나 제 역할을 못하고 있다. 한국공항공사 조류퇴치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박성근 박사는 "위원회의 활동이 거의 없다"며 "위원회 회의에 참석해보면 교과서적인 답변만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모든 것을 인천공항을 관할하는 인천국제공항공사와 14개 지방공항을 관할하는 한국공항공사에 떠넘기고 있는 것이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지방공항의 경우 공항마다 조류충돌이 매년 1건 정도씩 발생하는 데다, 우리나라는 외국과는 달리 조류충돌로 인한 큰 피해가 없다"며 의미를 축소하는 데만 급급했다.
이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항공기 조류충돌은 지난해의 경우 항공기 운항 1만대 당 1.2건으로 프랑스 1.84건, 스위스 2.38건보다 낮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는 어떤 지 묻자 "모른다"고 말했다.
인천공항공사와 한국공항공사 역시 조류 퇴치 활동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 인천공항과 김포, 김해공항 등 국내 15개 전 공항을 통틀어 ''조류 전문가''는 인천공항공사에 한 명이 전부다.
박성근 박사는 "공항이라는 환경에서 새를 퇴치하기 위해서는 조류 전문가 뿐 아니라 식물전문가, 곤충전문가들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 14개 지방공항 조류퇴치 인원 턱없이 부족더욱이 인천공항(28명)을 제외한 14개 지방공항에서는 조류퇴치인원이 1~5명에 그친다.
지방공항가운데 항공기 이착륙이 하루 평균 274회로 가장 많은 김포공항의 경우는 조류 퇴치인원이 모두 5명에 그쳐 조류충돌이 많이 일어나는 가을에는 일반 업무를 보는 직원이 조류퇴치 활동에 투입되기까지 한다.
자체 예산도 대부분 인건비로 지출되고 있다. 김포공항의 경우 지난해 조류퇴치 예산은 1억 3천만원으로, 이중 인건비가 1억 2천만원에 달했다.
관리가 허술하게 이뤄지다보니 김포공항의 조류충돌 건수는 지난 2004년 9건에서 2005년 15건, 2006년 16건, 2007년 17건으로 계속 늘고 있다. 김포공항에서의 하루평균 조류출몰 횟수는 2005년 202건에서 2006년 261건, 2007년 285건으로 계속 늘었다.
더욱이 외국에서는 DNA검사 등 각종 첨단기법을 동원해 어떤 종류의 새가 충돌을 일으켰는지 체계적인 데이터를 축적해, 조류충돌 감축 노력을 펴고 있다.
그러나 항공안전본부는 조류충돌이 일어나더라도 어떤 종류의 새가 충돌을 일으켰는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항공안전본부 관계자는 "조류 충돌 사례 중 새의 종류가 확인된 경우는 60%에 이른다"고 말했다.
이는 조류 충돌이 일어난 항공기의 기장이 작성해 제출한 리포트에 근거한 것이다.
그러나 박성근 박사는 "기장 리포트 중에는 새의 종류를 엉뚱하게 적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