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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체육, '제 2의 최순실·김종' 발본색원하려면



스포츠일반

    韓 체육, '제 2의 최순실·김종' 발본색원하려면

    최순실 파문 속 2017년 한국 체육의 과제

    '2017년 이후 잊혀져야 할 얼굴들' 지난해 한국 체육은 거대한 국정 농단의 주역 최순실(왼쪽) 파문의 직격탄을 맞아 휘청거렸다. 최순실의 측근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이 휘두른 무소불위의 권력에 휘둘린 한국 체육은 새해를 맞아 후유증을 떨쳐내고 새 도약을 다짐하고 있다.(자료사진)

     

    다사다난했던 병신년(丙申年)이 가고 2017년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2016년 한국 체육은 어떤 다른 분야보다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그러나 다시 힘차게 뜬 2017년의 태양처럼 한국 스포츠는 재도약을 노린다. 더욱이 올해는 초반부터 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열리는 데다 내년 평창동계올림픽과 러시아월드컵을 위한 마지막 준비에 나서야 한다. CBS노컷뉴스 체육팀은 4회에 걸쳐 새해를 맞아 2017년 대한민국 스포츠의 현실과 과제를 조명해본다.[편집자주]

    ▲'최순실 파문'의 상처와 가시지 않는 후유증

    대한민국 체육은 지난해 대한민국을 뒤흔든 '최순실 게이트'의 직격탄을 맞았다. 거대한 몸통을 숨긴 빙산의 수면 위 일각처럼 체육 비리가 엄청난 국정 농단의 실체를 드러낸 시발점이 됐다. 새끼 오리의 엄마 인식처럼 최순실 파문의 시작이 체육계라는 점에서 파장은 컸다.

    최순실의 딸 정유라의 이른바 '공주 승마'로 시작된 파문은 평창올림픽 이권 개입과 한국 체육 사유화라는 음모로 번졌다. 최 씨 일가의 K스포츠재단과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는 이런 음모의 전초 기지로 활용됐다.

    특히 최순실은 한국 체육을 관장하는 문화체육관광부 최고위층에 자기 사람을 심으면서 마음대로 한국 스포츠계를 주물렀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은 최순실을 등에 업고 '체육 대통령'으로 불리며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둘렀다. 그가 내세운 '스포츠 4대악 척결'로 한국 체육은 각종 비리의 온상처럼 인식돼 서슬푸른 칼바람이 난무했다.

    '수갑찬 최 씨 일가' 최순실 씨의 조카 딸인 장시호 씨가 지난 11월 서울 서초동 서울중앙지법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는 모습.(자료사진=이한형 기자)

     

    한국 승마는 정유라의 명문대 입학과 이후 체육계 파워 인사 등 양명을 위한 도구로 전락했다. 이 과정은 문체부가 엄금한 심판 매수와 점수 조작, 조직 사유화 등 4대악 행위가 난무했다.

    삼성의 수백억 원 검은 자금도 방탕하고 재주없는 최순실의 딸 하나를 키우기 위한 수단이었다. 야구와 축구, 농구, 배구 등 한국 4대 스포츠의 메카였던 삼성은 프로 스포츠 지원을 줄이면서까지 정유라의 뒷배를 봐주면서 한국 체육의 발전에 역행했다.

    생활 체육 저변 확대와 엘리트 체육 강화라는 중차대한 한국 체육의 사업에도 최순실 일가는 K스포츠재단이라는 가면을 쓰고 이권에 개입했다. 여기에 평창올림픽이라는 국가 중대사에도 동계스포츠영재센터의 허울 좋은 이름을 빌려 예산을 따먹으려 했다. 한 체육계 인사는 "한국 체육이 최 씨 일가의 좋은 먹잇감으로 전락했다"고 탄식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찾아가는 체육회

    불행 중 다행으로 최 씨 일가와 그 측근들의 야욕은 들통이 났다. 정유라 공주 만들기 프로젝트가 발각이 되면서 최순실의 거대한 국정 농단도 몸통이 드러났다. 체육계에서는 제때 정유라의 비리를 막지 못해 국정 농단까지 키웠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지만 이제라도 그들의 야욕을 막아낸 역할을 했으니 다행이라는 의견도 제기됐다.

    무엇보다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 체육을 총괄하는 대한체육회의 수장에 최 씨 일가의 입김에서 자유로운 인물이 앉았다는 점이다. 김 전 차관과 대립각을 세웠던 이기흥 전 대한수영연맹 회장이다.

    이 회장은 지난 10월 통합 체육회장 선거에서 제 40대 회장으로 당선됐다. 김 전 차관이 주도한 엘리트와 생활 체육 통합 이후 첫 회장이었다. 당초 김 전 차관이 낙점한 인물은 따로 있었지만 정부 쪽 후보들이 몰리는 집안 싸움으로 표가 분산돼 공교롭게도 이 회장이 어부지리를 누린 행운도 따랐다.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가운데)이 지난해 10월 제 40대 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뒤 두 손을 번쩍 들고 기뻐하는 모습.(자료사진=체육회)

     

    하지만 이는 정부 주도의 체육 행정에 염증을 느낀 체육인들의 의지가 드러난 결과였다는 평가다. 최순실 게이트가 터지면서 체육계 여기저기서는 김 전 차관의 전횡을 고발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모 체육단체 임원은 "대한민국 유사 이래 한국 체육을 이렇게도 망가뜨린 인물이 김 전 차관 외에 있었나 싶을 만큼 분통이 터졌다"고 털어놨다.

    최 씨 일가를 위한 체육 행정에 따르지 않는 단체는 지원금을 볼모로 협박을 일삼았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각 단체의 예산 집행을 체육회로부터 가져와 돈줄을 쥐었고, 4대악 신고 센터를 운영해 각 단체들을 이 잡듯이 흔들어 복종시켰다. 국제스포츠계도 인정한 수영 국가대표 박태환의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까지 막아서려 했던 김 전 차관이었다.

    다행히 이런 문체부의 월권과 전횡은 제자리를 찾아갈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지난달 '2016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회원종목단체에 대한 예산 지원을 대한체육회를 통해 집행하고 문체부가 직접 운영해온 '스포츠비리신고센터'도 체육회로 이관해 운영토록 하겠다"고 밝혔다. 체육회가 다시 체육 주체가 된 것이다.

    ▲재발 방지와 韓 체육 도약을 위한 방안은?

    하지만 이제 다시 원점으로 왔을 뿐이다. 한국 체육의 진정한 발전과 도약을 이루기 위해서는 갈 길이 멀다. 더욱이 정부 주도의 체육계 통합은 아직 물리적으로는 한몸이 됐지만 화학적으로는 이질감이 있는 게 사실. 생활 체육 저변 확대와 엘리트 체육의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한 과제가 쌓여 있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은 취임과 동시에 사회 각 분야별 전문가 12명으로 이뤄진 미래기획위원회를 구성해 한국 체육의 미래를 위한 밑그림을 그렸다. 미래기획위원회에서 나온 청사진이 '대한체육회(KSOC) 어젠다 2020'이다.

    2020년까지 이뤄야 할 과제 8개가 선정됐다. ▲체육단체 운영 자율성 확대를 위한 정관 · 제규정 개정 ▲대한체육회 조직과 예산 운영 효율성 강화 ▲스포츠비리신고센터 기능을 대한체육회로 이관 ▲체육진흥투표권(스포츠토토) 수익금 정률 배분 제도화 ▲진천선수촌 2단계 공사 이후 국가대표선수촌 운영 방안 ▲체육인 교육센터 설립 ▲대한체육회 100주년 기념사업 추진 ▲스포츠마케팅 자회사와 스포츠 전문 케이블TV 설립 등이다.

    '최순실 사건은 이제 없다' 지난달 2016 체육인의 밤 행사에서 문체부 장관, 대한체육회장 등 체육계 인사들이 재도약을 다짐하는 모습.(자료사진=체육회)

     

    가장 중요한 것은 체육회의 자율성 확보다. 정책적으로나 재정적으로나 체육회가 정부 간섭에서 벗어나야 진정한 발전을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이 회장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것이 스포츠토토 수익금 재분배다. 한 마디로 돈이 있어야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회장은 "사실 1988년 서울올림픽을 치르고 남은 재원이 체육회에 귀속됐어야 했는데 국민체육진흥공단이 생겨 거기로 넘어갔다"면서 "재정적으로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야 하는 체육회는 그동안 독립성을 확보하지 못했다"고 진단했다. 이어 "체육회 2016년 예산이 4000억 원 정도인데 토토 수익금 50%(2015년 기준 약 5500억 원)을 직접 받으면 해결이 된다"면서 "추가확보된 1500억 원은 지방 체육, 학원 스포츠, 은퇴 선수 등을 위해 쓰면 된다"고 강조했다.

    체육회가 재정적으로 확립이 돼야 외풍에 흔들리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체육회가 일방적으로 하나의 세력화를 이룬다는 것이 아니다. 이 회장은 "예산 집행에 대한 감시는 사후 국회에서 하면 되고 체육회는 이에 책임을 지면 된다"면서 "문제는 예산 집행 과정부터 간섭을 받으면 안 된다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야기했던 최순실 게이트. 한국 체육이 다시 거대한 사건의 시발점이 되는 부끄러운 일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체육회의 어깨가 무겁다. 지난해의 아픔이 2017년 이후 한국 체육의 발전을 위한 토대가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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