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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가 본 강아지공장 "턱뼈 녹고 발정제까지"



사회 일반

    수의사가 본 강아지공장 "턱뼈 녹고 발정제까지"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권혁호 씨(청년 수의사)

    최근 이른바 강아지공장이라고 불리는 강아지 번식장의 실태가 알려지면서 사회적으로 큰 논란이 됐죠. 문제의 강아지 번식장에서는 개들을 강제로 임신시키는가 하면 수의사도 아닌 농장주가 마취도 없이 제왕절개를 하는 일까지 벌어졌다는 그런 사실들이 밝혀지면서 충격을 줬는데요. 이 문제, 내가 한번 발 벗고 나서서 해결해 보겠다 하면서 전국의 강아지공장을 찾아다닌 청년들이 있습니다. 직접 찾아가서 취재한 농장들의 실태를 홈페이지에 소개하는 이런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라는데요. 오늘 화제의 인터뷰 ‘굿보이 토토’ 프로젝트의 권혁호 씨 연결이 돼 있습니다. 권혁호 씨, 안녕하세요.

    ◆ 권혁호>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전국의 강아지 농장들을 직접 찾아다니셨어요?

    ◆ 권혁호> 네. 전부 다 갈 수는 없었지만 저희가 힘이 닿는 대로 최대한 찾아보도록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 김현정> 지금까지 몇 군데나 가 보셨습니까?

    ◆ 권혁호> 지금까지 저희가 57군데 정도를 방문했습니다.

    ◇ 김현정> 57군데 정도. 그걸 언제부터 시작하셨기에 벌써 그렇게 많이 다녀오셨어요?

    ◆ 권혁호> 3월 초쯤에 이런 얘기를 하고 100일 정도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중입니다.

    ◇ 김현정> 그 ‘굿보이 토토’ 프로젝트인데, 프로젝트 이름이 무슨 뜻입니까?

    ◆ 권혁호> 좀 사연이 있는 게 어렸을 때 학창시절에, 2, 30년 전에요. 아기들이 엄마한테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고 하면 (엄마가) 어딘가에 방문해서 강아지를 집에 데리고 와서요. 또 어느 순간 보면 얘네가 잘 관리가 안 되니까 엄마가 어느날 아기한테 ‘그 개 그냥 어디 갔어’라고 하는 식으로 했던 문화가 좀 많았던 걸로 저희가 기억해요.

    ◇ 김현정> 요즘은 반려견들 키우다가 아프면 동물병원 데려가지만 예전에는 애들이 어디론가 사라졌어요.

    ◆ 권혁호> 그렇죠. 그래서 그런 강아지들이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갔는지 생각하다 보니까요. 저희 집 강아지도 그렇고 저랑 같이 프로젝트 하는 친구 강아지도 그렇고, 그래서 그런 강아지들 이름을 따서 프로젝트 이름을 짓게 되었습니다.

    ◇ 김현정> ‘굿보이 토토’에서 그 토토는 어느날 사라진 그 불쌍한 강아지 이름이군요?

    ◆ 권혁호> 네. 그렇습니다.

    '굿보이토토' 프로젝트 진행중인 청년들 (좌) 고귀현 씨 (우) 권혁호 씨 (출처=권혁호 씨 제공)

     

    ◇ 김현정> 그래요. 제일 궁금한 거, 직접 눈으로 목격한 실태, 어떻던가요?

    ◆ 권혁호> 이제 얘네가 밥을 먹으면 이빨에 계속 치석 같은 게 쌓이면서 이게 턱뼈로 올라가서 감염이 되거든요. 그래서 턱으로 올라가서 턱뼈가 녹아내린다거나 혹은 피부병이 심해져서 살이 다 곪아서 떨어진다거나 하는 일들이 생기고요. 더 문제는 이런 강아지들이 생기면 꺼내서 밖에다 방치를 해서 동네에서 유기견이 돼서 돌아다닌다거나 실제로 그런 경우도 많이 봤고요. 아니면 그런 키우는 장이, 발이 빠질 수밖에 없는 구조예요.

    ◇ 김현정> 뜬장이라고 하죠? 개 배설물들 치우기 귀찮으니까 아래로 그냥 뚝뚝 떨어지게 만들어놓은 뜬장?

    ◆ 권혁호> 네. 맞습니다. 거기에 발이 껴서 당황해서 빼려다 보니까 다리가 절단되든지 하는 상황도 발생도 하고요.

    ◇ 김현정> 임신, 출산 이런 것과 관련돼서는 어떤 끔찍한 상황들을 목격하셨어요?

    ◆ 권혁호> 보통 개가, 발정주기가 6개월마다 한 번씩 오는 동물인데요. 발정 휴지기도 지키지 않고 계속 발정 유도제를 투여해가면서 그렇게 하기 때문에요. 얘네가 종양이 많이 생긴다든지, 약물 부작용으로. 자궁에 농이 차 있는데 시술이 잘못돼서 패혈증이나 다른 병으로 번지는 경우도 좀 있었고요.

    ◇ 김현정> 회복되기도 전에 또 임신하고 또 임신하고 그런다는 얘기네요?

    ◆ 권혁호> 네.

    ◇ 김현정> 그 출산 과정도 제왕절개를 많이 해요?

    ◆ 권혁호> 어미개, 즉 모견의 생명을 살리면서 강아지를 최대한 빨리 낳을 수 있는 방법이다 보니까 선호하는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그것도 자격증이 있는 수의사가 하는 제왕절개가 아닐 테니까 얼마나 비위생적으로 벌어질까 싶네요?

    ◆ 권혁호> 그렇죠. 그런 장비들 소독부터 해서 모든 약품 관리가 다 엄청 비위생적인 환경에서 대부분 이루어지고 있었어요.

    ◇ 김현정> 그 현장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을 때 그 심정은 어떠셨어요?

    ◆ 권혁호> 일단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처참했고요. 사실상 최약자입니다, 얘들은.

    ◇ 김현정> 그렇죠.

    ◆ 권혁호> 그런 것도 보면서 간디가 한 말 중에 그 사회의 도덕성을 보려면 최약자나 동물한테 어떻게 하는지 보라는 말이 있거든요.

    ◇ 김현정> 인도의 간디의 명언 중에.

    ◆ 권혁호> 네. 동물한테 그렇게 대하는 태도들이 다 어떻게 보면 한국 사회의 생각을 대변하지 않나라는 그런 씁쓸한 생각도 했어요.

    강아지공장(사진= 권혁호 씨 제공)

     

    ◇ 김현정> 그 57 군데를 다니면서 본 개들 중에 지금까지도 떠오르는, 가장 마음에 좀 남는 개가 있다면요?

    ◆ 권혁호> 제가 경기도 화성을 갔을 때 (견사) 밖에 그 프렌치불독이라고 하는 요즘 사람들이 선호하는 종의 개가 있더라고요. 얘네들이 좁은 케이지 안에서 대여섯 마리가 나란히 앉아가지고 막 입을 벌리는데 저는 처음에 소리가 안 들렸는데요. 가까이 가보니까 (사람들이) 개가 시끄럽다고 밖에서 키우는데, 성대를 다 잘라버려서요. 소리를 내지를 못하고 그냥 입만 계속 벌리고 있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그러니까 좁은 뜬장 안에 6마리가 죽 있는 것도 불쌍한데 입을 벌렸으면 무슨 소리가 나야 될 텐데 아무 소리도 안 나요, 다 성대수술을 해서?

    ◆ 권혁호> 네. 그리고 그것도 안 봐도 뻔한데 수의사가 아닌 자가 진료에 의해서 100% 된 (성대) 수술이라 저는 생각을 하거든요. 그 농장주는 전혀 연락하고 있는 수의사분이 없더라고요. 그 개도 있었고요.

    또 어떤 개는 피부병이 너무 심해져서 온몸에 전신적으로 털이 다 빠져서 탈모가 왔어요. 그런데 농장주가 감당이 안 되니까 얘를 밖에다 풀어놨는데 평생 뜬장에서 살다가 처음에 바닥에 내려오니까 얘가 딱딱한 바닥이 적응이 안 돼서 다리를 가서 계속 부들부들 떨면서 다니고요.

    ◇ 김현정> 처음 땅이라는 곳에 발을 디뎌보고는 부들부들 떨던 그 개. 그래요. 그런 개들. 자, 그럼 이거 앞으로 어떻게 이 문제 해결해야 된다고 보십니까? 이 강아지 공장 문제.

    ◆ 권혁호> 일단 제일 먼저 바뀌어야 될 건 사람들의 의식이고요. 충동적으로 입양하는 경우도 많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랬다 감당 안 되면 버리고요.

    ◆ 권혁호> 그렇죠. 그래서 유기견 분양을 하는 캠페인을 동시에 하면서 만약에 나중에 장기적으로 봤을 때 이제 좋은 곳에서 입양을 하는 그런 문화도 같이 정착을 해서 전반적으로 한 단계씩 좀 나아가서 정말 가족으로 입양하는 그런 의식 전환이 꼭 필요한 것 같아요.

    ◇ 김현정> 의식의 전환, 중요한 말씀을 하셨네요. 좋은 프로젝트 계속 좀 진행해 주세요.

    ◆ 권혁호> 감사합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굿보이 토토’ 프로젝트의 수의사 권혁호 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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