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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순실 직격탄' 韓 체육계 상처, 누가 치유해주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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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순실 직격탄' 韓 체육계 상처, 누가 치유해주나

    '온 나라를 아수라장으로 만들다니...'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60, 개명 후 최서원) 씨가 31일 오후 서울 서초동 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하고 있다.(사진=박종민 기자)

     

    사상 초유의 국정 농단 사태를 야기한 최순실 씨.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을 고치고 해외 순방 때 의상을 도맡는 등 일개 민간인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업무를 해온 혐의가 구체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대통령의 위세를 빌어 자신의 이익을 챙긴 과정에서 체육계에 끼친 폐해는 특히 심각하다. 딸의 명문대 입학과 출세를 위한 방편으로 스포츠를 택하면서 체육계 전체에 대한 이미지가 심각하게 훼손됐다. 여기에 최 씨의 측근이 중심이 돼 한국 스포츠를 각종 비리의 온상으로 몰고가면서 체육인들에게 씻을 수 없는 깊은 상처를 남겼다.

    지난 6일 제 40회 대한체육회장으로 선출된 이기흥 회장은 최근 체육회 담당 기자들과 간담회에서 "체육인들의 상처를 치료하는 게 시급하다"고 밝혔다. 엘리트와 생활 체육을 통합하는 과정에서 생긴 갈등을 치유하겠다는 것인데 충분한 준비 없이 성급하게 일을 추진하면서 파생된 문제점이 적잖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의견이다.

    이런 일련의 과정이 최 씨와 그 측근들의 전횡에 의해서 벌어졌다는 점에서 체육계는 분노를 금하지 못하고 있다. 개인의 이익을 위해 체육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린 '최순실 게이트'라는 것이다.

    ▲체육계 4대악? 최 씨 모녀는 모두 해당됐다

    사실 체육계는 최근 몇 년 동안 각종 비리들로 몸살을 앓았다. 2013년 8월 박 대통령이 "체육계 운영 비리를 바로 잡으라"는 서슬푸른 지시가 내려지면서다. 계기는 당시 태권도 편파 판정으로 고교 선수의 아버지가 목숨을 끊은 사건, 여자 역도 대표팀 감독의 선수 성추행 의혹, 광주 세계수영선수권대회 문서 조작 등이었다.

    취지는 좋았다. 일부 체육 단체들의 경우 방만한 운영과 회장 등 수뇌부들의 비리가 만연한 것도 사실이었다. 이에 체육회는 가맹단체 승강제 등 강도높은 비리 근절 대책을 세우고 나섰다.

    하지만 소의 뿔을 바로잡으려다가 소까지 죽인다고 체육계 비리에 대한 수술이 지나치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대통령의 엄명을 업은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도한 체육계 4대 악 척결에 환부뿐 아니라 멀쩡한 살까지 도려지는 역효과를 낳은 것. 이는 2013년 9월 취임한 김종 문체부 제 2차관이 진두지휘했다.

    체육계 4대악 척결을 내걸었던 문화체육관광부 김종 제 2차관.(자료사진=노컷뉴스)

     

    이 작업은 표면적으로는 체육계 정화를 내세웠지만 그 이면에는 최 씨 일가의 이익이라는 진짜 목적이 숨겨져 있었다. 김 차관은 알려진 대로 최 씨의 측근. 김 차관은 취임과 함께 승부조작과 폭력, 입시비리, 조직사유화 등 4대악 척결을 내걸었다. 대대적인 조사와 수사로 체육계 이목이 팔리는 사이 속으로는 다른 썩은 물이 흘렀다.

    먼저 2013년 9월 문체부는 노태강 체육국장과 진재수 체육정책과장을 전격 대기 발령했다. 체육계 개혁이 미진했다는 표면적인 이유였다. 그러나 이는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의 승마 비리를 감사하는 과정에서 노 국장과 진 과장이 정 씨에게도 문제점이 있었다는 결과를 낸 데 대한 대통령의 분노 때문이었다는 게 밝혀졌다. 박 대통령은 이들을 콕 찍어 "나쁜 사람들"이라고 비난했다는 것이다.

    2014년 여름에는 대한승마협회에서 최 씨의 반대파 인사들이 떨어져나갔다. 정 씨는 특혜와 공주승마 의혹에도 김 차관의 비호 속에 인천아시안게임 국가대표로 선발돼 마장마술 단체전 금메달을 따냈다. 이는 이화여대 입학에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 입시비리와 조작, 조직사유화 등 문체부가 없애야 할 4대악이 최 씨 모녀에게는 대부분 해당됐다.

    ▲"체육 예산 삭감, 평창 관심 저하 걱정"

    이 작업을 주도한 김 차관은 승승장구했다. 장관이나 제 1차관보다 더 강한 권력을 쥐고 흔들었다는 평가 속에 '체육 대통령'으로 군림했다. 실세 최 씨의 이익을 위해 나선 대가라는 의견이 적잖았다.

    김 차관은 최 씨가 실소유주로 알려진 K스포츠재단과 미르재단 설립 과정과 모금에도 관여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김 차관을 이를 부인했지만 끊이지 않는 의혹에 대한 부담감에 30일 사표를 제출했다.

    김 차관은 재직 당시 체육회 통합도 주도적으로 지휘했다. 엘리트 체육을 주관하는 대한체육회와 생활 스포츠를 다루는 국민생활체육회를 하나로 합치는 작업이었다. 체육회는 반발했지만 문체부는 엘리트 체육단체의 비리를 적발해 압박하면서 통합을 밀어붙였다.

    명분은 통합이었지만 예산을 집행하는 상위 기관으로서 체육회를 길들이려 한다는 불만이 엘리트 체육계에서는 팽배했다. 이 과정에서 이기흥 당시 체육회 수석부회장이 대립각을 세웠고, 문체부는 수영연맹의 비리를 적발해내 이 회장은 수영연맹 회장에서 사퇴해야 했다. 이후 이 회장은 "뭐든지 비리라고 딱지를 붙이면 걸리지 않을 수가 없던 상황"이라고 억울함을 호소했다.

    제 40회 대한체육회장 선거에서 당선된 이기흥 회장(가운데)이 강영중 전 회장(오른쪽) 등과 포즈를 취한 모습.(자료사진=대한체육회)

     

    이런 과정에서 체육계는 비리의 온상으로 낙인이 찍혔다. 문체부의 4대악 척결과 체육회 길들이기 과정에서 적발된 적잖은 체육 인사들은 최근 무혐의가 밝혀지고 있다. 그러나 한번 대중에게 찍힌 낙인은 쉽게 사라지지 않는다.

    피해는 체육계에 고스란히 돌아오고 있다. 한 체육계 관계자는 "벌써 야당에서는 내년 체육 관련 예산을 줄이겠다는 얘기가 나온다"고 하소연했다. 최순실 사태로 비리의 온상이라는 인식이 더 강해진 사례다. 가뜩이나 통합으로 힘이 떨어진 엘리트 체육계는 더욱 위축될 수밖에 없다.

    최순실 파문이 번진 평창올림픽 조직위원회도 애꿎은 유탄을 맞게 생겼다. 마스코트 선정과 올림픽 시설 공사 등에 문체부가 개입해 위원장이 바뀌는 등 평창 조직위도 최순실 파문의 여파가 미쳤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에 한 조직위 관계자는 "가뜩이나 올림픽 붐이 일어나지 않고 있는데 이런 사태까지 벌어져 조직위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최순실 씨와 어디까지 연관이 돼 있는지는 지휘부가 알 텐데 이들도 이미 새로 바뀐 상황"이라면서 "1년 반도 채 남지 않은 평창올림픽에 악재가 되지 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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