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먹다 남은 양주와 저가 양주를 혼합해 12년산 정품 양주로 둔갑시켜 판매한 혐의로 대전 유성구의 유흥업소 관계자들을 입건했다. (사진=임상훈 기자)
대전 유성구의 한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웨이터 이모(30) 씨는 2012년 말부터 전국 유흥주점에 '먹다 남은 양주 삽니다'라고 적힌 명함을 돌리기 시작했다.
남은 양주가 담긴 생수병 500㎖의 가격은 5천원. 이 씨는 여기에 시중에서 유통되는 7천원 짜리 저가 양주를 섞어 12년산 가짜 양주로 둔갑시켜 판매했다.
원가 만원도 안 되는 가짜 양주가 12년산 정품 양주로 둔갑해 업소에서 15만 원에 판매됐는데 유흥업계에서는 이같은 가짜 양주를 '후까시'라고 부른다.
가짜 양주를 병에 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병 입구에 부착한 '키퍼'도 이 씨 등에게는 무용지물이었다. 이쑤시개와 젓가락 등으로 '키퍼'는 간단히 해제됐다. 비닐커버로 밀봉된 병뚜껑은 정품 양주에서 최대한 훼손되지 않게 분리해 보관하며 가짜 양주를 위장하는데 쓰였다.
경찰 관계자는 "양주를 주문하면 웨이터가 가짜와 정품 양주를 동시에 가져와 손님 상태를 보며 가짜 양주를 건넸다"며 "탐문을 하러 이 업소에 손님으로 갔을 때 양주 3병을 시켰는데 이 중 2병이 가짜 양주였다"고 말했다.
(사진=임상훈 기자)
이 씨 등은 매달 가짜 양주 350~600병을 제조해 직접 팔거나 주변 유흥업소에 유통했다. 경찰은 2012년 12월부터 최근까지 이렇게 팔려나간 가짜 양주가 2만5천병, 판매액으로는 40억원 상당에 이를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경찰에서 이 씨는 "우리 업소만 가짜 양주를 판 건 아니다. 다른 업소들도 똑같다"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북 전주덕진경찰서는 2일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웨이터 이 씨와 업주 최모(53) 씨를 구속하고 일당 29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은 또 최 씨 등이 가짜 양주를 팔고 남은 정품 양주 등을 무자료 주류도매상에 넘겼을 것으로 보고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