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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입학금 어디로 가는거죠?"…대학들 '쉿쉿'



교육

    "내 입학금 어디로 가는거죠?"…대학들 '쉿쉿'

    산출근거 없는데다 사용처도 비공개

    해당 사진은 기사와 상관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대학 입학 시기를 맞아 대학 입학금 문제가 또 다시 반복되고 있다. 대학입학금이 너무 비싼데다가 산출근거도 없고 사용처도 별도로 공개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 대부분의 대학이 입학금을 지난해 수준으로 동결했다. 동결된 수준이지만 입학금이 여전히 지나치게 높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서울 소재 사립대학의 입학금은 평균 수준을 훌쩍 뛰어 넘어 동국대 102만원, 고려대, 연세대, 성균관대, 한양대, 이화여대, 건국대 등이 9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전국 사립대 평균 입학금은 77만 원 정도로 등록금의 10%를 차지할 정도로 적지 않은 금액이다.

    하지만 왜 이렇게 입학금이 비싼지에 대해 각 대학들이 산출근거를 제시하지 않고 있다. 지난해 참여연대가 전국 34개 국공립,사립대학에 입학금 산출근거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했으나 24개 대학이 입학금 산출근거가 없다고 응답했고 2개 대학은 경영상 비밀이어서 공개할 수 없다고 응답했다. 나머지 8개 대학은 아예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이처럼 입학금에 대한 명확한 산출근거가 없다보니 각 대학별로 입학금 규모가 고무줄이다. 서울 소재 사립대가 100만 원에 이르는 고액을 유지하기도 하지만 지방으로 가면 입학금은 5~60만 원대로 뚝 떨어진다. 국공립대학은 지역을 불문하고 10만 원대가 주를 이루고 있다. 광주가톨릭대학(사립), 한국교원대(국립)처럼 아예 입학금을 받지 않는 곳도 있다.

    입학금은 입학식 같은 입학 행사비용과 입학 안내물 인쇄 제작비, 학생증 제작 등 입학 관련 행정업무 비용처럼 입학으로 인해 발생하는 실제 비용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교육부의 지침은 다르다.

    2010년 질의회신 사례집에서 교육부는 "입학금은 신입생 입학에 소요되는 경비 뿐만 아니라 교직원 인건비, 학생복리비, 시설비, 장학금 등 학교 운영 전반에 사용된다"고 밝혔다. 실제로 대부분의 대학들이 교육부의 유권해석에 따라 실제 입학소요경비에 일정 비용을 얹어 입학금으로 산정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사립대 관계자는 "학생이 휴학을 하더라도 학교 시설물을 이용할 수 있는데, 이런 비용 등이 입학금에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입학금을 어디에 썼는지도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 입학금을 수업료 등 다른 수입과 섞어 쓰기 때문에 입학금 가운데 얼마만큼이 입학용도에 쓰여졌는지조차 알 수가 없다. 교육부 관계자는 "대학예산은 총계주의"라며 "세입에 따라 세출을 하는 구조가 아니기 때문에 입학금 수입이 어느 항목으로 지출됐는지는 알 수가 없다"고 설명했다.

    (자료=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한국처럼 근거가 불분명한 대학 입학금을 운영하는 나라는 전세계적으로 드물다. 수업료가 비싸기로 소문난 미국 주요 사립대의 경우 입학금은 오히려 한국보다 싸다. 연간 수업료가 4만7000달러 정도인 미국 콜럼비아 대학은 입학금은 416달러로 수업료의 0.9%에 불과하다. 수업료가 2만9000달러인 코넬대는 입학금이 400달러로 1.4%, 시카고대는 수업료 4만6000달러에 입학금은 0.6% 수준인 250달러에 불과하다. 입학에 소요되는 실비만 받기 때문이다.

    중국은 내국인 학생에게는 입학금을 받지 않는다. 대신 외국인 유학생에게는 400~800위안 정도의 입학금을 받는데, 수업료의 1.5%~3.2% 정도이다.

    반면 일본은 '대학시설 감가상각비' 명목의 비싼 입학금을 받는다. 수업료가 싼 국립대의 경우 수업료의 절반에 해당하는 28만엔 정도를 입학금으로 징수한다. 사립대도 비슷한 액수의 입학금을 받는다. 다만 일본은 국공립대의 경우 문부과학성이 정한 표준액으로 입학금을 받고, 사립대도 대체로 이 수준을 유지한다.

    입학금이 비싸고, 산정근거도 없고, 사용처도 모르고, 정부의 개입도 없는 한국 대학의 사례는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대학 입학금을 규제하자는 의원 입법이 잇따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입학금을 폐지하고 이에 따라 대학예산 부족분은 국가나 지자체가 3년간 지원'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했다. 같은 당 김병욱 의원은 '입학금을 수업료의 5% 이내로 제한'하는 내용의 고등교육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박경미 의원도 입학금 완전폐지를 내용으로 하는 법안을 제안했다.

    그동안 입학금 폐지에 부정적이던 자유한국당도 대선을 앞두고 입장을 바꿨다. 지난 3일 정우택 원내대표는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대학 입학금을 폐지하거나 실비만 받도록 할 것"이라고 공식 밝혔다. 하지만 법안발의 같은 구체적인 후속조치는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교육부는 입학금 존폐 논의의 취지에는 동의하면서도 '풍선효과'를 우려해 입학금 폐지 또는 실비 인하에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신입생 입학금을 폐지하게 되면 대학들이 세입 부족분을 메우기 위해 재학생들의 수업료를 올릴 수 있고 그렇게 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 교육부 관계자는 "입학금도 납부금의 형태인만큼 대학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등록금심의위원회에서 자율적으로 결정하고 있다"며 "(입학금 문제에 대해) 여러 다양한 방법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노웅래 의원은 "대학들이 돌려막기식으로 하면 안된다"며 "수업료 인상요인이 있다면 근거를 제시하고 올려야지 입학금을 폐지했다고 수업료를 올리는 것은 말이 안된다. 입학금과 수업료는 별개의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이어 "어떤 대학은 입학금을 10만 원 받고 어떤 대학은 100만 원 받는다는 것은 입학금 산정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라며 "입학금을 받으려면 법적 근거부터 확실히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학입학금 폐지와 반환소송을 이끌고 있는 청년 참여연대 이조은 사무국장은 "사립대학이 10조 원에 이르는 적립금에는 손도 대지 않으면서 입학금이 폐지되면 재정이 어려워진다고 걱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맞지 않다"며 "만약 입학금 폐지로 재정부족이 우려된다면 적립금으로 해결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국민권익위원회도 지난 2013년 '입학금 책정의 합리성과 집행의 객관성을 제고해야 한다'며 입학금의 징수근거와 산정 및 집행의 세부지침을 마련하고 수업료와는 별도로 산정근거를 대학공시정보에 포함시킬 것을 교육부에 권고했다.

    하지만 교육부 관계자는 "이해 당사자간의 의견이 모아지지 않고 있다"는 이유로 이 권고를 아직까지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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