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사상구 모초등학교 앞에 설치된 속도측정기가 보행에 방해된다는 민원이 제기돼 재설치하게 됐다.(사진=부산CBS 강민정 기자)
지자체가 교통사고 예방을 위해 어린이 보호구역에 차량 속도를 알려주는 속도계를 설치하고 있는데, 제대로 된 설치기준이 없어 오히려 보행자의 통행을 방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월 사상구 모 초등학교 출입구 앞 인도에 운전자들의 과속을 막기 위해 '현재 당신의 속도는?'이라고 쓰인 무인 속도 측정기가 설치됐다.
'스피드 디스플레이'로 불리는 이 무인 속도측정기는 건장한 성인 덩치보다 더 큰 크기로 강판으로 제작돼 있다.
그런데 높이가 160cm에 불과해 키가 큰 성인이나 자전거를 탄 어린이들이 속도측정기 밑을 지나다가 넘어지는 안전사고위험이 도사렸다.
급기야 자전거를 애용하는 키 작은 어르신(64·사상구)이 "설치 초기 측정기 밑을 지나다 머리가 부딪쳤다"며, "자칫 자전거에서 튕겨 나가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교통사고를 줄이려다 보행 안전사고가 더 자주 발생하겠다는 민원이 제기되자 구청은 부랴부랴 높이를 늘려 속도측정기를 재설치했다.
현재 사상구에만 이런 측정기가 7곳에 설치돼 있는데 높이는 제 각각. 다른 구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주 출입문을 중심으로 반경 300m 이내의 도로는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돼, 이곳에서 차량은 30km 미만으로 서행해야 한다.
지자체들은 교통사고 예방 차원에서 어린이 보호구역에 앞다퉈 1대당 1천만 원에 육박하는 속도 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다.
부산 전역에 어린이 보호구역으로 지정된 곳만 모두 869곳이지만 제대로 된 속도측정기 설치 기준조차 없는 상황이다.
사상구청 담당 공무원은 "일반 도로 교통 표지판 설치 기준으로 스피드 디스플레이 높이를 1~2.1m 사이에 보행에 방해되지 않을 정도로 설치하고 있다"고 밝혔다.
'보행에 방해 되지 않을 정도'라는 모호한 기준으로 비싼 예산을 들여 측정기를 설치하고 있는 셈이다.
이에 대해 한 주민(42·사상구)은 "속도측정기가 있어도 차량 운전자들이 전혀 속도를 줄이는 것 같지 않다"며 "국민 혈세만 낭비하고, 효과는 없는 것 아니냐"고 꼬집었다.
오히려 보행 안전사고를 유발해 예산만 축내는 것이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