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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논평] 조영남 대작(代作), '사기'인지 '관행'인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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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시론/칼럼

    [오늘의 논평] 조영남 대작(代作), '사기'인지 '관행'인지 밝혀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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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수 겸 화가 조영남 (사진=자료사진)

     

    가수 조영남씨가 조수에게 의뢰해 그린 '대작'(代作) 작품을 자신이 그린 것으로 판매했다는 '사기' 논란에 휩싸였다. 춘천지검 속초지청은 17일 조씨의 그림을 대신 그려 준 A씨의 수사의뢰로 혐의 입증을 위한 조사에 집중하고 있다. A씨가 대신 그려 준 작품 수와 조씨의 작품 판매 여부, 판매 액수 등을 확인 중이다.

    미술계 관계자에 따르면 작가들 중에는 조수를 두고 작업하는 경우가 있지만 작품의 콘셉트(concept) 부터 크기, 색상, 재질까지 철저히 지시한다. 또 작가와 조수가 한 공간 안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한 작업 지시를 내리고 조수는 그를 단순히 이행한다는 것이다.

    이번 사건의 경우 조씨는 미술계의 관행으로 불리는 '대작'의 기본적인 룰을 지키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원작자인 조씨가 직접 감독하지 않고 멀리 떨어져 사는 A씨에게 그리도록 한 것부터가 원칙에서 벗어난 것이다. 이에 대해 조씨는 A씨가 그림을 그리고 나면 자신이 마무리 손질을 하고 사인을 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조씨가 작품의 콘셉트를 제공했다 하더라도 A씨 혼자 자기만의 공간에서 그린 만큼 진정한 의미에서 '대작'의 범위를 넘어선다는 지적이다.

    조씨는 그 동안 수차례 전시회를 열고 화투그림으로 유명세를 탔지만, 단 한 번도 자신의 그림이 조수의 도움을 받았다는 사실을 공개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구매자들은 조씨가 '대작' 과정을 거치지 않고 100% 직접 그린 것으로 알고 산 것이다.

    조씨의 예술을 대하는 태도도 논란이다. 그가 예술을 너무 경시하는 태도를 보임으로써 대다수 화가들에게 모욕감을 주었다는 지적이다. 가난을 견디며 목숨 걸고 그리는 예술가들에게 좌절감을 주는 일이라는 시각도 있다. 인기 연예인이 그린 그림이라는 프리미엄을 얹어 비싼 값에 파는, 미술을 빙자한 상업행위라는 비난도 있다.

    조씨가 조수 A씨에게 지급한 공임 문제다. 조씨는 작품 하나에 공임으로 10만 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그림 하나에 수 백 만원을 받은 조씨가 A씨에게는 작품 하나에 10만원의 공임을 지급한 것은 착취에 가깝다는 것이다. 조씨 그림의 호당 가격은 30~50만 원 선이다. 10호 그림을 팔면 300~ 500만원이 들어온다. 그 가운데 그림을 대신 그려준 A씨에게 돌아간 공임은 고작 10만 원인 셈이다. 조씨가 A씨에게 '열정페이'를 요구한 것일 수도 있고 '갑질'을 한 것일 수도 있다.

    이번 사건으로 미술계의 관행으로 굳어진 '대작'이 어느 선 까지 용인되고 있는 것인지, 조수의 공임이 원작자의 그림 가격에 비해 얼마나 낮은 것인지 밝혀야 한다. 조씨는 이번 대작 논란이 '대작'해 준 A씨가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일으킨 일종의 대가성 행위라는 시각으로 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것이 이번 대작 논란의 중심은 아닌 것 같다. 개인의 '양심과 도덕'의 문제이고 '관행이냐 사기냐'의 문제인 것 같다.

    조씨 그림이 사기인지, 미술계 관행인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는 곳은 미술계이지만 미술계가 나설 지는 미지수다. 현재 논란의 진위를 밝혀낼 수 있는 곳은 검찰 뿐이다. 검찰은 그림이 완성되기 까지 조씨와 조수 A씨가 각각 어느 선까지 그렸는지 알아내야 한다. 무엇보다 조씨가 A씨에게 명확한 컨셉트를 제공했는지 여부와 제작 과정에 어느 선까지 간여하고 지시를 했는지에 대해 밝혀내야 한다.

    예술작품은 작가의 독창적인 예술관과 세계관이 녹아든 것이기에 존중되어야 하고 보호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작가의 혼이 깃들어 있지 않은 작품은 가짜이기 때문에 당연히 진위 여부를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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