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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이 '가정주부'면 경제수석은 '조폭 행동대장'



대통령실

    최순실이 '가정주부'면 경제수석은 '조폭 행동대장'

    막강한 권한 동원해 '조폭 행동대장'처럼 처신한 안종범

    (좌측부터) 박근혜 대통령, 최순실 씨,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자료사진)

     

    "최순실을 40년 지기로 평범한 주부로 생각했다"고 박근혜 대통령이 헌재 의견서에서 밝혔다는데, 그렇다면 안종범 전 경제수석은 '조폭 행동대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는지 묻고 싶다.

    박 대통령이 '억지로 엮었다'면서 적반하장식으로 나오는 이유는 명확하다. 당장 탄핵과 구속을 면하기 위한 기만에 불과하다.

    박 대통령과 최순실, 안종범의 역할은 '톱니바퀴'처럼 정밀하게 물려 돌아갔다. 이를 증명하고 입증할 증거들은 검찰말대로 차고 넘친다. 7일 형사재판에서도 그같은 사슬구조가 적나라하게 확인됐다.

    검찰에 따르면 최순실은 작년 1월 22일 자신이 실질적으로 소유한 더블루K 조성민 대표에게 "안 수석이 전화를 할테니 그 지시에 따라 GKL펜싱팀 창단 협상을 하라"고 독일에서 지시한다.

    다음날인 23일에는 박 대통령이 직접 안종범에게 더블루K 조성민 대표의 휴대폰 번호를 전해주며 GKL펜싱단 창단 문제를 도와주라고 지시한다. 대통령 지시를 받은 안종범은 곧바로 조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이기우 GKL대표가 전화를 할 것이라고 또 전달한다. 이어 하루 뒤인 24일에는 이기우 대표가 조 대표에게 전화를 건다.

    이처럼 '최→박→안'으로 이어지는 순환고리는 한치의 오차도 없이 작동한다. 직원이라고는 달랑 3명밖에 안되는 회사 대표 전화번호를 최순실 회사가 아니라면 대통령이 어떻게 알고 경제수석에게 지시할 수 있었겠는가

    최는 '기획자'이고 박은 '대통령직'을 가진 실권자이고 안은 지시라면 죄의식도 없이 무작정 따르는 '조폭 행동대장격'이다.

    국정농단 사건에서 변심의 달인이라면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을 꼽는다. 그는 검찰 수사직전까지는 "미르와 K재단 주인이 전경련"이라고 억지를 부리다가 판세가 역전되자 "청와대가 시켜서 어쩔 수 없었다"고 180도 입장을 번복했다.

    ◇ "왜 청와대 경제수석을 어렵게 생각했나"

    이승철 부회장은 지난 1월 19일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왜 청와대 경제수석을 어렵게 생각했냐"는 검찰측 질문에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제가 대우그룹 김우중 회장이 무너질 때 전경련에 왔는데(입사했는데) 그때 경제수석과 김우중씨 사이가 안좋아 대우그룹이 무너졌다는 것을 확인하고 청와대 경제수석 지위가 중요한 자리라고 알았다. 경제수석은 경제계의 모든 현안과 인허가, 금융지원은 물론, 재계를 좌지우지할 수 있는 막강한 권한을 가져 당연히 좋은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첨언하면 경제수석이 혼자 일 안하고 VIP(대통령)뜻과 지시를 따르기 때문에 제대로 따르지 못했을때 따르는 불안감이 매우 커 시키면 시키는대로 해야 된다고 생각했다는 것이다.

    빼고 보탤 것도 없이 대한민국 경제수석 자리가 그런 자리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대한민국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막강 권한을 가진 '경제수석'을 '조폭 행동대장'처럼 부렸다. 재벌로부터 770억원을 빼았고 삼성에게는 정유라를 지원토록하고 포스코와 KT, 한국관광공사 같은 준공기업들의 발목을 비트는데 그 권한을 썼다.

    (사진=자료사진)

     

    ◇ 靑 경제수석이 돈 뜯는데 여념 없을 때 메르스는 창궐하고 경제는 나락

    박 대통령이 안종범과 문형표 전 복지부 장관을 시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성사를 잘 챙겨보라'고 했던 시기가 2015년 6월 하순의 일이다. 당시 대한민국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던가.

    2015년 5월 20일 메르스 첫 환자가 발생했다. 방역 초기대응 미숙으로 메르스는 창궐수준으로 확산됐고 국내 최고병원인 삼성서울병원은 말그대로 '초토화'됐고 전 국민은 전염병 공포로 떨었다. 7월말 들어서야 비로소 메르스 공포가 약간 진정됐다.

    그해 7월 25일, 대통령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독대했고 그로부터 삼성은 물 퍼붓듯 최순실 일가 지원에 앞장섰다. 다음달인 8월 6일에는 대통령은 '4대구조개혁을 계속 미루면 우리 경제는 다시 주저 앉는다'는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다. 위선의 극치다.

    서울 중구 소재 대우조선해양 본사 모습.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석달 뒤인 2015년 10월 하순은 더 가관이다. 대우조선해양사태로 한국 조선산업 위기의 빨간등이 켜진지는 이미 오래였다. 청와대는 10월 22일 당시 최경환 부총리와 안종범 경제수석 등이 참여하는 '서별관회의'를 열고 대우조선에 대한 4조원 지원 계획을 보류시켰다. 10월 25일까지 데드라인을 정하고 회사와 노조가 자구계획안을 내지 않으면 지원할 수 없다는 것.

    한국의 대표간판 산업인 조선업 붕괴시계가 '째깍째깍' 돌아가고 있는 동안 청와대는 도둑질하듯 한밤에 미르재단 설립을 밀어붙였다. 청와대 지시로 10월 26일 서울 강남 팔래스 호텔에 모인 재벌들은 전경련 지휘하에 일사분란하게 재단 출연에 필요한 서류를 제출했다.

    세종시에 있던 문체부 공무원은 긴급호출됐다. KTX를 타고 서울까지 끌려나와 기업들이 낸 설립허가 신청서를 건네 받은 뒤 월요일 퇴근시간을 넘어 밤 8시 7분 상부에 결재 서류를 올렸다.

    행동대장인 경제수석이 나서지 않았다면 이런 일은 가능하지 않았다. 또 대통령 지시가 없었다면 정부 부처와 재벌을 아우르는 '협잡'이 단지 1박 2일로 마무리될 수 없었다.

    이승철 전경련 부회장은 "사실은 부처 장관도 있지만 의사결정자 VIP에게 가장 영향력 있는 자리는 경제수석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경제수석은 대통령의 '심중'이라는 면에서 전혀 틀린 말이 아니다.

    구속 수감 중인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수의번호 921번을 달고 지금까지 9회차 재판에 나오는 안종범을 보면 국민만 불쌍하다는 생각이 든다. 또 피고인 안종범의 헝클어진 머리처럼 한국경제가 갈피를 못잡고 청년들은 취업 빙하기에 신음해야 하는 현실도 오버랩된다.

    "도대체 당신은 그렇게 막강한 권한을 갖고도 대통령에게 직언 한마디 하지 않고 '자판기'처럼 시키면 시키는대로 주면 주는대로 조폭처럼 행동해야 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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