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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대통령 소재로 여성 비하"…'더러운잠' 왜 뭇매맞나



사회 일반

    "朴대통령 소재로 여성 비하"…'더러운잠' 왜 뭇매맞나

    표창원 "장소 대관만 도와…기획·진행은 모두 주최 측이 주관" 해명

    "대통령 소재로 여성 비하까지…"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 오바마였다면 그의 흑인 정체성으로 비난했을 것"
    "국회와 표 의원의 젠더 감수성이 얼마나 없는지를 드러내는 일"

    표창원 의원이 주최한 그림 전시회 '곧바이전(곧, BYE! 展)' 작품 중 하나인 '더러운 잠'이 '여성 혐오' 논란에 휩싸이면서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 국회에 전시된 대통령의 나체 풍자화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전의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 '더러운 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표 의원은 지난 20일부터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1층 로비에서 '표현의 자유를 향한 예술가들의 풍자 연대'와 함께 곧바이전을 개최했다. 전시회는 오는 1월까지 31일까지 열릴 예정이었다.

    '더러운잠'은 프랑스 화가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1832~1883)의 '올랭피아'(1863)를 패러디한 그림이다. 원작과 마찬가지로 나체의 중심 인물이 등장하며 그의 곁에는 시녀가 있다.

    나체의 머리에는 박근혜 대통령의 얼굴이 그려졌다. 시녀 머리에는 국정농단 주역 최순실(61·구속기소) 씨의 얼굴이 들어갔다.

    그림에서 나체로 표현된 박 대통령의 신체 위에는 아버지인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의 초상화, 사드(THAAD) 미사일, 놀고있는 두 마리의 흰 진돗개가 보인다. 최순실 씨는 주사기로 이뤄진 꽃다발을 들고 있다.

    두 사람의 뒤로는 최순실 씨가 태블릿PC로 촬영한 '셀카'가 들어간 태극기와 침몰하는 세월호 선체의 모습이 보인다.

    국정농단과 어지러운 시국을 풍자한 그림이지만 일국의 대통령을 나체로 그려 국회라는 상징적인 공간에 전시했다는 점 등 때문에 표 의원 등은 강한 질타를 받고 있다.

    논란이 커지자 국회 사무처는 24일 이 그림 전시를 중단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날 오후 보수단체 회원들에 의해 훼손돼 강제로 철거됐다.

    ◇ 여야 막론 비난 물결…"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

    관련 보도가 시작된 지난 23일, 새누리당은 물론 민주당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김정재 원내대변인은 23일 브리핑을 통해 "예술인들의 건전한 시국비판은 존중받아 마땅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위는 분노를 부추기는 선동이고, 표현의 자유를 빙자한 인격살인 행위와 다를 바 없다"고 비난했다.

    하태경 바른정당 의원은 24일 자신의 트위터에 "박 대통령 풍자 누드 그림은 표창원 의원이 골라서 국회에 전시한 것"이라며 "표 의원은 국민들 눈살 찌푸리게 하는 능력이 출중하다. 최근 노인 폄하에 이어 이번엔 대통령 소재로 한 여성 비하까지…"라고 일갈했다.

    바닥에 내동댕이 쳐진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화 (사진=조은정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강한 유감의 뜻을 표명했다.

    문 전 대표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누드 그림이 국회에 전시된 것은 대단히 민망하고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작품은 예술가 자유고 존중해야 하지만 그 작품이 국회에서 정치인 주최로 전시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일침했다.

    문 전 대표는 이어 "예술의 영역과 정치의 영역은 다르다"며 "예술에서는 비판과 풍자가 중요하지만 정치에서는 품격과 절제가 중요하다고 본다"고 꼬집었다.

    ◇ "나체사진이 중요한 게 아냐…오바마였다면 흑인 정체성 강조한 그림일 것"

    더불어민주당은 표 의원에게 책임을 물어 당 윤리심판원에 회부하겠다고 밝혔다.

    민주당은 24일 긴급 최고위원회의를 열어 표 의원에 대해 당 윤리심판원 회부를 결정했다.

    박경미 대변인은 회의 종료 후 기자들을 만나 "(그림이) 반여성적인 측면이 있고 예술작품 자체에 대해서는 풍자 요소가 있지만 의원 주최로 해서 전시한 것은 적절치 않았다"고 말했다.

    민주당은 윤리심판원의 결정을 기다린 후 징계 여부 등은 추후 거론할 예정이다.

    한국여성민우회 관계자는 24일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박 대통령이 가진 수많은 정체성 중에 그가 사회적 소수인 여성이라는 점을 부각한 것"이라며 "오바마 전 대통령이었다면 그가 흑인이라는 점을 부각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 문제는 단순하게 접근할 게 아니"라며 "아마도 작가나 주최 측은 박 대통령의 소수성을 비난하면 그에게 타격이 갈 것이라는 걸 꿰뚫어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계자는 "국회와 표 의원의 젠더 감수성이 얼마나 없는지를 드러내는 일"이라며 "박 대통령을 비판하고 싶었다면 여성이라는 것을 드러낼 게 아니라 그의 업무를 지적해야 한다"고 일갈했다.

    이어 "일부일 뿐인 박 대통령으로 인해 전체 여성이 입는 타격은 엄청나다. 사회에 존재하는 '여자는 안 돼' 같은 구태가 재현되는 것"이라며 "이번 작품도 그런 맥락이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일반 여성이 떠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 표 의원 뒤늦게 수습…경위 설명에 그쳐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기획한 시국비판 풍자 전시회 '곧 바이'전의 박근혜 대통령 누드 풍자 '더러운 잠'이 논란이 되고 있는 가운데 24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 그림이 전시되어 있다. 한 관객이 그림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논란이 커지자 표 의원은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사태 수습에 나섰다.

    표 의원은 "늘 말했듯 비판을 존중하고 다른 입장을 인정한다. 다만, 허위사실이나 사실왜곡에 기반한 정치공세에는 반대한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블랙리스트 사태와 국정농단에 분노한 예술가들이 국회에서 시국을 풍자하는 전시회를 열고 싶다며 장소대관을 위해 도움을 달라는 요청이 의원실로 왔다"며 전시를 주최하게 된 경위를 설명했다.

    이어 "모든 준비와 기획과 진행, 경비 확보를 위한 크라우드 펀딩 등은 '작가회의'에서 주관, 진행했고 저나 어떠한 정치인도 개입하지 않았다"며 "일부 여당 및 친여당 정치인의 '표창원이 작품을 골랐다'는 주장은 명백한 허위 사실"이라고 적었다.

    또 "별 문제없이 전시회가 진행되던 중 23일 월요일 저녁에 보수 성향 인터넷 신문에서 문제제기를 하기 시작했고 이후 언론사들이 이를 받아서 보도하기 시작하면서 논란이 확대"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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