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윤상현 의원(사진=윤창원 기자)
유시민 작가와 전원책 변호사가 최순실 등 비선 조직의 국정농단 사태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세 번째 대국민담화에 아이디어를 준 인물로 새누리당 윤상현(인천 남구을·3선) 의원을 지목했다.
1일 밤 방송된 JTBC '썰전'에서 패널로 출연한 유시민 작가는 박 대통령의 지난 29일 대국민담화를 다음과 같이 해석했다.
"나는 잘못 없는데 자꾸 시끄럽게 나가라고 하니까 나 결심했어. 국회에서 합법적인 절차와 일정을 만들어주면 받아들일게. 하야는 없어(너네 합의 못할걸?). 내가 이렇게 나올지 몰랐지? 메롱."
전원책 변호사는 "(국정농단 사태로 대통령 곁을) 다 떠난 것 같지만 누군가 새롭게 아이디어를 준 사람이 등장한 것"이라며 "짐작 가는 사람이 있다. 현역 의원으로서 그동안에 친박계의 핵심 중 한 사람인데, 대단히 영민한 친구다. 차마 공개를 못하겠다"고 말했다.
이에 유 작가는 "대통령 보고 '누나'라고 하는 사람 아니에요?"라고 물었고, 전 변호사는 "나는 그분이라고 짐작을 해요"라고 답하며 수긍했다.
박 대통령을 '누나'로 부른다고 알려진 인물은 윤상현 의원이다. 최근 더불어민주당 표창원 의원이 공개한, 박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는 의원 명단에 이름을 올린 윤 의원은, 지난 4·13총선을 앞두고 공천개입·막말 녹취록 파문으로 새누리당 공천에서 배제되자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된 뒤 복당했다.
이날 '썰전' 방송에서 전 변호사는 "나는 그날(지난 29일) 오후 2시 반에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하고 돌아서는 순간에 무릎을 쳤다"며 "'야, 이거 머리 좋은 사람이 붙었구나' 담화 듣는 순간에 (제 생각은) 뭐냐하면 탄핵은 물 건너갔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유 작가가 "꼭 그런 건 아니"라고 부인하자, 전 변호사는 "비박이 아무리 배짱이 좋더라도 집권 여당 소속이다. 자기들이 탈당을 하지 않는 한 집권 여당 소속이고 자기들도 나중에 배신자로 기록되기 싫어하는 면이 있다"며 "그래서 비박은 흔들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비박이 절반만 흔들려 버려도 탄핵은 물 건너 가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 작가는 "(박 대통령의 이번 대국민담화는) 전술적으로는 새누리당 비박을 겨냥한 카드다. 왜냐하면 야당은 태도가 안 바뀌잖나"라며 다음과 같이 전했다.
"태도가 바뀌는 유일한 집단은 (새누리당) 비박, 그리고 친박과 비박 사이를 왔다갔다 하는 중간층을 겨냥해서 던진 카드이고, 이 카드를 가지고 친박들이 당내에서 '대통령이 물러난다고 하는데 니들 왜 그래', 이렇게 해서 비박계 일부가 흔들리면 (탄핵 가결을 위해 필요한) 200표가 안 될 가능성이 생기니까 야당의 탄핵 추진 전선에도 지장이 심각하게 오는 거예요. 그래서 이것을 다 들여다보고 이 카드를 던진 거예요."
실제로 새누리당은 1일 열린 의원총회에서 비박과 친박 만장일치로 박 대통령의 '4월 퇴진'과 '6월 대선'으로 당론을 확정했다. 탄핵에 적극적이던 비박계가 방향을 바꾼 것이다.
전 변호사는 "(박 대통령이 탄핵되고) 만약에 대선이 치러진다면, 박 대통령은 보수층에게, 당신 때문에 우리나라 보수층이 다 무너졌다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힐 것이다. 그것은 피해야 한단 것"이라며 말을 이었다.
"결국은 이른바 '질서있는 퇴진' 쪽으로 가긴 가야겠는데, 질서 있는 퇴진 쪽으로 가다보면, 시간을 청와대에서 딱 정해주다 보면 본인이 거기에 매여버린단 말이에요. 그것도 자기는(대통령 입장에서는) 불안하니까, 무슨 방법이 있을까 보니까 공을 저쪽(국회)으로 확 던져놓으면 자기들끼리 싸우는 동안 결국 시간은 간다 이거예요."
유 작가는 "이 아이디어를 취합해 내서 이런 형태의 문장으로 만들어낸 사람들이 몇 명이 작업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머리가 좋은 사람들인데 똑똑한 바보들"이라고 진단했다.
"이건 예측됐던 시나리오 중에 하나예요. 그런데 이것에 대해 야당은 대책이 없어요. 결국 비박계를 설득하는 건데 그건 한계가 있어요. 상황은 역동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 제가 왜 똑똑한 바보들이라고 하냐 하면, 대통령이 마지노선으로 설정하고 내가 받아들일 수 있는 건 명예퇴진이자 개헌이에요. 그러면 개헌 절차를 한 번 생각해 봐요. 국민들이 바보가 아니에요. 대통령보다 더 똑똑하다고요. 개헌이 불가능하다는 걸 누구나 알 수 있어요."
이에 전 변호사도 "개헌 (절차를 밟다보면) 아무리 빨리 해도 내년 늦가을"이라는 말로 호응했다.
유 작가는 "그러면 결국 대통령 선거도 못하고 개헌 논의 하자는 거 아니냐"며 다음과 같이 분석했다.
"기본적으로 대통령의 뜻은 알겠어요. 될 수만 있다면 개헌을 해서 4년 중임제 개헌을 하든 분권형 대통령제 개헌을 하든 내각제로 아예 가든 그것에 따라서 자기 임기를 단축하는 것을 명예퇴진으로 받아들이겠는데, 이건 현실에서 실현 불가능한 안이에요. 만약 오늘의 이 사태가 야당이 주도해서 권력 투쟁 양식으로, 노무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야당이 볼 때 대통령이 너무 밉고 쫓아내고 싶어서 국민여론과 무관하게 정치권에서 탄핵을 추진한 거라면 이 카드는 유효한 거예요. 그런데 문제는 야당이 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 게 아니고 국민 여론에 떠밀려서 여기까지 왔단 말이에요. 그러면 지금 상황은 야당과 정부 여당이 충돌해서 탄핵 사태로 가는 이런 상황이 아니고, 압도적 다수의 국민들이 '대통령 내려오라' '사임 안하면 탄핵하라'는 이 압도적인 여론에 밀려서 야당이 여기까지 와 있는 거예요."
유 작가는 "(박 대통령이 국회로 퇴진의 공을 넘긴) 이 카드로 야당을 스톱시키는 건 가능하겠지만, 국민들을 멈추게 할 수는 없다"며 "그러니까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국가관, 정치관이 제가 볼 때 무지 원시적이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이 이 카드로 정치권을 흔드는데는 성공했을지 모르지만, 앞으로 싸움이 국회를 통해 (탄핵 등으로) 해소가 안 될 경우에는 국민과 대통령의 직접 대결 양상으로 치닫게 돼요. 대통령이 이 카드를 던져놓고 웃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터 상황은 매우 불확실하게 심각해질 가능성이 더 높아졌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