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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송, 시끄럽기만 하다고?" 무심결에 당신도 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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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일반

    "선거송, 시끄럽기만 하다고?" 무심결에 당신도 속는다

    • 2016-03-16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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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순 반복 '각인효과' 노린 선거운동 전략 유의해야

    (사진=영화 '검사외전' 댄스 동영상 캡처)

     

    올 초 개봉한 영화 '검사외전'에서 강동원의 '붐바스틱' 춤은 화제였다. 탐욕스러운 국회의원 우종길(이성민 역)의 선거캠프에 들어간 한치원(강동원역)은 흥겨운 코믹댄스로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이러한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게 아니다. 선거철만 되면 곳곳에서 유권자의 호감을 얻기 위한 홍보전이 펼쳐진다. 그 중 대표적인 게 유세차량에서 울려 퍼지는 '로고송'. 문제는 영화를 보고 난 후 강동원의 '춤'만 기억되듯이, 중독적인 선거노래 멜로디만 유권자들 머릿속에 남아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 "선거송? 아무 효과 없는 것 같은데요?"… 우리의 착각

    대다수 유권자들은 선거 로고송의 효과에 대해 의문을 나타냈다. "후보자를 선택할 때 선거 로고송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것이다. 장예진(여·42)씨는 "노래를 듣는다고 해서 그 사람을 뽑지는 않는다. 공약보고 투표 한다"고 답했다. 그는 이어서 "노래가 자꾸 시끄럽게 들리면 오히려 마이너스가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창재(남·27)씨 역시 "유세송을 귀 기울여 들어본 적이 없다"고 했다.

    실제 '붐바스틱' 유세 (사진=유튜브 영상 캡처)

     

    그러나 전문가들의 견해는 달랐다. 중앙대학교 심리학과 최창호 박사는 "무언가에 자주 노출되는 것만으로도 호감이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단순노출효과'라고 한다. 로고송도 계속 듣다보면 익숙해지고 후보에 대한 긍정적인 감정이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친근한 노래의 경우 후광효과가 발생해 보다 쉽게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고 덧붙였다.

    우리가 모르는 사이 친숙한 노래가 후보자에 대한 관심을 이끌고 호감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단순하고 자극적인 선거 표어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기억은 자극에 쉽게 속는다.

    남서울대 광고홍보학과 김만기 교수는 "상대방을 비방하고 과격하게 공격하는 방법은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사람들 머릿속에 더 잘 각인된다. 노이즈 마케팅이 아직도 잘 먹히는 이유다"라고 말했다.

    유권자들은 본인만의 기준에 따라 합리적으로 투표한다고 믿고 있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신도 모르게 반복되는 노래나 공격적인 선거표어에 현혹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 중독적인 멜로디에 무작정 'Pick me' (뽑아 달라) '40번'… 각인효과 경계해야

    Mnet '프로듀스 101'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러한 심리적 효과를 각 정당은 이미 꿰뚫고 있다. 새누리당 강지연 홍보국장은 로고송을 사용하는 이유에 대해 "친근감 있는 멜로디를 통해 유권자에게 메시지를 각인시키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이어 "그 효과를 극대화시키기 위해 도시에는 흥겨운 노래를, 조용한 동네에선 템포가 느린 발라드를 주로 트는 등 지역별로 다른 노래를 사용하는 전략을 쓴다"고 덧붙였다.

    더불어민주당 최미영 홍보국 부국장도 "로고송이 시끄럽다는 유권자도 있지만 홍보효과가 좋아서 포기할 수 없다"며 "요즘 유행하는 노래가 무엇인지 유심히 지켜보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번 총선에서도 여야는 공들여 선거로고송을 선정했다. 새누리당은 Mnet의 서바이벌오디션 프로그램 대표곡 'Pick me'를, 더불어민주당은 이문세의 '붉은 노을'을 들고 나왔다.

    두 곡 모두 멜로디가 경쾌한데다 가사가 반복되는 게 특징이다. Pick me는 "Pick(날 뽑아달라)"가 무려 40번 나온다. 무조건 새누리당을 뽑아달라는 가사만 나오는 셈이다.

    '붉은 노을'도 "난 너를 사랑해. 세상은 너 뿐이야"라는 가사가 반복된다. 이 역시 단순한 반복에 의한 각인효과를 노리는 '주입식 홍보'이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선거운동에 우려를 표한다. 김만기 교수는 "시청각 자극의 반복은 각인효과는 좋지만 결국 '이미지 정치'일 뿐이다. 이는 오히려 유권자의 합리적 선택을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 이광재 사무총장은 "후보자만 시끄러운 선거는 대표적인 후진적 선거이다. 인도네시아는 후보들이 관심을 끌기 위해 마술쇼도 한다. 반면 선진적 민주국가에서는 후보자의 공약에 대해 토론하느라 국민들이 시끄럽다"고 설명했다. 동시에 "유권자들도 후보자가 시청각적인 자극만으로 현혹하진 않는지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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