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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 걸기의 달인' 美 대학의 이상한 농구 선수



농구

    '발 걸기의 달인' 美 대학의 이상한 농구 선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남자농구의 명문 프로그램인 듀크 대학에는 그레이슨 앨런이라는 슈팅가드가 있다.

    앨런은 평균 4.4점을 올렸던 2014-2015시즌 1학년 시절 NCAA 토너먼트 결승에서 16점을 올리는 깜짝 활약을 펼쳐 듀크대의 우승에 기여했다. 그날 활약으로 이름을 날린 앨런은 2학년에 진학해 시즌 평균 21.6점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명성을 쌓아갔다.

    그러나 NCAA 팬들에게 앨런은 농구 명문대학의 실력좋은 선수라는 이미지보다 악동의 이미지로 더 각인돼 있다.

    툭하면 상대 선수의 발을 걸어 넘어뜨리기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첫 사건은 2016년 2월에 벌어졌다.

    앨런은 지난해 2월9일(이하 한국시간) 루이빌 대학과의 경기 도중 돌파 후 슛을 시도하는 과정에서 넘어졌다. 리바운드를 잡은 루이빌대의 레이먼드 스팔딩이 앨런을 지나 드리블 전진을 하려는 순간 갑자기 코트에 쓰러졌다.

    넘어져있던 앨런이 자신의 다리를 들어 스팔딩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린 것이다. 의심의 여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다분히 고의적인 장면이었다.

    불과 한달이 지나지 않아 앨런은 비슷한 장면을 연출했다. 지난해 2월26일 플로리다 주립 대학과의 경기에서 벌어진 일이다.

    듀크대가 80-65로 크게 앞선 경기 종료 3.7초 전, 코트 중앙에서 앨런의 뒤에 서있던 플로리다 주립대의 재비어 라단-메이스가 공격 코트로 달려나가려는 순간 갑자기 넘어졌다.

    앨런이 뒷발을 들어 달려나가는 라단-메이스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앨런은 곧바로 다가가 넘어진 선수에게 손을 내밀었으나 플로리다 주립대 선수들은 황당하다는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듀크대가 속한 애틀랜틱 코스트 컨퍼런스(이하 ACC) 사무국으로부터 연이어 돌발 행동을 한 앨런에 견책 처분을 내렸다. 앨런은 2015-2016시즌이 끝나고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미국 듀크대 그레이슨 앨런의 '발 걸기' 장면 보러가기

    그런데 또 일이 터졌다.

    앨런은 지난해 12월22일 엘론 대학과의 경기에서 또 상대 선수의 다리를 걸어 넘어뜨렸다.

    엘론대의 스티븐 산타 아나가 베이스라인 돌파를 시도했다. 앨런이 그를 막고 있었다. 산타 아나가 스핀무브 동작을 할 때 앨런이 중심을 잃고 넘어졌다. 그 순간 발을 들어 상대 선수의 다리를 걷어찼다.

    심판은 앨런에게 테크니컬 파울을 선언했다. 올해 리우올림픽까지 11년동안 미국 남자농구 대표팀 사령탑을 겸임한 마이크 슈세프스키 듀크대 감독은 더이상 참지 못했다. 곧바로 앨런을 벤치로 불러들였다. 후반에도 출전시간이 그리 길지는 않았다.

    앨런은 그날 작전타임 도중 벤치에 앉아 화를 주체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앨런은 경기 후 라커룸에서 고개를 숙이고 울먹이는 목소리로 현지 취재기자들과 인터뷰를 했다. "다시는 그런 행동을 하지 않으려고 했다. 또 한번 실수를 저지르고 말았다. 예전보다 더 나아진 모습을 보였어야 했는데…"라고 말했다.

    슈세프스키 감독은 앨런의 행동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는 행동이라 규정했다. 경기가 끝난 뒤 앨런을 데리고 엘론대 라커룸을 찾아가 상대 선수와 감독에게 직접 사과했다.

    슈세프스키 감독은 다음날 앨론에게 무기한 출장정지라는 팀 자체 징계를 내리겠다고 발표했다.

    그런데 팀 자체 징계는 솜방망이 징계가 되고 말았다. 앨런은 지난 5일 조지아 공대와의 경기에 전격 복귀했다. 앨런이 징계를 받고 결장한 경기는 1경기뿐이었다. 마치 철퇴를 내린 것처럼 행동한 뒤 2경기만에 선수를 복귀시킨 듀크대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적잖았다.

    조지아 공대와의 경기는 슈세프스키 감독의 허리 수술 전 마지막 경기이기도 했다. 슈세프스키 감독은 조지아 공대전을 끝으로 잠시 지휘봉을 내려놓고 완쾌한 뒤 복귀할 예정이다.

    솜방망이 징계 여파 때문인지 앨런에 대한 여론은 더 악화됐다.

    앨런이 원정경기에 나설 때마다 엄청난 야유가 쏟아졌다. 지난 15일 루이빌대와의 경기에서는 루즈볼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상대 선수의 손에 얼굴을 맞기도 했다. ACC 사무국은 "고의성은 없어보였다"며 문제삼지 않았다.

    지난 11일 플로리다 주립대와의 경기에서는 앨런이 상대 벤치 쪽으로 나가는 공을 살리기 위해 몸을 날렸다. 이 과정에서 상대 코치를 두 손으로 미는듯한 동작이 나왔다. 팬들은 "앨런이 또 더러운 짓(dirty play)을 한 것 아니냐"며 비난했다.

    이 장면에 대해 플로리다 주립대 감독은 "더티 플레이가 아니었고 오히려 좋은 허슬플레이였다"며 앨런을 두둔했다. 미국 대학농구의 대표적인 명장인 릭 피티노 루이빌대 감독도 최근 앨런을 변호하는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앨런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제프 케이펠 듀크대 감독대행은 앨런에게 너무 가혹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는 것 같다며 안타까워 했다.

    앨런은 언젠가 NBA 무대를 밟을 수 있는 재능과 실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그러나 지금은 실력보다 돌발 행동으로 더 많은 주목을 끌고 있다. 재발 방지를 거듭 다짐한 앨런이 스스로 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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