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거를 하루 앞둔 26일 성남 중앙시장 가동 건물에 있던 점포들이 모두 비어있다. (사진= 구민주기자)
40년째 경기도 성남중앙시장에서 이불을 팔면 생계를 이어 온 이모(72·여)씨. 그는 10년 전 겨울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걷잡을 수 없이 번진 불길은 미처 손을 쓸 틈도 없이 모든 것을 빼앗아 버렸다.
이씨는 "상가 다섯 개 중 네 개 동이 불에 탔다. 점포가 불에 탄 뒤 보상도 받지 못하고 갈 곳도 없어 노점으로 생계를 이어가고 있다"며 "눈이 오거나 비가 오면 어쩔 수없이 장사를 접어야 한다. 없는 게 죄인 것 같다"고 체념하듯 말끝을 흐렸다.
지난 26일, 화재로 점포를 잃은 성남 중앙시장 상인들은 10년째 내 점포 눈 앞에 둔 채 길거리에서 폭염과 싸우고 있었다.
시장 건물 안은 텅 빈 점포들 뒤로 새카맣게 불에 탄 상점들과 그을린 대들보가 금방이라도 무너져 내릴 듯 위태로워 보였다.
화마가 할퀴고 간 상점 곳곳에는 팔아야 할 물품 대신 잡초들만 무성하게 자라있었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콘크리트 잔해와 각종 쓰레기 더미로 뒤덮여 전쟁터가 따로 없었다.
재난위험시설 최하등급인 E등급은 어찌보면 당연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침체에 대부분 영세 상인들이었던 탓에 재건축은 꿈도 꾸지 못한 채 10년을 보낼 수밖에 없었다.
더이상 상인들을 위험속에 내버려둘 수 없다고 판단한 성남시는 2년전 시장을 공설시장으로 전환하기로 결정하고, 성남시-경기도-중소기업지원청 등 3개 기관은 업무협약까지 체결했다.
이에 시는 우선 급한대로 위험 건물을 철거하고 가건물을 짓기로 했다.
마침내 27일 철거가 시작됐지만, 공사가 시작되면서 상인들은 다시 갈 곳을 잃었다.
상인 김모(63·여)씨는 "(공사 때문에) 몇 개월 놀라고 해서 노점을 비울 수 밖에 없었다"며 "어디 다른데서 일할 수도 없고 답답해서 나와 앉아 있다"고 하소연했다.
10년전 화재로 불 탄 성남 중앙시장 한 점포의 모습. (사진= 구민주 기자)
하지만 가건물도 임시 방편일뿐, 시장이 다시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공사가 불가피하다.
성남시는 폐허가 된 건물들을 허물고, 공영주차장을 갖춘 새 건물을 지어 공설시장으로의 면모를 갖출 계획이다.
문제는 예산. 공설시장이 되기 위해서는 모두 457억원이 필요하며, 국비 237억원, 도비66억원, 시비154억원이 투입돼야 한다.
하지만 현재까지 투입된 성남시 예산은 25억여원이 들어간 반면 국비 지원은 4억원이 전부였다.
또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취임 직후 이곳을 둘러보고 "안전한 시장을 만들겠다"며 예산 지원 등을 약속했지만, 지원한 예산은 2014년 18억여원에 그치고 있다.
국도비 확보가 차질을 빚으면서 시설 현대화 사업은 착공 시점 자체가 불투명한 상태다.
성남시 관계자 "설계 공모 당선작을 토대로 설계를 진행 중이지만, 착공은 언제가 될 지 예단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중앙시장 시설 현대화 사업은 예산이 수반돼야 하는데 국비 지원이 미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