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 포스터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대한민국 헌법 제1조 2항이다.
지난 2013년 개봉돼 천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변호인>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변호사 시절을 연기한 배우 송강호의 명대사이기도 하다. 고문 경찰관을 향해 내뿜은 울분 섞인 헌법 1조 2항은 '권력에 맞선 항거'로 관객들에게 진한 감동을 선사했다.
영화의 배경이 된 1981년 부림사건은 제5공화국 정권이 만들어낸 용공조작사건으로 전두환 군사독재 시절에 헌법 1조 2항을 말하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헌법 1조 2항은 누구든 아무런 제약 없이 자유롭게 말할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헌법 제1조 1항에서처럼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로 낙인 찍힌 뒤 새누리당으로부터 내쳐진 유승민 의원이 이를 언급한다고 해서 결코 문제가 될 수 없다. 유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하면서 헌법 1조 2항을 말했다.
새누리당 유승민 의원이 지난 23일 저녁 대구 동구 화랑로 자신의 의원 사무실에서 탈당과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고 있다. (사진=박종민 기자)
그는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구절에 대해 '국민권력'을 천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어떤 권력도 국민을 이길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권력을 잡고 있는' 집권당을 떠나면서 그가 부연한 '어떤 권력'은 '국민권력'이 아닌 '정치권력'이다. '정치권력'의 최고봉은 대통령이다. 민심(民心)이 천심(天心)일진대 자유민주주의 국가에서 국민을 이기는 대통령은 없다.
공교롭게도 유승민 의원이 탈당 기자회견에서 헌법 1조 2항을 언급했던 날에 이인복 중앙선거관리위원장도 공명선거 담화문을 통해 똑같이 "대한민국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강조했다.
이 위원장은 그러면서 "힘의 근원은 국민들이 적극적으로 선거에 참여하는 데 있다"고 덧붙였다.
정의가 살아있고 원칙이 지켜지고 상식이 통하는 세상은 바로 유권자들의 선거참여, 즉 '민주주의의 꽃'이라 불리는 투표를 통해 만들 수 있다. 유권자들은 4월 13일 총선에서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1조 2항의 진정한 가치와 의미를 확인해야 한다.
4년여 전 하버드대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번역서가 한국사회에서 베스트셀러로 부상한 때가 있었다.
당시 많은 학자들은 정의라는 개념 자체보다 정의라는 단어 자체가 갖고 있는 힘이 대중을 끌어들였다고 분석하면서 한국 사회가 그만큼 정의롭지 못하다는 역설이라고 지적했다.
4.13 총선에 출마하는 후보 등록이 25일 공식 마감됐다. 그동안 후보자 공천 과정에서 보여준 여야 정치권의 추악한 민낯은 그야말로 역대급이다.
새누리당은 후보등록 마감 당일까지도 김무성 대표의 이른바 '옥새(玉璽) 반란'에 따른 무공천 여부를 놓고 친박과 비박간 극심한 대립으로 내홍을 거듭했다.
제1회 '서해 수호의 날' 기념식에조차 새누리당 지도부는 모두 불참했다. 우리 영해(領海)를 지키다 희생된 장병을 추모하고 북한의 도발을 상기하기 위해 법정기념일로까지 제정한 올해 첫 행사였다.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북한의 테러위협에 맞서 전군에 경계태세 강화를 지시한 상황에서 집권여당 지도부는 공천장에 찍을 대표 도장을 찾느라 신경전만 벌였다.
결국 막판 최고위원회의에서 서로 공멸을 피하기 위해 다시 한번 원칙 없는 타협을 선택하는 것으로 김 대표의 이른바 '유승민 생색내기'는 마무리 됐다.
더불어민주당은 김종인 대표의 '셀프공천'으로 촉발된 당무거부와 자택칩거 소동이 끝나기 무섭게 문재인 전 대표가 '정체성' 문제를 제기하고 나서면서 다시 뒤숭숭한 분위기다.
집권여당과 제1야당이 모두 '너 죽고 나 살자' 식의 당내 헤게모니(hegemony) 쟁탈전에만 매몰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양상이다. 정치권력을 향한 패권주의 욕심에 눈이 멀었기 때문이다.
국민과 유권자들을 위한 봉사와 헌신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유권자들은 작금의 우리 정치판의 일그러진 모습을 꼭 기억해 투표로 심판해야 한다. 국민권력이 얼마나 무서운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변호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