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강덕 포항시장을 비롯한 관계자들이 화재현장에서 대책을 논의하고 있다. (사진=포항시 제공)
포항의 한 공사현장 땅속에 묻혀 있던 가스로 인해 발생한 불길이 이틀째 이어지고 있다.
불길의 원인은 1500만년 전의 바다생물이 분해돼 생산된 '메탄가스'일 가능성이 높지만 경제성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9일 오후 포항시 남구 대잠동 성모병원 인근의 '옛 포항역-효자역' 구간 폐철도부지 공원화사업장.
높이 4~5m, 폭 20여m의 흙더미 위에서 불길이 10m 높이까지 치솟고 있다.
흙더미 주변에선 계속 '슈우욱~'하는 가스 새는 소리가 들렸다.
지난 8일 관정을 뚫기 위해 천공기를 이용해 지하 200m까지 시추하던 중 폭발과 함께 화염이 발생한 현장이다.
이번 화재는 지하에 매장된 메탄가스가 천공기의 불꽃과 만나 불이 붙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황인걸 책임연구원은 9일 화재 현장을 둘러본 후 "이번 불은 지하에 묻혀 있던 메탄가스가 땅위로 분출되며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생대 3기층인 포항과 인근지역은 1500만 년 전에는 깊은 바다였던 곳으로 바다생물과 각종 유기물이 진흙과 함께 퇴적돼 있다 분해되면서 자연적으로 가스를 생성했고, 땅 속에 묻혀 있던 가스가 천공기 불꽃으로 인해 불이 붙었다는 설명이다.
(사진=포항시 제공)
그러나 일부에서 기대했던 상업화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황 연구원은 "현재로서는 정확한 가스 매장량을 확인하기 힘들다"면서도 "경제성이 있는 가스가 분출될 때 발생하는 압력은 화재 현장에 있는 천공기와 인부들을 모두 날려 보낼 정도이다. 지금의 압력으로 봐서는 경제성이 없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이어 "일반적으로 경제성 있는 가스는 지하 1㎞ 이상 지점에 매장돼 있다"면서 "지하 200m 근처에서 발견된 가스는 양이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가스의 위험성에 대해서는 "폭발 위험성을 차단하기 위해서는 '블로워 프리벤트'라는 폭발방지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포항시와 논의할 필요가 있다"며 "현재로서는 가스가 모두 소진돼 자연적으로 불이 꺼지도록 놔두는 것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전했다.
황 연구원은 최근 경주와 포항, 울산 등에서 잇따르고 있는 지진과의 연관성에 대해서도 주목했다.
그는 "최근 잦은 지진으로 지하수에 포함돼 있던 가스층이 상승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화재 현장 주변의 지하수에 대한 정밀 검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포항시 관계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의 정밀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가스화재에 대한 처리방향을 결정할 예정"이라며 "혹시라도 모를 폭발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소방당국과 함께 안전대책을 마련해 놓고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