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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센인에 강제 단종·낙태…시청자들 '오리발' 한국 정부 맹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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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센인에 강제 단종·낙태…시청자들 '오리발' 한국 정부 맹비난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정부 주도로 이뤄진 한센인 인권침해 집중 조명

    (사진=SBS 제공)

     

    SBS '그것이 알고 싶다'를 통해 집중 조명된, 1990년대까지 행해진 한센인들에 대한 강제 낙태·정관 수술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대한민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게 일고 있다.

    지난 30일 밤 방송된 '그것이 알고 싶다'에서는 정부 주도로 사회적 낙인과 차별을 받으며, 가장 기본적인 권리마저 박탈당해야만 했던 한센인들과 그 자녀들의 삶이 전파를 탔다.

    두 달여 동안 200명 넘는 취재원과 접촉한 제작진은 한센인이 모여 사는 전라남도 고흥군 소록도에서 사람의 인체를 표본으로 만들어 보관한 유리병 122개를 찍은 사진을 입수했다. 그중 14개의 유리병에는 태아의 사체가 담겨 있었다.

    고려대 의대 해부학교실 엄창섭 주임교수는 "유리병 표본을 어떤 목적으로 모았는지 모르겠다. 특히 태아 (표본)의 경우에 있어서는 이해를 잘 못하겠는 것이 거의 출생 시기가 다 된 태아인데…"라고 전했다.

    감시의 눈을 피해 힘들게 세상에 나온 한센병력자의 아이들은 사회적 낙인과 차별이라는 또 다른 비극과 마주해야 했다. 많은 아이들이 한센인 2세라는 이유로 부모와 분리돼 해외에 입양되기도 했다.

    버니스 고트리브 전 UN 대사는 "한국 정부 관계자는 '나병 환자를 부모로 두고 있는 아이들 1만 4000명을 다 데려가시지 그러세요'라고 말했다"며 "정말 믿을 수 없었다. 그 사람들은 이 아이들을 얼른 한국에서 치워버리고 싶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제 강점기 조선총독부는 한센인의 출산을 금지하며 강제 낙태와 정관 수술을 자행했다. 충격적인 것은 일제가 갖고 있던 '한센병은 유전된다'는 주장이 과학적으로 부정됐음에도 불구하고, 광복 이후인 1990년대 중반까지 대한민국 정부 주도로 이러한 일들이 은밀하게 이어져 왔다는 사실이다.

    한양의대 사회의학과 신영전 교수는 "한 사회 인권의 바로미터(잣대)는 가장 취약한 사람들, 한센인들 또는 만성 정신 장애인들의 인권이 얼마나 일반인들이 누리는 인권과 차이가 적은가에 있다"며 "이것이 그 나라의 인권 수준을 실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해방 뒤 단종·낙태 피해를 입은 한센인들은 현재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재판을 벌이고 있다. 모두 539명의 피해자가 여섯 차례로 나눠 소를 제기한 상태인데, 쟁점은 단종·낙태를 본인의 의사에서 했느냐.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행했느냐라는 강제성 여부다.

    이들 재판은 대부분 1심에서 승소했다. 그런데 2심에서도 승소해 대법원까지 간 소송이 무슨 이유에서인지 1년 8개월째 계류 중이다.

    피해소송 한센인 측 변호를 맡고 있는 조영선 변호사는 이에 대해 "법률심인 대법원에서는 일단 법리적인 것만 검토 판단하면 되는 부분"이라며 "대법원에서 판결을 늦게 함으로 인해 하급심 재판부는 지금 대법원 판결을 보고 하자고 말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대한민국 정부가 끊임없이 항소하고 있는 점은 재판이 6년이나 이어지고 있는 큰 원인이다. 정부는 한센인들에 대한 낙태·정관 수술이 자발적이었다고 강변하고 있다.

    정부 측 변호를 맡은 박종명 변호사는 "핵심적인 건 임신중절 수술과 정관절제 수술을 강제로 시켰다. 그리고 강제로 격리해서 (수술을) 시켰다는 식의 주장을 하고 있는데 그 둘 다 사실과 다르다. 전혀 다르다"며 "한센인들이 아이를 키울 형편이 안 되니까 그런 수술을 결단하는 것이었다. 원고 대리인으로부터 계속 (수술) 이야기를 반복해서 들으니까 기억이 조작되는 면도 있다고 생각한다. 옛날 분들이니까 일제강점기와 혼돈하신 것 같다"고 주장했다.

    제작진은 정부 측의 상고·항소 입장을 다음과 같이 요약했다.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강제성을 입증할 증거가 없다. 피해자들은 자신들을 위해 헌신한, 해당 수술실에서 수술을 집도했던 의사들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있다. 어쩌면 수술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 대부분은 진짜 의료진이 아니라 의료지식을 배운 의료보조인, 즉 한센병력자가 행한 불법적인 행위였을 것이다."

    한국 정부와 달리 일본 정부는 한센인들에 대한 인권 침해를 인정했다. 지난 2001년 일본 구마모토 지방재판소는 한센인에 대한 일본 정부의 인권 침해를 인정해 한센인 승소판결을 내렸다. 강제수용됐던 한센인들이 1심 재판에서 승소하자 일본 정부는 항소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피해자들에게 배상한 일본 정부는 일제 강점기 한국 한센인 피해자에게도 약 1억 원씩 일괄 배상을 완료했다.

    이날 방송을 접한 시청자들은 '그것이 알고 싶다' 홈페이지 시청자 게시판을 통해 다양한 의견을 올리며 한국 정부의 비상식적인 행태를 비판하고 나섰다.

    아이디 'h33***'를 쓰는 시청자는 "해당 피해자들이 살아 있지 않기를 기다리면서 항소 올리는 이런 졸렬한 짓은 좀 하지 말자"라며 "떳떳하게 지난 과오를 인정하고 보상 처리해 주고 끝내면 될 걸 왜 이리 은폐하는지 모르겠다"고 질타했다.

    시청자 'cut******'는 "이번 편에 정부 측 변호사가 하는 말을 듣고 정말 또 한 번 대한민국이 얼마나 썩었는지 느낀다"고 적었다.

    'gh9***'는 "일본정부에서도 한국 피해자를 보상해줬다는데… 단종, 낙태를 자발적으로 했다?"라며 "그럼 위안부 할머니들도 자발적으로 따라갔나요?"라고 꼬집었다.

    'oir*****'도 "마구잡이식의 낙태와 강제 불임시술도 모자라 산모에게 죽은 태아를 직접 갖다 버리게 했다는 대목에선 너무나 기가 막혀서 말이 안 나왔다. 악마도 어떻게 이런 악마들이 있을 수 있는지"라고 전했다.

    시청자 'yor*****'는 "나는 평생 한센병이 '문둥이 전염병'인줄 알고 살았는데, 유대인 학살보다 더 지독한 만행을 국가 차원에서 무지한 인간들에 의해 (자행됐다)"라며 "정부는 사죄와 보상을 즉각 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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