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사진은 해당 기사와 관련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
'서귀포 특급호텔 1박에 5만2천원'
가족과 함께 3월 제주 봄관광을 준비중인 박미정씨(48. 경기도 분당구)는 순간 설마했다.
하룻밤에 20만원 이상 하는 특급호텔이 4분의1도 안되는 가격이니 '미끼상품이겠지'하는 의심은 이내 '횡재했구나'라는 확신으로 바뀌었다. 조식을 포함해도 1인당 만원을 추가하면 그만이어서 기쁨은 배가 됐다.
상품을 내놓은 이 호텔 관계자는 셈법이 복잡하다.
터무니없이 싼 가격이지만 경쟁호텔들이 서로 앞다퉈 가격을 내리다보니 위기감에 가격을 안 내릴 수 없는 상황.
빈방으로 놀리느니 싼 가격에 내놨지만 예약률이 오르지 않으면 어쩌나, 앞으로도 이 가격에 계속해서 제공해야 하는지 어려운 형국이다.
제주지역 호텔들이 예약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자구대책으로 소셜커머스를 통한 가격내리기 경쟁에 나서면서 숙박시설 과잉공급의 폐해가 현실화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현상은 모텔이나 여관 등 도내 전 숙박업체에까지 악영향이 불가피해 호텔업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제주도에 따르면 올들어 2월말까지 등록된 관광숙박업은 348곳(2만5767실)으로 지난해 337곳(2만5345실)보다 11곳이 늘었다.
5년 전인 2010년 109곳(만2942실)보다는 무려 3.5배 이상 급등했다.
문제는 관광객이 증가한다지만 객실을 모두 다 채우지 못하면서 과잉공급에 따른 폐해가 각 호텔마다 현실화된다는 데 있다.
제주시 지역에 있는 특1급 A호텔의 경우 지난해 1~2월 70%에 이르렀던 숙박률이 올해는 간신히 50%를 넘었고, 서귀포시 지역에 있는 특1급 B호텔도 지난해 83%였던 게 올해는 73%로 10%포인트 감소했다.
올들어 현재까지 제주 방문객은 256만3천여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5.4%나 늘었지만 관광객 증가가 객실 과잉공급을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발전연구원의 지난해 '제주지역 관광숙박시설 수요공급분석을 위한 기초 연구'는 2018년까지 만9800실이 추가 공급돼 4330실이 과잉공급될 것으로 예측한 바 있다.
도내 숙박업계 관계자 200여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에서도 68%가 '2016년 이후 포화가 예상된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각 호텔마다 소셜커머스를 통한 경쟁이 가속화되면서 1박에 33만원하는 특1급호텔이 76% 할인된 7만8천원에, 26만원하는 비즈니스호텔은 5만9천원에 판매되는 등 덤핑이 줄을 잇고 있다.
호텔들의 가격덤핑은 여관이나 모텔 등 일반숙박업소에까지 가격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경영 압박은 물론 제주관광 이미지에 악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제주관광공사 관계자는 "호텔의 난립으로 호텔간 경쟁이 심화되면서 가격파괴 등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며 "이는 제살깎아먹기 형태로 비약돼 결국 싸구려 관광이미지로 전락할 우려를 낳고 있다"고 말했다.