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CBS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에 출연해 성과와 포부를 밝히고 있는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 (사진=강원CBS 최원순 PD)
"대한민국 법의학, 법과학은 K-POP과 같다고 생각합니다. 규모는 작지만 끊임없는 노력으로 이뤄낸 대한민국 법의학, 법과학 수준은 세계 최고라는 얘기죠."
서중석 국립과학수사연구원장은 17일 방송된 강원CBS 시사프로그램 '시사포커스 박윤경입니다(연출 최원순PD)'에 출연해 우리나라 법의학, 법과학에 대한 우수성과 자신감을 강조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국민안전과 범죄없는 세상을 위해 일을 한다"는 사명감과 함께 정확한 분석과 결론을 위해서는 현장 중심의 법의학과 법과학이 있어야 한다며 현장 중심 활동에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다.
다음은 서중석 원장과의 일문일답 내용
▶ 국립과학수사연구원 소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1955년도 3월 25일 창설돼 지금까지 61년 역사를 지닌 대한민국 최고, 최첨단 과학수사 감정기관이다. 소속은 감정업무의 독립성 때문에 행정자치부로 돼 있고 약 4백여명의 전문가들이 모여 국민 안전과 범죄없는 세상을 위해 일하고 있다. 업무는 경찰과 가장 밀접하게 이뤄진다. 감정이 1년에 약 38만 5천여건인데 이 가운데 98%가 부검 등 경찰관련 업무다.
▶ 원주 혁신도시 이전을 가장 먼저 했는데.= 2013년 12월 12일 연구원이 13개 공공기관 가운데 처음으로 이전했다. 이전 첫 날을 잊을 수 없다. 한 겨울이라 저녁 5시만 넘어도 깜깜해지고, 혁신도시 조성 초기라 삭막한 분위기였다.
▶ 이전 2년이 지났는데 어떤 느낌인지?= 군인 관련 도시 정도로 생각했는데 연세대, 상지대 등 큰 대학들도 있고 치악산, 박경리 문학관 등 훌륭한 문화적 여건이 있는 도시다. 혁신도시가 형성되고 여러 공무원들이 와서 생활하는만큼 활짝 펴진 가슴으로 우리를 원주가 맞아주었으면 좋겠다.
▶ 혁신도시 자체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 국과수에는 외부에서 업무나 교육 등을 위한 방문이 많지만 이노베이션 시티라는 어원에 맞지 않게 혁신도시 도로변 이·삼중 주차와 복잡한 교통시설, 도로 상황으로 인한 안타까움이 많다. 혁신도시는 세계적 수준의 도시로 발전돼야하는데 세계 표준에 맞는 도시계획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 원주에 대한 애정은?= 국과수가 이전하면서 내건 슬로건은 원주를 과학수사의 메카로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지난해 세계 80여개국에서 전문가들이 찾아와 과학수사 엑스포를 열었고 국과수를 많은 사람들에게 개방하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국과수 체험교실을 열기도 하고 직원들은 봉사활동에도 앞장서는 등 원주시민화에 노력하고 있다.
▶ 최근 법의학 드라마가 늘어나고 있다. 국과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는지?= 관련 드라마를 통해 일반 수사에 풀 수 없는 사건들을 과학으로 해결해주길 바라는 마음도 생기는 것을 체감할 수 있고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이해도 높아지는 것 같다. 자녀들이 법의학 의사, 법과학자가 되는 것에 부모들의 기대도 커지고 직원들의 자부심도 높아졌다.
▶ 법의학 드라마와 현실과의 차이
=법의학, 법과학은 수사를 위해 과학적으로 사건을 증명하는 과정인데 외화처럼 권총을 들고 수사하는 것은 아니다. 수사기관이 허락해주면 현장을 조사하고 그것을 바탕으로 과학적으로 감정하는 일이다. 드라마와 같은 것은 과학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 드라마 '사인'에서 천재 법의학자로 등장하는 박신양 씨의 역할이 서중석 원장을 모티브로 했다는 얘기가 있는데.= 사건 현장 중심의 법의학 활동을 했고 드라마 감독도 저의 강의를 듣고 영감을 받았다는 점에서 관계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 법의학자가 된 이유?= 법의학을 전공해 억울한 죽음을 보듬어야겠다는 생각에 출발한 것은 아니다. 의과대 교수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국과수에서 공부를 할 기회가 생겨 법의학을 공부했는데 그 일이 전환점이 됐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 중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얘기가 있다. 사적 이유로 법의학을 시작했는데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는 손이 공익화를 유도해 국가에서 필요한 일을 하게 됐다. 대형 사고 현장에서 슬픔을 보듬어주고 희생자의 부모를, 자식을 찾아주는 역할도 한다. 단순한 의학을 배운 사람이 국가를 위한 일을 할 수 있다는 자부심도 생기고 다행이라 생각한다.
▶ 현장 중심 법의학을 강조한다는데?= 법의학을 하는 사람은 두 가지 부류다. 부검실을 중요시하는 경우, 현장에 가야 답이 있는 경우다. 내 경우에는 현장을 중시한다. 법의학을 배울 때 현장에서 답을 찾았다. 부검 행위에서는 시신이 모든 것을 얘기하지만 몸에서 떨어져 있는 여러 현상들은 반드시 현장에 있다. 현장에 대한 이해를 하고 부검을하는게 중요하다. 일반외과 의사가 꼼꼼하게 다 물어보고 검사를 한 뒤 종합해 정확한 환부를 도려내 생명을 연장시키 듯 부검도 현장에 대한 검시, 검안 후 부검을 해야 정확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
▶ 국과수에 있어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 사건도 빼놓을 수 없을 것 같은데.
= 법의학적 마인드로 전문가가 현장에 있었다면 쉽게 시신이 유병언 회장이라는 것을 증명하고 40여일간 이어진 국가적 혼란은 없었을 것이다. 정확한 상황을 모르는 사람들이 현장을 취급하면 대가를 치를 수 밖에 없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외국 전문가들은 대한민국은 왜 법의학자나 법과학자를 믿지 않고 언론을 믿느냐고 반문한다. 관련 문제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데 안타까움이 있다. 하지만 유병언 전 회장 사망 사건은 국과수 감정이 옳았다는 것을 지켜낸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이다.
▶ 대한민국 법의학, 법과학 수준은?= 대한민국 법의학, 법과학은 K-POP과 같다는 생각이다. 독특한 음율로 외국 소년, 소녀를 사로잡는다. 끊임없는 노력으로 세계 문화를 선도하는 K-POP처럼 대한민국 법의학, 법과학 수준은 세계 최고다. 외국 학회에서도 대한민국의 실력은 인정 받고 있는 편이다. 외국의 재난 현장에서 대한민국 법의학자들의 활약은 빛을 발한다. 중동, 몽고, 중국, 일본에서 우리의 기술을 배우기 위해 연수를 온다. 뿌듯한 마음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는 IT강국답게 영상 분야, 문서 분석 등에 강하다. 독성학을 배운 약사들도 많다. 그들의 연구로 모발에서 마약을 검사해 내는 것 같은 첨단 기술도 뛰어나다.
▶ 올해 국과수 중점 운영 방향?= 국과수의 경험을 논문으로 내서 세계가 우리 국과수의 기술을 배우도록 하고 우리 시스템을 수출하고 세계 과학자들을 교육시키는 장으로 도약시키려 한다. 국과수가 위치한 원주는 물론 국가, 국민들의 전폭적인 관심과 애정은 물론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를 당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