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대초등학교 5, 6학년 학생들이 조사를 통해 직접 그린 학교 생태지도.
"우리 학교 교목이 살구나문데 처음 봤어요, 학교 앞에 멋있게 서 있어서 뿌듯했어요."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 혁신도시에 위치한 봉대초등학교(황성원 교장) 5학년 김도연 학생은 그동안 관심도 없었고 알지도 못했던 교목을 학교에서 처음 확인하고 신기함과 함께 놀라움을 이렇게 전했다.
학교 주변에 어떤 풀, 나무, 생물들이 자라는지 전문가와 함께 조사해 학교 생태지도를 만드는 '바이오 블리츠' 프로그램이 지난 21일과 22일 원주 봉대초등학교에서 열렸다.
5학년과 6학년 70여명의 학생들은 학교 건물과 운동장 주변으로 4개의 모둠으로 흩어져 처음으로 보이는 식물, 곤충과 눈높이를 맞췄다.
학교 주변에 자라는 생물들을 관찰하는 봉대초등학교 학생들
산수유 등 나무의 꽃은 까치발을 해서, 민들레나 이끼 등은 쪼그리거나 땅 바닥에 바짝 엎드려 생김새를 살폈다.
비가 내려 많은 것을 조사하지 못한 것에는 다소 아쉬움이 있었지만 꽃향기, 흙냄새를 그대로 맡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었다.
엄영철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교육홍보팀장은 "아이들이 가장 가까이서 호흡하는 학교 숲의 생태를 조사하고 스스로 생태 지도를 만드는 과정을 통해 학교 숲의 생물종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나가기 위한 자리"였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 초록과 함께 빨갛고 노랗고 하얀 학교 숲이번 프로그램의 목표는 학교의 생태지도를 만드는 것,
학년별, 모둠별로 자리에 모여 각자 조사한 식물들의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체육관에서 생태지도를 만들고 있는 봉대초등학교 학생들
선생님의 도움으로 식물 이름을 도감에서 찾고 그 생김새와 특징을 정리하는 시간이었다.
이름도 생소하지만 산수유와 서양민들레, 전나무, 이팝나무, 주목, 진달래, 산철쭉, 복자기나무, 조팝나무 등 학교에는 많은 식물이 자라고 있었다.
꽃이 노랗고 열매가 통통하고 빨간색을 띠는 산수유, 잎이 통통하고 길쭉하며 줄기가 빨간 주목, 잎이 2개씩 붙고 가지가 울퉁불퉁한 전나무 등등.
또한 송충이, 나비 애벌레, 달팽이, 벌, 나비 등도 볼 수 있었다.
6학년 윤지희 학생은 "잠깐 나가봤는데도 학교 주변에 많은 식물이 살고 있었고 산철쭉은 매일 보면서도 이름은 알지 못했는데 이름을 알고 보니 더 예뻐 보였다"며 신기해했다.
봉대초등학교 학생들이 채집활동 이후 도화지에 옮겨 그린 학교 주변에서 본 식물들.
학생들과 일정을 함께 한 원주환경운동연합 조현묵 선생님은 "이번 프로그램에 참여한 학생들은 꽃이 피면 이름을 알고, 지나갈 때면 다시 한 번 쳐다보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될 것이고 앞으로 10년, 20년이 지나도 그 기억은 잊히지 않을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 우리가 만든 학교 생태지도, 멋지지 않습니까!4개 모둠이 각자 생태지도를 만들어 체육관에 처음으로 모인 자리.
탄성이 터져 나오는 놀라움과 함께 성취감이 공존하는 자리였다.
보물지도를 맞추듯 모둠이 만든 지도를 붙여보니 학교 건물을 중심으로 너무나 많은 생명들이 살고 있는 소우주였다.
학교는 소나무와 잣나무 숲에 둘러싸여 있었고 운동장 한 켠엔 도토리나무인 신갈나무 숲도 있었다.
봄의 전령이라는 매화를 비롯해 벚꽃, 산수유, 목련도 곳곳에서 은은한 향을 내고, 화단에는 분홍, 흰색의 산철쭉과 노란 서양민들레, 분홍의 꽃잔디, 하얀 제비꽃이 계절을 알리고 있었다.
6학년 정영찬 학생은 "학교에 이렇게 많은 식물이 있다는 게 신기했고 생명을 소중히 여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해 어느 덧 한 뼘은 자란 듯 한 대견함도 보였다.
6학년을 맡고 있는 강소라 교사는 "짧은 일정이었지만 학교 주변 환경에 대해 알고 자연의 소중함을 체험으로 공유한 꼭 필요한 교육이라 생각된다며 아이들에게 이런 프로그램이 생활화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70여년의 역사를 가진 강원도 원주시 반곡동에 위치한 봉대초등학교 전경.
봉대초등학교 김완수 교감은 "학교가 지난해 원주 혁신도시로 이전하면서 신축돼 여러 방면으로 친환경적인 학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아이들의 정서발달에 도움이 되는 지역 공공기관과 연계한 환경 체험 프로그램이 더욱 확대되고 기회도 늘어나기를 바란다"며 필요성을 강조했다.
원주 봉대초등학교에서 이틀 동안 진행된 '바이오 블리츠'프로그램은 학교와 지역 사회단체 연대 사업의 하나로 원주시, 원주지속가능발전협의회, 기후변화대응교육연구센터, 원주환경운동연합이 함께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