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시민들이 철조망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아이고 어떻게, 어떻게 저런 곳에…."
세월호 3주기를 맞은 16일, "잊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세월호가 거치된 목포신항을 찾았다는 한 할머니가 탄식하듯 말을 토해냈다. 참사 이후 1091일 만에 인양돼 지금은 지지대에 간신히 맡긴 세월호를 보면서, 두려움과 외로움 속에 3년의 시간을 보냈을 9명의 미수습자들을 떠올리는 것이다.
조금이라도 세월호를 더 가까이 보기 위해 목포신항을 둘러싼 철제펜스를 움켜 잡았다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돌린 채 눈물을 보이는 시민들도 많았다. 추모의 의미로 노란색 옷을 입은 시민들이나 휴일임에도 교복을 입은 학생들도 눈에 띄었다.
영암여고 학생들의 엄지손 도장 600여 개로 전지를 채워 온 강정아(18) 양은 "희생자들과 같은 학생이다 보니까 몸이 이끌리듯 오게 됐다"며 "저희도 잊지 않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꼭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대구에서 지인들과 함께 왔다는 이형배(46) 씨는 "현장에서 실제로 세월호를 보니까 이 슬픈 상황이 현실이란 걸 새삼 느꼈다"며 "죄송하고 속상한 마음에 희생자 가족 분들에게 아무런 말씀도 드릴 수 없었다"고 말했다.
세월호 참사 3주기인 16일 오후 전남 목포신항을 찾은 한 아이가 노란 리본 틈 사이로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이 날만 만 5천 개가 넘는 노란 리본이 철제펜스를 수 놓았다. 미수습자 수습을 기원하는 염원을 담아, 노란 리본을 달려는 사람들이 하루 종일 줄을 서다시피 했다.
경남 거제시에서 온 윤민철(18) 군은 세월호 희생자인 학생들이 "제 나이 또래였다"고 울먹이면서 노란리본에 '절대로 잊지 않겠습니다, 사랑합니다'라고 적었다. 이제 갓 글을 쓰기 시작한 것으로 보이는 어린 아이는 노란 리본에 '언니, 오빠 돌아 오세요'라는 글귀를 꾹꾹 눌러 썼다.
오후 3시부터 열린 추모 행사는 아직 유해조차 찾지 못해 '추모'라는 말이 불편한 미수습자 가족들을 고려해 1시간가량만 진행됐다. 천주교 광주대교구가 신항 근처 공원에서 진행한 세월호 참사 3년 미사에는 수천 명의 신도들이 미사 시간 내내 뜨거운 햇볕을 아랑곳 않은 채 자리를 지켰다.
세월호 참사 3주기를 하루 앞둔 15일 오후 목포신항에서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부모 허흥환 씨와 박은미 씨가 세월호를 바라보고 있다. 황진환기자
이 자리에서 미수습자 허다윤 양의 어머니 박은미 씨는 "다윤이가 아직도 세월호 속에서 꺼내 달라고 기다리고 있다"며 "예배 중에도 딸의 음성이 들렸다"라고 말했다.
유가족들이 머무는 텐트 근처에서 열린 집회에는 500여 명의 시민이 참석해 미수습자 수습과 진실 규명을 촉구했다. 시민들은 유가족 발언 중간 중간 "힘을 내라"고 위로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故 장준형 군의 아버지 장훈 씨는 "더운 날씨에 아스팔트 위에 앉아 계시게 해서 죄송하다"며 "세월호는 올라왔지만 진상규명을 하기 위한 남은 과제들이 아직 많다"고 말했다.
행사는 '세월호 7시간을 밝혀라', '진실은 침몰하지 않는다'라고 적힌 1200개의 노란 풍선을 일제히 날리는 것으로 마무리 됐다. 9명의 미수습자의 이름도 한 명 한 명 불렀다.
故 권순범 군의 어머니 최지영 씨는 "평소보다 많은 분들이 오셨다"며 "잊지 않고 오는 사람들을 보면서 미수습자 수습과 진상규명의 희망을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