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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기'' 태권도 VS 종합격투기, 진정한 이종격투기전의 승자는 누구일까.
"와~" 전광석화같은 돌려차기가 작렬할 때마다 야외 특설링 주변 잔디밭에 삼삼오오 모여 앉아 구경하던 관중들은 탄성을 터뜨렸다. ''퍽'' 소리와 함께 태권도 선수의 킥에 종합격투기 선수가 그대로 링 바닥에 주저앉자 박수소리는 더욱 커졌다. 관중들은 한여름밤 ''킥의 향연''에 푹 빠졌다.
태권도의 돌려차기를 무게로 환산하면 최대 710kg으로, 가라데 발차기의 무게 460kg을 훨씬 압도한다. 710kg은 뼈를 부러뜨리고 장기손상을 가져오는 수준의 위력이다. [BestNocut_R]
역시 태권도의 발차기는 빠르고 화려했다. 강하고 절도있지만 늘 ''실전에서 약하다''는 평가를 받아온 태권도. 발차기 뿐 아니다. ITF 태권도룰로 벌어진 대결에선 종합격투가들에게 펀치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았다. ''실전에서 통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준 셈이다.
국내 최대 종합격투기 단체 스피릿MC(이사 박광현)와 국제태권도연맹(ITF: 총재 최중화)은 5일 충북 청주시 충청대학교 컨벤션센터 야외 특설링에서 열린 제10회 세계태권도문화축제 특별 이벤트 ''스피릿MC 스페셜 배틀''에서 격돌했다.
ITF와 ''스피릿MC'' 주최사 (주)엔트리안은 지난 6월 29일 전략적 제휴를 맺고, 앞으로 무도스포츠의 활성화를 위해 지속적으로 협력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MMA(종합격투기) 선수와 ITF 현역 태권도 선수가 링에서 공식적으로 맞붙은 것은 처음이다. ITF 태권도는 손과 발에만 보호대를 착용하고 주먹으로 얼굴을 가격할 수 있다. 그래서 실전 태권도로 불린다. 올림픽 정식종목인 WTF(세계태권도연맹) 태권도보다 훨씬 공격적이다.
이날 이벤트는 ITF 태권도룰(이중 한 경기는 로우킥과 니킥이 가능한 스피릿MC 입식특별룰) 5경기, MMA(종합격투기)룰 2경기 등 총 7경기가 열렸다. 종합격투기와 태권도 간 전적은 4:3으로, 종합격투기가 근소한 우세를 보였다.
태권도룰로 벌어진 대결에선 난타전이 벌어졌다. 펀치와 킥의 공방전이 치열했다. 박빙의 승부로 관중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었다. 반면 종합격투기룰로 진행된 두 경기는 종합격투가들이 모두 1라운드 초반 서브미션 승리를 거둬 대조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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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피릿MC 5전 3승(2패) 전적의 유우성(26)은 2004년 태권도 월드챔피언십 코리아 금메달리스트 아리엘 알레마노(34, 아르헨티나)에 1라운드 1분 16초 만에 그라운드 상황에서 하이키록으로 탭아웃을 받아냈다. 또 스피릿MC의 간판 최무배(38)는 크리티안 가르시아(23, 아르헨티나)에 1라운드 1분 58초 만에 크로스암바승을 거뒀다.
종합격투기와 태권도의 자존심이 걸린 이종대결. 그러나 이날 승부에서 승패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격렬한 이미지의 파이터와 예와 도를 중시하는 무도인이 처음 한 자리에서 만나 ''화합의 장''을 마련했다는 데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날 화려한 발차기 실력을 뽐내며 종합격투가 김형렬(19)에 3-0 판정승을 거둔 태권도 선수 마이타스 라모스(20, 아르헨티나)는 "태권도 기술의 우수성을 증명해서 기쁘다"며 "이종대결은 처음이었지만 무척 재밌는 경험이었다. 스피릿MC 측에서 제의가 오면 종합격투기를 뛰어볼 생각도 있다"고 웃었다.
최무배도 "경기가 너무 빨리 끝나 아쉬운 느낌이 든다. 다음에 또 태권도 선수와 겨뤄보고 싶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